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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l 02. 2021

호주 초밥, 손님

 그가 처음 얻은, 스시 샵에서의 주방 보조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대부분 한가했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손님들이 몰려드는 때가 있었고, 초밥이 부족하면 채워 넣어야 했으며 설거지는 절대로 남아 있어선 안됐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즐거웠다. 먼 타국에서 자신의 힘으로 일을 찾고, 자신의 노동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현지 동화, 워킹홀리데이의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최저시급보다 덜 받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당시의 그는 꽤나 순수했다. 첫 술에 배부를 리는 없다며, 그래도 그가 하는 일에서 초밥을 말고 칼을 쓰는 것이 무언가 요리를 배우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그가 만들던 초밥은 엄밀히 말하자면 일식 초밥과는 다른, 호주인에게 맞게 개량된 '호주 초밥'이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와사비의 유무다. 호주인을 비롯한 서양인은 동양인보다 입맛이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그들이 입에 안 맞아하거나 알러지를 일으키는 식재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와사비일 것이다. 코를 톡 쏘는 와사비의 존재조차 모르는 서양인이 많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그가 일하는 초밥 샵의 초밥에는 와사비가 들어있지 않았다. 대신, 아보카도를 넣었다. 와사비 대용으로 아보카도를 넣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초밥을 만들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색깔도 비슷하겠다, 초밥 느낌이 나게끔 하는 장식 같다고 느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호주인들은 아보카도를 상당히 많이 소비한다. 그가 만드는 초밥 중에는 아보카도 하나를 통째로 넣은 '아보카도 초밥'도 있다. 그는 호주에서 아보카도 실물을 처음 보았고, 처음 맛보았다. 그는 아직 아보카도 맛을 깨닫지 못한 상태라, 아보카도 초밥이 밍밍한 초밥이라고 생각한다.



 초밥 샵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했다. 주로 백인들이며,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 쇼핑을 왔다가, 나가는 길에 초밥이 눈에 띄자 온 주부나 가족단위 손님

2) 건설 현장 노동자들. 주변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이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손님


 2번 부류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그와 Tom에게는 단골손님이자 가장 큰 수입원이었다. 그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을 직접 봤다면 누구나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들의 옷차림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들은 다들 형광(주황색이나 야광색) 조끼나 형광 반팔티를 입고 있었고, 신발은 등산화처럼 발목이 높고 바닥이 두꺼운 작업화를 신었다. 대부분은 안전모를 현장에 두고 오지만, 가끔 안전모를 쓴 채로 오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전신에는 흙인지 시멘트인지 무엇인지 모를, 갈색 검은색 흰색의 얼룩이 수없이 묻어 있었다.


 그는 이 건설 노동자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의 개인적 성향이리라. 그는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일, 땀을 흘리며 노동하는 일을 동경했다.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그 일을 한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마초, 남자 중의 남자, 상남자의 이미지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그들의 영어는 거칠면서도 쾌활했다. 그들은 투박한 손과 헝클어진 머리, 정리하지 않은 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입은 형광 조끼와 바지, 작업화가 그렇게나 멋있어 보였다. 온몸이 먼지로 뿌옇게 된 탓에, 그들의 눈동자는 더 빛이 나 보였다. 그는 이들이 전투에 나가는 전사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계획은 아직 없지만, 언젠가는 자신도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이들처럼 야성을 내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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