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1시 40분, 한국에서 비행기로 12시간 정도 걸려 Budapest Ferenc Lizszt airport에 도착했고 부다페스트에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의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 해오던 여행과는 좀 다르다.
작년(불가리아, 튀르키예)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부부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알차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꽉짜인 여행을 선호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자동차를 렌트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많이 보고 경험하는 여행을 했다면 이번 여행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한 달여 동안(23일) 머물며 생활하는 소위 '살아보기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 달 살기'라는 이름아래 한 달 여동안 지낼 부다페스트(Budapest)라고 생각하니 마음부터 여유로워진다.
남편의 퇴직 후 해외에서 살기로 계획한 우리의 첫 번째 예행연습일 수도 있겠다 싶다.
비행기에서 내려 부다페스트 입국 심사에서부터 부다페스트 땅을 밟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몇 년 전 파리 공항에서 겪은 사태와 똑같은 일이 이곳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입국심사를 하는 직원들의 수는 적은데 부다페스트로 들어오는 여행객들의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먼저 통과하고 그 외는 대기를 하라는 직원의 지시에 한국 사람이 직원에게 항의를 해본다. 하지만 헝가리어를 사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유창한 영어 실력이 아닌 한국인은 한마디 하고는 더 이상 대꾸를 할 수 없다.
유럽인들 여행객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는 직원의 답변만 들린다.
어쩌랴... ㅠㅠ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무려 2시간 가까이 걸려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을 나오려는데 우리에게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개의 캐리어 중 하나에서 바퀴가 고장이 나있는 걸 발견한 우리는 공항 내에 있는 'Lost and Found'라는 곳에서 사고 보고서( Claim Report)를 작성했다.
문제의 사진을 찍은 직원은 사진과 보고서를 접수한 후 회사로 통보를 하면 추후에 우리에게 돈이 지급되는 시스템이다.
입국부터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 밖으로 나오니 그동안의 고생을 씻어주기라도 하듯 화창하고 깨끗한 날씨가 우리의 부다페스트의 입성을 반긴다.
우리는 숙소까지 가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미리 부다페스트 교통 어플(Budapest Go)을 깔았고 버스, 지하철, 전차, 그리고 다뉴브 강의 보트까지 한 달간 대중교통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한 달 패스권을 37,000원에 구매했다.
아울러 부다페스트 공용 자전거 어플도 깔고 한 달권 패스도 3,800원에 구매를 했다.
부다페스트 한 달 패스권(Budapest Go)과 공용자전거 어플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방법은 시내까지 한 번에 가는 100E번 버스를 타도 되지만 요금을 따로 8,800원을 주고 이용을 해야 해서 우리는 구매했던 패스권으로 무료 이용을 할 수 있는 200E번 버스와 전차를 두 번 갈아타고 숙소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 내렸던 정류장에서 바로 갈아탈 수 있어 어렵진 않았다.
버스에 올라 창문을 통해 보는 부다페스트의 거리는 깨끗하고 무척 조용했으며 유럽의 나라답게 어딘가 모르게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풍긴다.
다른 동유럽 국가들 방문과 비교해 볼 때 부다페스트의 첫인상이 좋다.
부다페스트의 전철과 버스
마침내 우리가 23일간 지낼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다뉴브 강 다리 중 Petofi Bridge를 건너 Irinyl Jozsef 거리에 있는 외관이 고풍스러운 숙소이다.
내부로 들어가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구조와 분위기에 멈칫거려진다. 손때가 묻은 오래된 건물이다.
숙소 안으로 들어가니 배려 깊은 준비물들에 놀랐다.
커피 머신과 대량으로 쌓여있는 캡슐커피, 냉장고엔 와인 2병을 비롯해 다양한 과일들, 우유와 주스, 주방엔 식빵과 버터, 파스타, 각종 소스와 오일 등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다만 아파트의 내부는 작지만 둘이 지내기엔 큰 불편이 없고 심지어 발코니에서 보는 전망도 바로 앞 공원이 보이고 강도 보이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숙소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거리
일단 대충 짐을 풀고 숙소에서 나와 우리가 머무는 동안 다니려고 등록한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했다.
당장 오늘부터 사용할 수 있지만 오늘은 무리다.
피트니스센터는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Allee Mall 3층에 있었는데 알리 몰은 극장, 은행, 수퍼 , 푸드코트 등 다양한 상점이 입점해 있어 편리하게 자주 이용할 것 같다.
몰 내부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하는데 편안한 노래를 들려주니 분위기가 아주 좋다.
번잡하지 않은 내부와 적당히 화려한 장식, 그리고 고급 브랜드의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곳으로 분위기가 편안한데 가격도 편안하면 좋겠다.
3층에 있는 'Life1 Allee Fitness center'를 방문해서 규모와 시설, 그리고 수업 등에 관련해 직원과 상담하고 내일부터 수업(소규모 그룹 클래스)을 듣기로 했는데 그룹클래스는 얼마든지 무료로 신청할 수 있으며 어플로 예약이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수업에 인원이 꽉 차지 않은 상황이면 예약 없이 현장에서 참여도 가능하다.
부다페스트에 있는 5개 지점 어느 곳에서나 운동이 가능함은 물론 20 여 종류나 되는 다양한 그룹 클래스를 들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일반적인 체육관 규모와 시설도 훌륭하고 더불어 원하는 그룹 클래스 수업까지 받을 수 있으니 가성비 꽤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한 달 78,000원 정도이다.
우리 부부가 등록한 피트니스 센터 Life 1
상담 후 거리로 나왔다.
도로는 가슴이 뻥 뚫리도록 넓고 거리는 조용하며 꽤 신선하다.
가끔씩 도로 중앙을 달리는 전차 소리가 들릴 뿐 도로를 다니는 차들도 많지 않다.
튀르키예 여행할 때 자주 들리던 자동차 경적소리도 아직 들리지 않는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편안함이다.
저녁은 거리를 산책하다 숙소 근처 중국 음식점(Asiawok)에 들어가 Beef Noodle을 테이크아웃해 집에 와서 먹는데 양도 많고 특히 면 보다 고기의 양이 많아서 한 개면 우리 부부가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