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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윤상학 Oct 31. 2024

캐나다 단풍 여행 1

메이플로드와 나이아가라

여행 피로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나이 탓인가 싶기도 한데, 귀국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시차 적응 덜되어 낮밤이 바뀐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무거운 몸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근히 걱정도 된다. 내년 봄 한 달가량으로 파리와 남프랑스 자유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지난번 캐나다 자유 여행 못하듯 또 꿈으로만 그치고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석연찮은 생각 말이다.


10월 7일(월)부터 18일(금)까지 10박 12일로 다녀온

캐나다 메이플 로드와 나이아가라 폭포 여정은 환상적이었다. 2018년 윈난 성 차마고도 여행 이후, 그리고 갑자기 몰아닥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유행으로 발 묶인 3~4년의 세월 지나 무려 6년 만의 바깥 나들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기분 대전환되어 감동은 더욱 컸을지도 모른다.


메이플 로드 단풍 구경 여정은 캐나다 도착한 토론토 피어슨 인터내셔널 공항에서 차로 3시간가량 떨어진 거리의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천섬(Thousand Islands)을 유람선으로 들러 보는 것에서 출발하여 세인트 로렌스 강을 끼고 북으로 달려 몬트리올에서 1박으로 첫 숙박과 주요 관광지 둘러본 후 본격적인 단풍 구경은 북쪽의 퀘벡으로 5시간가량  달려 라말베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샤를브와, 베생폴, 퀘벡, 몽트랑블랑, 오타와, 알곤퀸 주립공원,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으로 이어지는 루트였다.


                         메이플 로드 주요 이동 경로




첫 번째로 들렀던 천섬과 첫 숙박을 하였던 몬트리올은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서 10월 말이나 11월 초 경이되어야 단풍 풍경이 좋을 듯하였다.


천섬에서는 락포트 지점에서 유람선을 승선하였고, 1시간가량을 승선하여 섬들을 둘러보았다. 예전에 천섬을 다녀갔다는 분은 그때 단풍 든 모습이 너무 감명 깊어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단풍이 전혀 물들지 않아서 많이 실망하였다. 나는 남쪽의 지역은 크게 기대하지를 않고 온 데다 원래 유람선을 타고 구경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기에 큰 기대가 없어서 크게 실망은 하지 않았다.

                 

                   천섬(Thousand  Iselands)



천섬에서 유람선 탑승으로 관광을 마친 후 3시간가량을 달려 몬트리올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졌을 때였다. 우선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스테이크 체인점으로 알려진 ' The Keg'에 들러 소고기 스테이크를 저녁으로 먹었다. 스테이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으나 와인 한잔 곁들어서 알코올 기운으로 그런대로 맛나게 먹었다. 식사 후엔 식당에서부터 도보로 자크 까르띠에 광장까지 걸어 나와 불 밝힌 광장의 야경을 구경하였다.

캐나다 도시 안으로 발걸음을 들여놓고 있다는 것에 살짝 들뜬 마음으로 다녔다.


몬트리올 'The Keg' 레스토랑과 자크 까르띠에 광장



이튿날 날이 밝아서는 엊저녁 야경 속에서 보았던 자크 까르띠에 광장을 다시 방문하여 둘러본 후 성요셉 성당과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

성요셉 성당과 노트르담 대성당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성요셉 성당은 성당을 지으신 앙드레 수도사의 삶과 관련하여 특별히 기억되는 곳이다. 앙드레 수도사는 12살에 부모를 모두 여의는 고아가 되었고,  성 십자가 수도회에 입회함으로써 성직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 학교 문지기로 직무를 시작하면서 우연히 아픈 환자 몸에 손을 대어 치유하게 되었고,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온 수많은 불치병의 환자들을 치유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수도사였다. 평생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 돌보는 과 병자들에 헌신하며 살았고, 2010년도에는 로마 교황청에 의해 성인으로 추서 되었다고 한다. 고아였었고 어렵고 힘든 삶으로 출발하였으나 그것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 내어 훌륭한 족적을 남긴 삶에 곧잘 가난했던 집안을 탓하며 툴툴대곤 하는 자신이 몹시 비루해 보여 부끄러워졌다. 너무나 대조적인 삶을 살아낸 한 인간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 가득 갖게 되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성당이다.

