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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살청춘 지혜 May 04. 2022

나는 돌.살.꾸.키. 아티스트

당신만의 것은 무엇인가? 오롯이 자신으로 존재한 경험이 있는가?

아티스트 웨이 4주차: 개성을 되찾는다.

이번 주에는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글과 과제, 연습은 생산적인 성찰에 뛰어들어 새로운 자기 인식을 성취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힘들긴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특히 글 읽기 중단이라는 기법은 건너뛰지 말고 꼭 실천해본다.


나만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반백 년 살아온 이 몸뚱아리는 슬슬 늦여름에서 초가을 어디쯤으로 물들어가고, 줄기차게 공부해 쌓아 올린 반짝이는 지식과 경험도 빛의 속도로 바뀌는 세상에서 아차 하는 순간 박물관 유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세월에 낙엽 날리듯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고 변해가는 것이 나일까? 모든 과거의 기억과 아로새긴 추억이 사라져버리고 ‘나’라고 인지될 근거조차 없어져도 ‘나’로 인식할 수 있는 ‘나의 본성’은 무엇인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커먼 우물 안으로 돌멩이를 던지고 우물 바닥에서 울리는 첫 파열음을 기다리듯, 질문을 품고 서성이는 시간을 보냈다.

 

나는 아름답게 정리하고 꾸미는 공간 아티스트.


“이번 학급 신문과 교실 미화 정리도 지혜가 책임지고 맡아서 하도록. 이상!”

초등학교 때부터 중, 고등학교 시절, 학기 초만 되면 늘 상하는 학급 환경미화는 내 담당이었다. 색 도화지를 오려 붙이고 매직이나 붓으로 글씨나 그림을 그려 교실 뒤 학습 판이나 벽면을 장식하는, 다소 귀찮을 수 있는 작업. 꼼꼼한 담임선생님의 경우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서, 귀찮아하시는 경우는 아예 도맡아서 하곤 했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할애해야 했지만, 내가 꾸미고 가꾼 공간을 보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흐뭇하고 기뻤다. 그러던 내가 직접 집 인테리어 공간을 디자인하고, 피부나 비만 크리닉을 운영하며 환자분들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싶다. 

 

나는 살리고 키우는 생명 아티스트.


“와~~ 우리 집 행운목에 꽃이 피었어, 엄마!” 

7년째 키우던 행운목에 쉽게 볼 수 없는 행운목꽃이 피었을 때 온 식구가 이제 행운 가득하겠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고만고만한 네 명의 아이들을 낳고 키우다 보니, 어릴 적에는 돌아다니는 애완동물을 키운다거나 식물을 돌보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식물의 초록빛이 너무 좋아졌다. 그 후 무심히 툭툭 집안에 내려놓은 식물마다 잘 자랐다. 한의원에도 개업식 때 들어왔던 화초가 12년이 넘은 지금까지 뿌리를 굳건히 하고 푸릇푸릇 잘 자라고 있다. 쫓아다니며 뒤치다꺼리하지 않아도 되는 금붕어들은 플라스틱 작은 어항에서 8년이나 넘게 키웠다. 아이들 역시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온종일 붙박이장으로 일하는 나에게 네 명이나 되는 생명을 하느님께서 직접 키우라고 보내신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나는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고 치료하는 건강 아티스트.


“원장님을 만난 건 제게 큰 행운이었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롤 굵은 긴 파마머리에 곱게 나이 든 그녀가 금빛 안경 아래로 눈물을 연신 닦으며 환하게 웃는다. 올여름, 다리가 당겨 걷기가 힘들다며 처음 내원했을 당시 그녀는 무척 우울해 보였다. 통증 질환이어도 초진 상담 때 나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외 다른 건강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편이다. 여느 때처럼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체력도 약한데 ‘섬유 근육’ 통증 발작으로 온몸이 돌아가며 통증이 올 때면 죽고 싶을 정도라고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말투로 답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뿌리 없이 흔들리는 식물처럼 불안해 보였다. 부초와 같은 마음을 바짝 붙들기라도 하겠다는 듯 점점 굳어가는 그녀의 몸과 직면하지 않고 덮어버리려는 내면의 그 무엇. 현재 다리 근육통은 몇 번의 치료로 좋아지겠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지나온 시간을 정돈해 보자며 한방 상담요법(이정변기移精變氣:감정을 바꾸어 기운을 변화시킨다.) 치료를 권했고, 그렇게 그녀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여정에 동행하는 인연이 되었다.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거리를 찾아가다 보니, 삶 안에서 반복되고 있는 ‘나’라는 맨바닥에 이르게 된다. 돌보고 살리고 꾸미고 키우기! 모든 기억과 정보가 지워진다 해도 ‘나’ 라는 사람은 아마도 대상만 바뀔 뿐 역시 돌.살.꾸.키의 범주 안에서 움직이고 있지 않을까? 인제 보니 본성이 끌어당겨 기꺼이 선택한 일이었고 나는 생긴 대로 살고 있었구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그동안 여유 없이 일에 치일 때 누군가를 탓하던 마음이, 남의 시선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던 불편한 감정이, 억지 십자가를 지고 있다는 억울함이 봄 햇볕아래 눈 녹듯 옅어지며 영혼이 가벼워진다. 

나는 돌.살.꾸.키.아티스트였다. 본성대로 살아야 행복한 법이다. 앞으로 내 안의 돌.살.꾸.키.아티스트가 지치지않게 아티스트 데이트 시간을 늘려보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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