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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l 02. 2021

Tom

 Tom이 그에게 샵을 온전히 맡긴 적은 없으므로, 그는 항상 Tom과 함께 일했다. 그와 Tom은 꽤 잘 어울리는 콤비다.

 Tom은 호주 시민권자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Tom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았으리라. Tom은 결혼을 한 가장이다. 가끔 Tom의 부인이 샵에 나와 일을 돕기도 했다. 그는 Tom의 부인에게도 살갑게 인사했다. Tom 부부는 자신들끼리 이야기할 때에는 중국어를 썼다. 그가 중국어를 실물로 접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언젠가 그는 Tom에게, 자신을 뽑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속으로는 내심, 칭찬을 기대했다. 하지만 Tom은 꾸밈없는 사람이었다. Tom은 그에게, 자신이 그를 뽑은 이유는 단지 '그 당시에 사람이 필요해서' 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그는 칭찬을 받지 못해 슬프면서도, 동시에 놀랐다. 그가 뽑혔던 이유는 결국 운이었다. Tom의 수요와 그의 공급이 공교롭게도 맞아떨어졌던 것 뿐이다. Tom이 한 가지는 칭찬했는데, 그의 이력서 중 뒷면의 Cover Letter였다. 그는 Resume와 Cover Letter를 한국에서 준비했다. 해외에서 살다가 온 친구에게 부탁해서, 친구의 영어 이력서를 일부 가져다가 그대로 썼다. 친구의 영문 이력서에는, 그가 처음 보는 단어와 문구가 많았다. Tom이 칭찬하는 Cover Letter는 이 부분일 것이다. Tom은 그의 Cover Letter를 보곤, 그가 영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Tom과 그는 손님이 몰려오는 점심시간을 대비해 초밥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그때, 누군가가 초밥 샵으로 다가왔다. 그는 초밥을 만드는 일에 열중했기 때문에, 설거지를 위해 뒤돌아선 후에야 Tom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았다. 대화가 끝난 후, Tom의 손에는 한 장의 이력서가 들려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상점이 이력서를 받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Tom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 Tom과 그는 이력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력서의 주인은 대만인이고, 여자이고, 워킹홀리데이 중이다. 언뜻 보니 그의 이력서와는 달리, 폰트와 양식이 깔끔하다. 척 봐도 이력서에 신경 쓴 티가 난다. 게다가 언어 능력이 출중했다. 중국어 / 영어 / 스페인어 / 불어까지도 구사한다고 적혀 있다. Tom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 사람과 그에게 샵을 맡기고 자신은 다른 일을 해서 수입을 올리면 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이력서의 주인은 면접조차 보지 못했다.


 Tom이 운영하는 초밥 집은 프랜차이즈다. 2주일에 한 번씩 본사에서 사람들이 와서 Tom의 초밥 집을 점검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인과 일본인이 와서 점검했다. 일본인은 주로 칼을 점검했고, 한국인은 전반적인 위생 상태를 점검했다. Tom의 상점이 심각한 지적을 받은 적은 없다.

 그가 보기에, Tom은 다른 수입원을 찾는 듯했다. Tom은 종종 그에게, 자신이 사람을 한 명 더 뽑을 것이니 그가 교육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대답에 Tom은, 그러면 자신은 건너편의 식료품 점에서 일을 해도 되겠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달랐다. 그는 Tom의 초밥집에서 자신의 워킹홀리데이 1년을 전부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 초밥집 일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최저 시급에 미달하는 돈에도 약간의 불만이 싹트기 시작한 그다. 그는 Tom을 좋아했고, 그와 Tom은 꽤 잘 어울리는 콤비였다. 하지만 각자가 그리는 미래는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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