성당에는 당시 치료받았던 환자들이 두고 간 지팡이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몬트리올 성요셉 성당



노트르담 대성당은 실내 건축미가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바티칸 시티의 성베드로 성당, 밀라노의 대성당,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여러 성당을 보았지만, 실내 가득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압도적이었다.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한눈에 들어오는 섬세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잘 절제된 양식, 건축에 쓰인 재료와 지어진 형태와 색상의 조화가 화려한 듯 차분한 묘한 분위기, 특히 어둠 속에 고요히 파랗게 빛나는 색상은 태곳적 신비까지 감돌게 하여  주님의 전당으로, 주님께 서원하는 공간으로, 온전히 기도에 몰입하기에 이다지도 효과적인 공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한 기도처로서의 기능을 갖춘 곳으로 보였다. 그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하였고 저절로 무릎이 굽혀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몬트리올 노트르담 대성당과 성당 앞 다름 광장



10월 8일(화), 2박째인 라말베 지역에서 숙박한 페어몬트 계열의 호텔(Hotel Fàirmont La Manoir Richeleu)은 그 위치가 세인트로렌스 강을 해가 뜨는 동쪽으로 마주한 기슭에서 강을 바라보며, 뒤로는 포근히 숲이 안아주는 산자락에 위치하여 있었다.  

끝없을 듯 대양 같은 너른 세인트로렌스 강의, 햇빛 받아 반짝이는 잔잔한 물결과 곱게 물든 단풍과 언덕에 우뚝 웅장한 고성 모양의 건물이 더할 나위 없는 환상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어서 그 속에 풍덩 몸 적시고 있는 순간이 꿈만 같았다.


               세인트 로렌스 강변에 위치한 호텔

       (Hotel Fàirmont La Manoir Richeleu)

메이플 로드의 시작점인 라말베에 위치한 호텔

(실내,외 풀장 사진은 호텔 홍보용 사진 이용함)



이른 아침 떠오르는 찬란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호텔 정원과 정원에서 바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고요히 산책을 하는 것도, 해 질 녘 불그스레 물들어 가는 강물의 고요한 물결과 더불어 담쟁이 붉게 타고 올라가는 진중한 호텔 건물을 조망하며 걷는 도, 불 밝힌 밤 은은한 불 빛 속에 잠든 호텔 정원을 거니는 것도, 저녁 식사를 하고 숲으로 둘러싸인 따스한 온수의 야외 풀에서 청아힌 공기 호흡하며 수영을 하는 것도 모두 꿈결 같은 일이었다.

  


이튿날(10월 9일, 수)호텔 옆으로 난 산책길을 시작으로 트래킹에 나섰다. 하늘은 높고 더없이 맑고 파랬으며, 몇몇 하얀 솜구름은 미동도 않고 고요히 정물처럼 떠있었고, 트래킹 중간중간 마련된 포인트 뷰를 통해 내려다 보이는 세인트로렌스 강은 햇살을 받아 보드랍게 반짝이고 있었으며, 울긋불긋 잎새로 단장한 숲은 가을 절정의 향취를 한껏 내뿜고 있어 하늘, 강, 산 자연 모두가 합창으로 우리들의  나들이를 축복하고 있는 듯하였다.

그렇게 40여분의 트래킹(원래는 2시간 30분 정도의 코스였으나 인천 공항서 출국 후 이틀간 연속 장거리를 이동해 온 탓에 지친 몸들이라 시간 단축으로 일정 조정함)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이어서 메이플 로드 여정이 계속 이루어졌다.


퀘벡은 몬트리올과 더불어 캐나다의 프랑스라고 하는데, 지명도 프랑스어 냄새가 물씬 난다. 그중 참 예쁜 지명으로 생각되는 샤를브와(Charlevoix) 지역을 버스와 기차로 달리며 메이플 로드를 관통하였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동안 도로 양편으로 끝없이 너르고 완만하게 산이 이어져 있었는데, 그 완만한 각도의 널찍한 산이 보여주는 단풍 풍경이 한눈에 시야 가득 들어와 단풍을 감상하기에 충만한 형태였다.


