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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l 02. 2021

경찰

삐유~~웅!


 경찰차다. 큰 일 났다. 그는 경찰에게 무조건 공손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는 사이, 경찰차가 옆으로 오더니 창문을 내린다. 젊은 경찰관이 운전을 하고 있고, 옆에는 나이 경찰관이 타고 있다. 젊은 경찰관이 그에게 자전거를 세우라고 요구한다.

 그가 멈춰 서자 젊은 경찰관은 그의 신원 확인을 요구한다. 그는 배낭에서 여권을 꺼내서 차창 너머로 건넨다. 젊은 경찰관은 그의 여권을, 바코드 인식기 같은 기계로 찍는다. 잠시 동안 기계의 화면을 보더니, 여권을 돌려준다. 그는 경찰차 옆에 서 있으니, 자연스럽게 위축되는 느낌이 든다. 경찰차 위의 사이렌 불빛이 그의 얼굴빛을 계속 바꾼다.


 젊은 경찰관은 그에게 말한다. 그가 자전거를 타며 위반한 것이 3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는 헬맷을 쓰지 않았고, 안전등이 달려 있지 않으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는 할 말이 없다. 명명백백한 그의 잘못이다. 젊은 경찰관은 그가 어긴 사항들에 대해 벌금을 물어야 하며, 벌금은 각각 100, 200, 300불로 총 600불에 달하는 금액이라 한다. (어떤 위반 사항이 얼마의 금액이었는지 정확지 않다. 안전등 미비가 100불, 핸드폰이 200불, 헬맷 미착용이 300불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나 정확하지 않다.)


 600불이라니! 600불이면 그가 초밥 집에서 2주일을 일해야 버는 돈이다. 그는 벌금 액수에 정신이 번쩍 들며, 다급해지면서도 차분해진다. 그는 공손하게,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한다.


1) 핸드폰 - 자신이 길을 잘 몰라서, 구글 맵을 이용하며 가는 중이었다.

2) 안전등 - 원래 달려 있었는데, 도서관에 세워둔 새에 누가 가져간 것인지 깨져 있었다.

3) 헬맷 - 헬맷은 미안하다.(Sorry) 주의하겠다.

4) 지금부터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가겠다.

(그는 정말 이대로 이야기했다. 그의 영어는 탁월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미사여구나 화려한 표현이 없다.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뜻만을 전달한다)


 그의 말을 듣고, 젊은 경찰관은 말이 없다. 젊은 경찰관은 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워킹홀리데이 비자의 청년이 도심에서 꽤 떨어진 단독 주택가를 지나고 있다. 상황 설명을 들어보니 그의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아직 백인의 얼굴 표정을 정확히 읽지는 못하지만, 젊은 경찰관의 얼굴이 처음보다는 인간적으로 보인다.

 젊은 경찰관이 말이 없자, 옆에 있던  나이든 경찰관이 입을 연다. 핸드폰을 보면서 가다가 사고가 나면 어쩔 것이냐, 헬맷도 쓰지 않았으니 더 심하게 다칠 수 있지 않느냐, 야광등을 달지 않았으니 지나가던 차가 못 보면 어떻게 할 것이냐, 원래대로면 우리는 너에게 600불을 청구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는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주의하겠다고 말한다.


 나이든 경찰관은 다음부터는 주의하라고 당부하며, 벌금을 징수하지 않고 떠난다. 그는 너무나도 놀랍고, 고맙다. 호주 경찰관에게 존경심 비슷한 감정이 생겨나는 듯하다. 땡큐땡큐를 연발하는 그를 뒤로 하고, 경찰차는 떠난다.

 경찰차가 떠난 뒤, 그는 구글 맵으로 남은 거리를 본다. 아직 30분은 족히 가야 한다. 그는 경찰차도 떠났겠다, 다시 라이딩을 즐겨볼까 생각하지만 이내 접는다. 그가 그 생각을 접은 이유는, 한 번 봐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존중도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는, 혹시나 경찰차가 가는 척하고 어디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더 컸다.


 그는 자전거에서 내렸다. 자전거를 끌면서 걸어간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재생한다. 걸어가는 것이니 구글 맵에서 본 30분보다 배로 걸릴 것이다. 그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달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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