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하루키

하루키의 달리기? 나에게는 무엇?

by Chloe J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삶의 메타포다. 메타포라는 말이 은유, 비유를 말하니 다시 생각해 보면 하루키에게 달리기가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가에게 달리기가 메타포라는 사실이 마음에 닿지는 않았다. 내게 운동은 그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무엇이었다. 운동이란 현관까지 나가기가 힘들고 막상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내 몸과 마음을 위해 할 수 있는 귀찮지만 효과가 좋다고 검증된 행위일 뿐이었다.


책을 읽을수록 하루키의 달리기에 빠져들었다. 그의 달리기는 그가 소설가로 살아가는 사람인 것처럼 그의 정체성이자 그의 삶이었다. 목적이 없으면 절대 뛰지 않는 나는 단지 운동인 달리기를 매일 한 시간씩 하는 그가 가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등산으로 치면 "다시 내려올 산을 왜 오르지?"와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한 장씩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알게 된다. 그의 달리기는 그의 삶이었다. 아무도 오늘을 뛰어넘어 내일로 가는 사람은 없다. 그 어떤 권력을 가진 사람도 과거 없이 오늘에 존재하지 못한다. 작가로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한 글자씩 쏟아낸 문장이 없다면, 한 문장씩 채워간 한 장이 없다면 글은, 책은, 소설은 있을 수 없다.


하루키는 달리는 사람이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그게 그의 삶이다. 나에게는 그의 달리기 같은 삶의 메타포가 뭘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껏 살면서 이런 걸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나는 뭐 하는 사람인가? 나는 직업인이긴 하지만 투철하거나 위대한 직업정신을 가지지 못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잘 쓰지도 못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도 할 수도 없다. 책을 읽는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책을 흘려 읽는다. 가끔은 내가 책을 읽는 게 지적 허영심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이해가 안 되는데 계속 읽는다는 행위를 하고 있다. 마인드맵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안 그린다고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그냥 그리고 나면 생각이 잘 정리되고 책도 나름의 결론을 낼 수 있어서 생각정리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지만 스스로를 더 발전시켜 결과물을 만들어보려는 의지가 아직은 없는 듯하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지만 재능이 없다. ㅎㅎ 탁구를 치고 헬스장에 주기적으로 나가는 사람이지만 일이 있어서 쉬는 날이 더 행복하다. 물론 잘하지도 못한다. 집에서 주부라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진짜 마지못해 하고 있다. 나란 인간은 생각 없이 살았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만들어봐야겠다. 나는 뭐 하는 인간이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한참을 고민했다. 본업을 사랑하지만 뛰어난 희생정신을 갖고 있지 못해서 슈바이처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도 삶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직업에 답답함이 생겼을 때 그 마음을 달래주던 건 컴퓨터 화면에 글쓰기 새하얀 화면, 깜빡이는 커서! 바로 그것이었다.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더라도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왔다. (물론 알아봐 준다면 춤이라도 출지도...)


네이버 저품질 블로그로 하나의 계정을 말아먹고 2달의 자숙기간을 가지면서 장벽이란 없는 것처럼 보이던 블로그가 내 삶에 이렇게 깊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2월 12일 블로그 계정을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숙기간 동안 가졌던 잘 꾸려보겠다는 마음은 욕심이 되어 돌아왔다. 글 하나라도 올리면 블로그 지수를 검색하고 누락여부를 알아보게 되었다. 몰랐을 때 없었던 집착이 생기면서 조바심이 났다. 많이 쓰고 얼른 성장하고 싶었다. 달리기로 치면 오버페이스다. 마라톤에서 오버페이스를 하면 완주를 할 수 없다. 지쳐버리게 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그만둘 핑계를 찾아 골라낼지도 모른다. 블로그도 글쓰기도 긴텀을 가진 인생과도 같은 레이스다.


아직 나는 내 페이스도 알지 못하는 초보다. 이럴 때일수록 조금씩 도전을 더해가며 역량을 키울 때다. 이곳에서 경쟁자는 어제의 나이엔 없다. 당장이라도 못하게 만들 사람도 나뿐이다. 한 트럭만큼의 그만둘 이유 속에서 계속 써야 하는 이유를 소중히 키워나가는 것도 나다. 한 발씩 나아가 결국 완주하는 마라톤처럼 포기하지 않고 한 문장씩 쌓아가다 보면 책이든 블로그든 삶의 여정에 어디쯤 도달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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