동그란 모양을 한 알록달록 단풍 든 나무들과 그 사이사이 마치 단풍 풍경을 돋워 주도록 일부러 그렇게 연출한 듯 점점이 푸르게 자리한  침엽수들은 올망졸망 아기자기한 정겹고 사랑스러운 풍경을 이루어 동화 속의 예쁜 그림을 보는 듯, 샤를브와 단풍 열차 탑승역까지  1시간가량을 그렇게 이어져 단풍 천국으로 빠져 들게 하였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샤를브와에서는 일명 단풍 열차로 불리어지는 기차를 타고 샤를브와 일대의 메이플 로드를 1시간 정도를 이동하여 몽모렌시 지역까지 기차 여행을 하였다. 기차는 마치 봉화 지역을 운행하는 관광 기차처럼 3량 정도로 단출하여 정감이 갔는데, 단풍을 가을 성찬으로 정성스레 준비했으니 충분히 즐겨달라는 듯 천천히 달려주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 로드가 때로는 숲만, 때로는 주택들이 한갓지게 단풍의 향연 속에 마치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천국은 이러하리라... 감탄의 연속이었다.


버스로 기차로 이동하며 조망한 풍경이라 스마트폰으로는 그 넓디넓게 전개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담아내기가 어려웠다. 그저 마음에 꾹꾹 새겨야 했다.


           샤를브와 단풍 열차와 몽모렌시 폭포

          


메이플 로드를 통해 만난 동네, 베생폴.

예술 마을로 통하는 많은 그림과 조각, 사진들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이루어진 베생폴은 완만한 산 어느 한 자락 아래 소담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자그마하고 예쁜 건물들로 이루어진 동네엔 갤러리들 마다 개성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시간만 넉넉하면 둘러보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았다.



                     베생폴(Baie Saint Paul)




이어서 찾아몽모렌시 폭포 지역에서는 안내소와 매표소가 있는 곳에서 정면으로 폭포를 먼 거리에서 조망도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위쪽으로 이동하여서는  폭포 바싹 가까이 옆으로, 뒤로, 위로 마련된 계단, 다리를 따라 접근하여, 높이로는 나이아가라 폭포보다는 높다는 위치에서 낙하하는 폭포의 엄청난 수량과 그 물의 질량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낙차 소리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몽모렌시 폭포(Chute Montmorency)



다음으로 들른 곳은 생땅캐년으로 가는 길에  있는 성안느 드 보프레성당(Sainte-Anne-de-Beaupré)

이었다.

17세기 초 세인트로렌스 강에서 배가 난파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거기 탔던 선원들이 성녀 안나(마리아의 친모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외할머니)

전구로 살아난 뒤 이 성당을 지어 봉헌하였다고 한다.

성당을 짓는 중에도 끊임없이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며, 지금도 많은 치유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성안느 드 보프레성당(Sainte-Anne-de-Beaupré)


퀘벡으로 가는 길목에 들렀던 생땡캐년은 들어가는 입구의 안내소와 매표소의 영어, 프랑스어로 된 안내문과 입구를 통해 들어가서 만나게 되는 곰과 몇몇 동물들의 조형물만 아니라면 우리나라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어느 계곡을 온 듯 익숙한 가을 무르익어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입구  쪽은 설악산을 많이 연상케 하였다.

산이란 곳이, 또는 모든 자연이 늘 그렇듯 더구나  상쾌한 공기 속에 풍겨지는 가을 한가운데에 있는 산의 정취는 우리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감탄하며 웃으며 밝게 부서져 들어오는 햇빛으로 반짝이는 훤칠한 나무군락 아래서 찰칵, 하얀 포말 일으키며 콸콸 쏟아지는 폭포수 낀 기다란 계곡 뒷배경 좋은 곳에서 찰칵, 앞에서도 찍어주고 뒤에서도 찍어주고, 연신 서로의 즐거운 순간들을 포착하여 챙겨주는 모습들이 저절로 나온다.

