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정아은

by Chloe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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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내 마음을 잡아끈 부분은 에필로그에 있었다. 물론 다양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지식의 전달과 생생한 작가로 살아가는 현실을 보여줄 때의 재미보다 한 구절 던진 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길 가다 만나는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생,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전화 속 텔레마케터의 목소리, 쇼핑몰 한 구석에 앉아 신용카드 개설을 권유하는 중년의 여성... 세상에는 거절당하기를 핵심 정체성으로 한 직업이 많았다.

정교하고 치밀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거절을 핵심 정체성으로 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지금까지 내 삶을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거절당하며 살았나? 사실 너무 두려워하며 살았다. 그 거절이라는 것을... 다르게 말하면 인정욕구에 목메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원가족에서도 부모에게 동생과의 사이에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었다.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오면서도 가능하면 거절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삶을 선택하며 살았다. 경쟁할 수 있는데서도 실패, 거절의 메시지가 두려웠다. 경쟁을 피해 비어있는 자리를 메우며 삶을 이어왔다.


제대로 거절을 겪어본 건 일반대학을 졸업한 이후였다. 편입이라는 좁은 문을 통해 의대 준비를 할 때, 수도 없이 받았던 거절의 메시지, 뒤따라왔던 부모의 비난... 그때 나는 가정경제를 좀먹는 밑 빠진 독이었다. 이해는 한다. 물려받은 재산 없이 부부교사의 월급만으로 세명의 자녀를 번듯해 보이게 시키기 힘들었다. 운이 좋았다. 그렇게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년이었고, 2년째 지방 의대에 합격했다. 이후 다짐했다. 다시는 상처받지 않기로...


다행히 직업상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어디서도 경쟁하지 않고 요리조리 편한 길만 밟다 보니 건강검진실 문진의라는 직업으로 살게 되었다. 그러다 마흔 넘어 다들 맞이하게 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글 비슷한 걸 쓰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거절과 실패의 자본주의적 날 선 선택을 숨죽이며 받아들여야 하는 상처받기 쉬운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다.


책은 책을 통해 나를 보게 만들었다. 읽다 보니 쓰고 싶고, 쓰다 보니 책이란 걸 써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완성된 나 스스로에게는 자식 같은 원고는 때로 출판사라는 갑에게는 답장 메일을 보낼 필요도 없는 가치 없는 것이었다. 거절 메일은 거절이라 상처받고, 거절의 메일도 오지 않는 거절은 아무도 주지 않은 경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 원고는 자원낭비야.'

'누가 보겠어? 누가 이런 걸 궁금해하겠어?'

'잘못 책이라도 나와서 창피당하느니 그냥 갖고 있어야겠다...'


쓸 맛이 떨어졌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공감수가 적은 것은 선택이 적은 것이었지만, 투고의 거절은 전문가로부터 낙인이 찍히는 느낌이었다.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혼란스러웠다.


작가란 어떤 사람일까? 매일 쓰는 사람.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서 매번 날것으로 평가당하는 사람. 그래도 써야 하는 사람이 작가다. 나는 그런 사람인 걸까? 나는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사람인지 먼저 좀 알아가야겠다. 이 책에서 저자는 논픽션은 구멍이 숭숭 뚫린 블루오션이라는 언급을 했다. 그 말을 듣고도 써야겠다는 희망의 마음이나 주제를 생각해 볼 마음이 없는 나는 과연 작가라는 나다움에 대한 꿈을 찾은 사람일까?


성급하고 조급하다. 글을 쓴 지 10년이 된 것도, 20년이 된 것도 아니면서 당장 하지 못해 조바심 내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양이 넘쳐야 질이 좋아질 텐데 아직 수조밑바닥만 겨우 덮고 있는 경험으로 된다 안된다 조바심 내는 자신을 다독여 좀 더 느긋하게 즐기며 가보라 말하고 싶다. 제발 좀 릴랙스~



책소개 : https://blog.naver.com/chloej41/22337462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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