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자에서 미국생활로..
운전면허도 취득했겠다, 그전부터 인터넷으로 미리 봐뒀던 차를 카멕스에서 구매하였다. 어떤 차를 살지 둘이 한참을 고민했었다. 나, 그리고 남편 모두 차를 몰아본 적도 없고, 구매한 적은 더욱이 없었다. 차를 미국에서 수리하려면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아 최대한 고장이 나지 않는 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결국 구매한 것은 검은색 캠리!! 한국에서도 우리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 검은색 캠리 중고차가 우리에게는 첫 차였다. 카맥스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리 중고 차량을 봐두고 위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카맥스 매장으로 직접 갔다. 차량 판매 담당자는 차를 구매하기 전에 test drive를 할 것이냐고 물어봤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테스트 드라이브를 한다고 해서, 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차가 굴러만 가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할 것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안 굴러갈까 봐 테스트 드라이브를 했다. 테스트 드라이브도.. 내가 진짜 제정신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운전하는 것이 너무 무서운 나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그 차가 세워진 곳에서 정말 조금만 벗어나 운전을 하고 다시 들어왔다.
그때 내가 차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한 나머지 차량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가 도로에서 약간씩 통통 튕기는 느낌을 받았었다. 나랑 남편은 차를 처음 산 상태였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해져 있었고, 우리에게 차를 판 사람에게 다시 연락을 하여 차가 통통 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우리가 받은 느낌을 설명하니까, 차량의 문제는 아니고 도로의 문제였을 수 있다고 다른 도로도 주행해 보고 오라고 했다.
그다음 날, 차를 몰고 다른 도로를 주행해 보니 차가 통통 튀는 느낌을 받지 못하였다. 거참.. 진짜.. 일을 하다 보면 꼭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남을 무자게 괴롭히던데, 차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무식한 사람들이 바로 나와 남편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차를 어찌 저지 사서 운전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 결국 내가 사고를 냈다.
학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신호와 길이 굉장히 복잡한 구역이 있었다. 주차장 갈 때마다 뭔가 이 신호가 맞는지 알쏭달쏭 헷갈렸지만, 눈치껏 앞의 차량을 보고 따라다녔다. 그러다 옆에서 다른 길로 가려던 차량과 박치기를 했다.
사고 후 상대방 운전자는 멍한 상태로 차에서 나와 나와 남편에게 뭐라고 했다. 나는 내가 잘못을 했건, 상대방이 잘못을 했건 정확하게 지금 상황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경찰을 부르자고 운전상대방에게 말했고, 전화를 하여 경찰을 부르려고 했다. 상대방은 경찰을 부를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나와 남편은 '미국은 차사고가 나면 미국은 경찰을 부르지 않나 보다..' 하며 상대방 운전자의 말을 믿고 일단은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방 운전자와 한참을 이야기하고 서로 인적사항을 교환한 다음 각자 갈 길을 갔다.
상대방 운전자도 사고가 난 후에 흥분에서 차에 내려 우리한테 말을 하였지만, 사실 그도 이 길이 익숙지 않은 우리 학교 학생 운전자였다. 그 사람도 지금 자기가 잘못한 것인지, 내가 잘못한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차에서 내려 무슨 일인지 우리에게 물어봤다. 그 누구도 지금 자신 있게 이 도로에서 이렇게 운전을 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즉, 나와 상대방 차량 운전자 모두 초행길이라 스스로 다들 자신이 없어했다).
나는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한 후, 사고가 난 자초지종을 말하였다. 상대방 운전자는 처음에 한 말과 다르게 보험회사와 이야기할 때는 계속 말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상대방 운전자는 보험회사와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았는지 나에게 갑자기 전화를 해서,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이라고 보험회사에 말하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내가 아는 부분과 관련 사진을 모두 보험회사에 보냈으니 나에게 연락하지 말고 보험회사와 이야기하라고 했다.
상대방 운전자는 이제는 상대방을 바꿔 내 남편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 남편에게 사고 관련한 사진들을 보내고, 마지막에는 지 성기 사진을 보냈다.
성기사진을 보고, 진짜 충격을 받았다. 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성기 사진을 보내기 전까지는 사실 그 운전자 상대방에게 그렇게까지는 화가 나지 않았었다 [내가 워낙 운전이 미숙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과실 100퍼센트였어도 나 스스로가 나를 믿지 못해서.. 내 과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가 성기사진을 보낸 순간... 화가 치솟았다. 진짜 이 시기가 정신이 나간 건지.. 너무 화가 난 나는 보험회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사와 별도로 학교에 신고를 하였다. 상대방 운전자는 우리 학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학교에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학교에서는 정말 발 빠르게 대응해 줬다. 내 남편은 학교의 경찰과 이야기를 하고 리포트를 남겼고, 나 역시 내가 소속된 대학원에서 빠르게 대처해 줬다.
사실 그 상대방 운전자가 학교에서 어떠한 징계 등을 받았는지 알지는 못한다. 경고라도 받았는지.. 다만 학교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자마자 다들 나서서 빠르게 대응해 주고, 다음 조사, 조치를 계속해서 해주었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안정감을 주었다.
나중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다른 친구들에 에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성기 사진은 남편에게 그 상대방 운전자가 욕을 하는 의미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방 운전자가 우리 학교 학생이라 다행이지, 만약에 학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냥 일반 미친놈였다면 그렇게 차를 세우고 나가서 이야기하다가 뭔 일을 당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차 사고가 나고, 상대방 운전자로부터 성기 사진을 받고, 보험회사의 조사를 받으면서 상대방 운전자의 화가 난 전화를 거의 매일같이 받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천국 같은 미국생활과 실제 나의 미국 생활이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LA 구석구석을 구경 다니는 생활에서 이제는 이렇게 분쟁에 휩싸이기도 하니, 정말 이제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