혼자서 또는 삼삼오오로 하트 모양, 만세 모양, 점프도 하며 어디 모두 60대, 70대라고 할까. 저 까마득한 국민학교 운동장서 뛰어놀던 모습으로 돌아간 우리들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계곡을 따라 40여 분간 트래킹을 하였다.


           생땅캐년(Sainte- Anne Canyon)


점점 퀘벡 시내에 가까워지면서 진입 직전에 있는 오를레앙 섬을 방문하였다. 세인트로렌스강에 있는 섬으로 다리와 연결되어 있어서 버스 그대로 진입하여 단풍 속에 함께 물든 예쁜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조망하였다. 두 군데의 식료품점에 들러 지역에서 생산하는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류도 구경하고 캐나다가 자랑하는 메이플로 만든 시럽, 초콜릿 등이나 아이스와인을 둘러보고 구매들도 하였고, 추수 감사절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가게 앞에 잔뜩 쌓아둔 커다랗고 노란 호박이 색다른 풍경이어 캐나다 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였고, 그 앞에서 모두 사진을 기념으로 담기도 하였다.


            오를레앙 섬에서 들렀던 식료품 가게



오를레앙에서 퀘벡 시내로 가는 도로 옆으로는 마치 동네 배경으로 펼쳐 놓은 것 마냥 낮으막한 산이 줄자를 늘여놓은 듯 높낮이에 크게 차이 없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 아래에 띄엄띄엄 깃들어 있는 작고 예쁜 주택과 더불어 또 역시 그림 동화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샤를브와에서 퀘벡 시내까지 그야말로 단풍 천지인 메이플 로드였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그림 동화 같은 예쁜 풍경으로 한 톨의 실망 없이 완벽한 단풍 나들이였으며, 황홀경에 젖어든 여정이었다.


캐나다 입국한 지 사흘 째 되는 날인 10월 9일(수) 밤, 드디어 퀘벡 시내에 진입하였다.

식당을 들러 저녁을 먹고, 퀘벡 시내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캄캄한 밤이 되어 있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 잠긴 시내는 불빛으로 신비로움 가득하였는데, 풍경 느낄 여유 없이 가이드가  야경 풍경이 가장 좋은 곳이라며 분주하게 지역의회 의사당과 분수대가 있는 앞에서 설명하고, 사진을 찍어 주며 퀘벡 시내 진입은 그렇게 좀 소란스럽게 정신없 이루어졌으며, 어둠 속에 도착하여 아직 퀘벡 시내임을 실감하지는 못하였다.


아침이 되었다. 호텔 조식을 먹고 온종일을 퀘벡 시내 관광하는 날이다.

호텔은 주요 관광지에 인접해 있어서 도보로 쉽게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실감 안 나던 어젯밤과는 달리 햇살 가득 쏟아지는 낮에 드러난 시가지에서 퀘벡에 와 있음을 실감하였다.


드디어 퀘벡을 왔다.


몇 년 전 방영하였던 드라마 '도깨비'로 국내에선 더욱 명성을 얻고 있는 퀘벡.

좋아하는 취향의 드라마가 아니어서 도깨비를 시청하지는 않았다.

대체로 서민의 고단한 일상의 희로애락을 잔잔히 풀어내거나 잔잔한 스토리 중에도 요소요소에 코믹 한 스푼이 들어 있거나, 아니면 어둡고 무거운 삶을 다루면서도 따스한 온기가 스며있는 휴먼 드라마, 이를테면 그들이 사는 세상, 디어 마이 프렌즈, 우리들의 블루스류나,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 생활류나,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같은 류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대체로 노희경, 이우정, 박혜영 작가가 참여한 작품은 우선 챙겨 보고, 그들의 차기작을 기다리곤 하는, 이와 같은 너무나 현실적인 스토리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공상적이거나 무슨 신비한 기운에 기대어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은 영 와닿지가 않아 그런 류의 드라마와 영화는 거의 시청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목부터가 물씬 신비한 기운 넘쳐서 도깨비를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채널 돌리며 언뜻 한 두 번 스치며 보았던 건물, 거기에 꽂혔었다. 그래서 강렬히 가보고 싶은 욕망을 일으킨 퀘벡.

