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 존 윌리엄스

내 눈에는 이디스만 보여....

by Chloe J

특별하지 않은 남자의 얼핏 보면 실패작처럼 보이는 삶을 담은 책이다. 그 속에는 단 하나의 열정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인내하며 견뎌온 삶이 있었다. 때로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기도 했지만 어느새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그를 지지하며 공감하고 빠져들었다. 소설 속 하나도 닮지 않은 스토너를 보며 자신을 찾게 되는, 기대 없이 만난 보물 같은 이야기였다.


책을 만나는데 정답은 없다. 재미를 위해서 책을 읽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 위해서 읽기도 하고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때로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자 소설을 읽는다. 발견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가 아는 삶이 자신의 인생뿐이라서 특별한 의도 없이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찾게 된다. 대부분 주인공이 강하게 보이곤 한다.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이 책이 내게는 그랬다.


소설에 몰입할 때쯤 스토너는 이디스라는 여성에게 빠지고 결혼하게 된다. 스토너에게 무한 공감을 낳으면서도 계속 마음 한 조각이 이디스에게 있었다.

"이 여자 진짜 이상해.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단순히 캐릭터가 이상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딸하나 둔 가정에 바쁜 아빠를 가진 우리 집이 스토너의 가족과 비슷해 보였다. 그래서 스토너를 힘들게 하는 이디스를 보면서 내가 그녀 같지는 않았는지 자꾸만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하나라도 비슷하면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들춰보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내 안에 이디스가 없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속으로 생각만 했던 이기적이고 내 안의 사악함을 그녀가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도 지?'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안 그래도 엄마를 더 잘 따르는 딸과의 짝짜꿍을 과시하며 남편을 소외시키고 싶었다.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다 불쑥 화가 치밀어 하마터면 '당신 때문에...!'말할 뻔하기도 했다. 이디스와 가끔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아닌척하면서 인간성을 유지하려고 했던 게 사실이었다. 이디스를 보면서 스토너가 안쓰러워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저렇게 다 질러버리고 사는 삶이 속 시원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이디스인데 남편인 스토너에 마음이 가는 상황이 불편했다.


속내를 모두 드러내놓고 살 수는 없다. 스토너를 통해 생각해 본다. 스토너처럼 때때로 객관적으로 억울함을 갖고 살지만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 아마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어딘가 어느 정도는 앞으로도 쭉 갖고 가야 할 마구 쑤셔 넣은 짐 같은 게 있다.


소설을 따라가며 갖고 있었던 이디스에 대한 의문은 딸 그레이스를 통해 풀린다. 잘 웃고 온순하고 평온하던 그래이스가 이디스의 집착에 점점 변해갔다. 무감각하고 히스테릭해지고 사고 쳐서 임신하고 집에서 도망치듯 결혼했다. 그레이스는 이디스가 되어갔다. 그레이스가 이디스처럼 되어가듯, 이디스의 히스테리에 가까운 행동과 세상을 향한 증오는 그녀의 친정 엄마에게서 왔다는 사실을 정황상 느끼게 된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집에서 도망치듯 스토너와 결혼했고, 사랑 없이 도망온 결혼에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스토너가 별 이유 없이 미웠을 테다. 집에서 도망쳤지만 본능에 끌리듯 애증으로 친정을 오고 간 이디스처럼 그래이스도 아들을 낳고도 그녀의 가정에 마음을 온전히 두지 못했다.


이 불편한 상황에 내가 보였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부모를 향한 원망이 이디스와 그레이스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 이들처럼 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들이 해결되지 않는 엉켜버린 실타래를 마음에 갖고 사는 것처럼 바꿀 수 없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소설이란 가끔 그 속의 인물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내게 스토너는 그랬다. 인간이라면 하나씩 짊어지고 있을 인생의 고뇌를 가진 스토너와 이디스, 그 중간쯤 내가 있었다.


책소개 : https://blog.naver.com/chloej41/223367540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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