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돈을 쓰지 않았지만 행복하다

by 이재이



돈을 쓰면 재밌다. 일단 결재하면서 능력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없는 것을 가지게 되고 찰나의 풍요로움을 느낀다. 이제 나도 남들이 하는 것, 입는 것, 가진 것을 가졌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기념일이나 공휴일에 어느 특별한 곳으로 외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이 훨씬 좋다. 공원이나 산책로가 좋다. 굳이 돈을 쓴다면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돈 쓰는 것이 곧 즐거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즐기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쓴다. 돈을 쓰고 싶어서 필요 없는 물건과 약속을 만들지 않는다. 분명 꼭 써야 하는 돈이 있지만 생각 없이 쓴 돈을 메꾸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쳇바퀴 도는 삶이 싫다.




가족 중에도 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월급이 나오면 통장을 스치는 사람이 있다. 카드를 많이 써서 받는 캐시백을 뿌듯하게 여기는 어리석은 사람도 있다. 2개 사면 1개 더 끼워주니까 완전 득템했다고 생각하면서 아예 안 사도 되는 물건을 사기 위해 2개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




돈을 안 쓰고 무언가를 공짜로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려는 일들 중에는 돈이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쇼핑에 돈, 시간,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관심 가는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나에게 훨씬 유익하다. 꼭 드라이브를 하면서 멀리 차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집 앞에 핀 꽃을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20220517_083944[2].jpg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힘들다면서 투덜거리는 것은 결국 후회하게 만든다. 밀키트와 배달음식 대신에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본다. 더러운 집안꼴을 보며 스트레스받지 않고 5분간 청소기를 민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사고 모든 것을 갖춰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가진 옷이 너무 많은 것 같고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 돈을 써서 새로운 것을 사는 것보다 있는 것을 잘 활용해보려고 한다.




생각을 바꾸니 내 삶이 풍요롭게 느껴진다. 많이 쓰고,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삶을 즐기며 사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삶을 즐기는 방법이 돈을 쓰고 소비하는 것뿐인 삶은 안타깝다. 덜 쓰고 삶을 더 즐기고 싶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전염병이 돌고 기후위기로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하고 있다.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돈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게다가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 싶다는 생각으로 돈을 아껴 쓴다.




나이가 들면서 노후도 대비해야 한다. 빚을 갚고 돈을 모아야 하는데 여유롭지 못하다. 꼭 돈을 매일 쓰면서 살아야 할까?




나는 오히려 소비하는 날을 특별한 날로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지금은 소비습관을 잡기 위해 무지출 한 날을 세어보고 표시한다. 처음에는 한 달에 일주일 무지출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10일을 무난히 넘긴다. 가계부를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 소비를 기록하는 일이 더욱 줄었으면 좋겠다.




20240831_114529[1].jpg





나는 돈이 없어도 행복하다는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여전히 돈이 너무 중요하고 돈이 있다면 훨씬 편리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을 꼭 써야만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광고에 현혹되어 살 필요도 없는 물건을 구매하고 싶지 않다는 오기가 생긴다. 필요한 곳에 돈을 쓰고 돈 때문에 힘들지 않기 위해서 절약하는 삶을 산다. 환경도 생각하고 돈도 아낄 수 있다. 돈을 쓰지 않았지만 보람을 느낀다.




도서관에 예약도서를 찾으러 갈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운동한 뒤에 샤워를 하면 만족감이 크다. 청소하고 깨끗해진 공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뿌듯하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돈을 쓰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생각을 줄여 나간다. 보여주기 위한 삶과 쾌락만을 쫓는 삶을 멀리하면서 살고 싶다. 나는 별일 없이 살고 나의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keyword
이전 13화모두 버릴 수는 없지만 골라낼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