그래서 2019년 일 년을 거의 몸과 마을을 지배하여 달뜨게 했던 퀘벡. 결국 못 이룬 꿈을 드디어 이루게 되었다.

가이드를 따라 어퍼 타운(Upper Town), 로워타운(Lower Town)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았는데, 핵심 포인트들이 모두 붙어 있어서 짧은 동선에서 모두 구경할 수 있었다. 가이드는 핵심 지역에 대한 안내를 마친 후 떠나고, 모두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자유롭게 돌아보았다. 날씨는 약간 쌀쌀하였으나 관광객들은 물밀듯 하지는 않았지만 꽤 많았다. 현지 캐나다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라 하더니 많았고, 역시 다른 여행사를 통해서 온 우리 한국인들과 인도인, 중국인들도 많았다.

이번엔 혼자 간 여행이어서 룸 조인한 룸메이트와 함께 동행하여 여러 곳을 찬찬히 다시 둘러보았다. 각종 아기자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에 마음 홀리기도 하고, 상호 새겨진 예쁜 간판과 여러 소품들로 장식된 출입구를 가진  늘어선 가게들을 출입하여 이것저것 구경하며 흐뭇해지는 마음 가운데에서도 마음 한편에는 좀 전 급하게 진행하는 가이드를 따라 사진 촬영하기에 바빠 제대로 감상 못한 대미를 장식할 그것에 꽂혀 있었다. 룸메이트가 몸살기가 있다며 먼저 호텔로 가고 난 후, 그 대미를 장식하러 발길을 분주하게 옮겼다.


더프린 테라스에 도착하였을 때,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세인트로렌스강은 붉은 기운이 가득하였다. 그 강을 우뚝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고성도 마찬가지로 사위어가는 붉은 기운의 낙조 속에 한줄기 빛을 받아 환하게 묵묵히 자리하고 있었다.

강을 내려다보게 되어 있는 테라스에서 붉게 물든 광폭의 장대한 강물을 하염없이 내려다보며, 돌아서서 환한 빛 받고 있는 성을 한참이나 올려다보며 황홀에 빠졌었다. 그곳에 있는 것에 감사하였고,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였다.

테라스를 천천히 산책도 하며, 강과 고성을 번갈아 바라보며 분위기 만끽하는 사이 어느새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고 건물에 조명이 들어오고 분위기는 점점 신비함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희망했던 대로 원하던 공간에서 특별히 생각 못했던 의외의 낙조의 순간을 온전히 몰입하여 온몸으로 느끼는 행운을 가졌었다.

언젠가 다시 또 오고 싶다는 마음 가득히 안으며 호텔로 돌아갔다.


고성이라 한 그곳은 고성을 닮았다 하여 호텔 이름에까지  성을 의미하는 Chateau가 붙여진 페어몬트 계열의 호텔,  Fairmont Le Chateau Frontenac이다.

      Fairmont Le Chateau Frontenac 호텔

                           올드 퀘벡의 여러 풍경




퀘벡에서 이틀을 머문 숙소는 Monsieur Jean. Hotel  Particulier이었다.  가정집 대문 같은 자그마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만나는 로비는 강렬한 색상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현대적인 감각의 아담한 부티크 스타일의 호텔이었다. 대체로 깔끔하고 무채색으로 단정하게 정리된 모던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입장으로선 좀 요란스럽고 정신없게 하는 스타일로 여겨졌으며 요사스러운 느낌마저 들어  왠지 불편했는데, 인스타그램을 한다는 룸메이트는 너무 예뻐하며 여기저기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었다. 물론 위치는 힐튼 보다 좀 더 관광 핵심지에 근접해 있어서 호텔 드나들며 관광하기에 수월하여 부티크 스타일의 숙소를 좋아한다면 묵을 만하다.

