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걸 가을이라고 불러요
동남아 여행도 가기 싫을 만큼 지긋지긋했던 여름이 끝나고
콧구멍 안으로 찬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가을이 시작되자마자
그렇게 기대하고 고대하던 캠핑을 떠났다.
남편 없이 둘째만 데리고 떠난 캠핑은 정말이지 너무나 벅차고 감사했다.
작년부터 준비했던 텐트와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장비들의 설치는 어설픈 준비와 세팅이었지만
고수의 문턱에 있는 사촌오빠와 새언니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 없이 완벽한 캠핑을 즐겼다.
그렇게 남편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자신감과 의심은 현실이 됐다.
저녁이면 이불속에 쏙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큼 싸늘했고
낮이면 추웠던 내 피부를 보호하던 겉옷을 잠시 벗어둘 만큼 따뜻했다.
완벽한 가을이었고 행복한 캠핑이었다.
저녁이면 혼자 밤마다 1kg의 장작을 다 불태워버린 둘째의 낭만이 내 마음도 따뜻하게 만들었다.
나는 행복했다.
이렇게 차갑고 따뜻한 계절이 곧 지나갈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