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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정 Jun 26. 2021

08. 너의 안녕한 일상

생산적이어야만 한다는 관념을 버리고 자책을 멈추자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많은 이들은 삶이 돈을 벌거나 근육을 키워 조각 같은 몸을 갖거나 교육과정에 대한 어떤 증서를 받아야만 생산적인 삶을 지내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나 또한 높은 스코어가 새겨진 결과 값을 얻어내야만 밥을 먹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주로...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대학생 때도 높은 성적, 어떠한 부분에 대하여 타인의 인정을 받는 데 몰두한 편이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만족시킬 수 없다면, 뭣하러 밥을 먹고 살아갈 필요가 있는지. 그래서 성적이 좋지 않거나 주변인들과 잘 지내지 못했을 때, 실제로 배가 고파도 몇 번은 의도적으로 굶기도 했었다. 공부도 못하고 내가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날 좋아해 주지 않는 거라고, 그래서 난 밥 먹을 자격도 없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말 같지도 않은 자책을 하며 실제적인 자기 고문을 했었지. 음... 글로 적어 놓고 보니, 마음이 좀 아프네.


 이 세상에 밥 먹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없다. 밥을 먹어도 되는 자격, 그런 자격은 없다.

 살아가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것이다. 대화하고 웃고 말하고 숨 쉬고 걷고 인사하고 사랑하고 울고 슬퍼하고 포옹하고 뛰고 주변을 살피고 반려동물을 돌보고 일하고 잠자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것이지, 반드시 무언가 성취하고 정복하고 높은 점수를 따내고 경쟁에서 승리하고 이기고 자격을 취득하고 승진하기 위해 먹고사는 게 아니다.


 몇몇의 경험을 , 사람은 그냥 살아도 된다는  알았다. 난 이걸 스스로를 극복해 내었다고 생각한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런 자기애가 있는 모든 말과 행동을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단속하라고. 목에 천만근의 족쇄를 채워 자나 깨나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살게 만들었던 어떤 사회적 통념, 주변인들의 말들과 주변 환경 그리고 나 자신의 엄했던 기준을 드디어 털어내고 있다. 피의 주간이라도 찾아오면 매 순간 말도 안 되는 자책의 그림자가 덮쳐오고, 회사나 기타 모임에서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훈장님 모먼트들이 튀어나와 괜히 내가 별로인 사람인 기분을 들게 하는 ㅈ같음이 곳곳 도사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도록 흔들리지 않으며 나를 나 그대로 괜찮다고 보살피며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가시적으로 뛰어난 뭔가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존재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성공의 증서를 받지 않아도,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냥 눈을 뜨고 살아있는 그대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고 즐기고 행복해도 문제없다.

 이걸 알고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을 했어야 했는지. 왜 그래야만 했을까... 사실 이유를 알고 있지만 더 이상 따지고 싶지 않다.

 

 지금도 많은 순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눈치를 본다.

 그래도 그 순간들의 끝에 결국은 '내가 낸데, 네가 뭔데 평가를 하지? 눈치를 볼 필요가 있나? 내 가치는 내가 안다.' 라며 자책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더 날  지켜내는 힘을 키워나갈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인정과 쟁취 욕구를 잠재우고, 보살피고 사랑해주는 방향으로 말이다.


 일상이란, 스스로가 일구는, 자신이 흡족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로 채우고 다듬어 정리해가는, 본인 스스로의 모습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일상을 유머와 사랑과 귀여움으로 채워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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