아무튼 처음 여행 상품 출시할 때 공지한 숙소는 힐튼 호텔이었는데, 여행사 대표가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변경했다고 하더라만 대형 체인의 호텔을 좋아하는 데다 공지에 올라온 시원하게 쑥 올라간 빌딩에 잘 갖춰진 시설들에서, 특히 레스토랑과 수영장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높은 레스토랑에서 바깥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퀘벡 시내의 조망 잘 갖춰진 수영장에서 유유자적 수영 즐기는 것을 잔뜩 기대하고 왔던 터라 아담한 호텔 입구에 서자마자 실망이 컸고 대표에게 배신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여행할 때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일부러 좋은 호텔을 찾아가며 호캉스까지 하는 입장으로선 너무나 실망이 컸다. 동행한 한분도 몹시 실망하였다. 먼저 여행 다녀온 친구가 힐튼 호텔에 대해 극찬을 하더라며 못내 아쉬워하였다. 그래서 웬만하면 여행사는 호텔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타사 대비 꽤나 비싼 경비를 지불할 때는 그만한 이유 때문에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차량으로 자리 이동할 때  두세 번 정도 힐튼 앞을 지나갔는데 우뚝 시원하게 올라간 빌딩 볼 때마다  '저기서 퀘벡 시내를 내려다보며 조식과 커피 즐기고 , 유유자적 수영할 수 있었는데 '하며 채우지 못한 욕구로 속상하고 화가 났다. 지금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잊었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다른 분들은 객실이 배정 되어 하나, 둘 로비를 떠나는데, 우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대표분이 계속 직원과 얘기 나누며 좀체로 방 배정이 되지를 않았다. 40여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 대표가 와서는 오전 근무팀이 우리에게 배정해야 할 트윈 베드 룸을 실수로 다른 손님에게 배정하는 바람에 트윈 베드 룸이 매진되었다며, 오늘은 더블 베드룸을 이용하고 내일 트윈룸으로 바꿔주겠다고 한다고 하였다. 매일 1박씩 하고 매일 짐을 싸야하는 일정에서 모처럼 한 숙소에서 2박을 하여 짐 싸는 부담에서 해방되는 거라 한숨 놓았던 숙소인데, 더블베드에서 낯선 사람과 한 침대를 쓰는 것도 부담이었지만 짐 싸야 하는 부담감이 더 싫었다. 그래서 우리 둘 다 싫은 기색을 하였더니 대표가 다시 카운터로 가더니 한참이나 얘기를 나눈 후 돌아와서는 각각에게 룸을 하나씩 배정해주기로 했다고 하였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라고 하더니, 갑자기 반전된 소식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1시간 정도의 시간 후 배정된 방으로 들어갔을 때, 방에서 내다 보이는 조망에 또 한번 기분이 좋았다. 호텔 맞은 편에 있는 성당 모양의 예쁜 건물과 마을, 그리고 그 너머로 세인트로렌스강 까지 보여, 조명 켜진 밤의 풍경도, 해 뜨는 다음 날 아침 여명에서 부터 강 가득 붉게 물들어 가는 일출까지, 황홀한 전망을 온전히 즐기는 행운도.가졌다. 다음날 일행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았을 때, 우리들의 룸 컨디션이, 특히 나의 방이 가장 좋은 듯하였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를 확실하게 경험한 호텔이었으며, 결과는 좋았으나 아무튼 직원들이 잘 훈련되어 있는 대형 체인 호텔에서는 좀체 일어날 수 없는 실수와 서툰 일처리 방식의 역사가 짧은 작은 호텔

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오랜 세월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검증된 대형 체인의 호텔을 선호한다. 특히 해외에서는 더더구나 더 그렇다.


             퀘백에서 묵었던 호텔에서 바라 본 전망



10월 11일(금)은 퀘벡을 떠나 4시간 정도를 남쪽으로 달려 몬트리올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몽트랑블랑이라는 산으로 갔다.

지금까지의 단풍 구경이 도로를 달리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주로 구경하였다면 이번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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