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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Jul 16. 2023

헝가리의 속살을 만나다.

부다페스트 13일째, 센텐드레에서 쉬칸젠을 방문하고 구도시를 걷다.

2023년 5월 4일 목요일, 맑음 


오늘은 부다페스트 근교 센텐드레(Szentendre)를 방문하기로 했다.

센텐드레는 부다페스트에서 버스를 타고 약 50분 정도면 쉽게 도착할 수 있는 도시로 특히 센텐드레의 구도심지는 고풍스러운 집들과 옛 골목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구도심의 면적은 아주 작아서 몇 시간 안에 충분히 둘러볼 수 있고 또 구도심 내 광장 주변에는 멋진 레스토랑과 아기자기한 카페 그리고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모여 있어 먹거리를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 살랑이는 오늘, 우리는 센텐드레로 향했다....


우리는 센텐드레 구도심 지역을 방문하기 전에 센텐드레의 '쉬칸젠(Skanzen)'이라는 '야외 민속박물관'을 먼저 들러보기로 했다.

쉬칸젠은 센텐드레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곳으로 가는 버스가 운행을 많이 하지 않아 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하필 오전 10시 37분 버스운행이 그 마을로 가는 마지막 버스라는 사실에 우리는 마음이 무척 불안했다.

하지만 우리는 운이 좋게도 버스 시간에 잘 맞게 도착해 기다리는 시간 없이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 나들이에 날씨도 버스도 우리 편인가 보다. ㅎㅎ


쉬칸젠으로 가는 마을버스는 우리나라의 시골 마을버스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올라타는 사람들 대부분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이시다.

마치 서로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말을 주고받는 상황에 영락없이 한국의 시골 마을버스 풍경을 만난 것 같아 편안한 미소가 지어진다.

쉬칸젠으로 가는 마을버스 안

약 30분쯤 지났을까?

민속박물관 앞 정거장에서 내리는데 할머니들 몇 분께서도 우리와 함께 내리신다. 

설마 박물관에 가시려나 했는데 마을 공동묘지 쪽으로 내려가신다. 

꽃을 들고 가시는 걸 보니 아마도 묘지에 다녀가시려는 모양이다. 

꽃다발을 든 할머니들의 모습이 애잔하기도 애련(哀憐) 하기도 하다.




헝가리 민속 박물관(SKANZEN: Szabadtéri Néprajzi Múzeum)에 도착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많은 나라의 민속 박물관을 방문했지만 오늘 들른 박물관처럼 면적이 넓은 곳은 처음이다.

박물관의 넓고 확 트인 주변 환경이 내 가슴을 뻥 뚫어 주었다면 멀리 있는 산속에 있는 자연과 친화된 고풍스러운 주변 정취는 내 마음을 편하게 했다.

50년 된 Skanzen 민속박물관(SKANZEN: Szabadtéri Néprajzi Múzeum)은  헝가리에서 가장 큰 야외 박물관이며 자연보호 구역인 필리스 산맥 기슭에 위치해 있는 박물관으로 18~20세기 당시의 헝가리 서민들의 생활상을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박물관이다.     

특히 헝가리 전통 건축, 주택 문화 및 삶의 방식들을 소개하기 위해 야외에 설치해 놓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60헥타르의 거대한 터에 삼백여 개 이상의 건물이 지어져 이것들 모두 자세히 들여다보며 알아가려면 하루 종일 소요될 것 같다.

박물관 안내 지도를 받아보니 이 넓은 땅을 걸어서 돌아보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구역 곳곳에서 내려주는 기차 이용권을 끊어 타고 다니기로 했다.

하지만 걷다 보니 기차를 타지 않고도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거리이다. 

지레 겁을 먹고 티켓을 구매한 것 같아 좀 안타깝기도 했지만 기차 내부를 구경하며 타보는 재미도 색다른 경험일 거라 위안하며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Skanzen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과거 오리지널 레시피 그대로 빵을 만들어 파는 베이커리였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빵들은 첨가물 없는 건강에 좋은 빵이라고 하는데 베이커리 주변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날 유혹하는 바람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결국 들어가 빵들을(사워도우와 초코달팽이 등) 사고 말았다. 

이 넓은 곳을 견학하려면 뱃속을 든든히 해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남편이 지고 말았다. ㅎㅎ

박물관 베이커리


Skanzen은 우리를 100~200년 전의 헝가리 시골 마을로 데려가 주었다.

1800~1900년 대 사이의 헝가리 북쪽 마을의 생활과 종교 그리고 전통 양식을 후대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는 곳으로 그 당시 그들이 가옥을 어떻게 짓고 무엇을 하고 살았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소개하고 있었다. 

건물들은 1800년대 또는 1900년대 초에 지어졌지만 1700년대 말에 지어진 집도 간혹 있었다.

특히 이곳에도 초가지붕으로 된 집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형태의 초가지붕으로 짚들이 몇 겹 씩 올려져 있어서 외관상으로만 보아도 웬만한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을 만큼 무척 단단해 보였다.

초가지붕

기와가 쌓아 올려진 지붕과 흙벽돌 또는 석조 건물, 회칠되거나 색이 칠해진 벽의 건물도 볼 수 있었다.

전통적인 형식으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가옥, 헛간, 대장간 등) 사이를 거닐며 우리는 그 당시의 풍습과 건축, 실내 인테리어와 가구 및 생활 방식에 대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오래된 물레방앗간에 들어가 보니 직접 곡식을 빻는 시연을 하는 분이 계신다. 

물레방아에 의해 잘게 부서진 곡식들 그리고 2차로 더 빻아져 고운 가루로 나오는 과정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보여주며 가루를 우리에게 가져와 만져보란다.

돌아가는 방아에 실제로 곱게 빻아져 나오는 가루를 보고 만져보니 새롭다.

근데 밀가루가 곱게 빻아져 나오는 가루를 보고 있자니 배가 고프다.

잠시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조금 전에 산 빵을 꺼내 먹으며 이 빵들도 이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져 나온 가루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구수하다. 



기차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정류장에 있는 타임테이블을 보니 약 10분 정도 기다리면 될 것 같아 혹시나 제 때 올까 싶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뿡뿡! 기차가 기적소리를 멀리서 울리며 느릿느릿 철로 위를 달려온다. 속도는 느리지만 정확한 시간에 와주었고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기차의 내부가 무척 아담한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타고 있다. 기차 앞쪽으로 가보니 기관사가 운전하는 곳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야외 풍차가 있는 곳에서 내려 풍차를 보러 언덕으로 올라갔다.

직접 바람을 이용해 풍차(Dusnoki)를 돌아가게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대평원에 우뚝 서있는 풍차에 위엄이 느껴지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날개가 돌아가는 장면이 무척 놀랍다. 

요즘은 풍차의 용도가 바뀌어 대부분 전력원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예전엔 곡식을 제분하기 위해 사용된 중요한 기구였으니 풍차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을 것이다.

문득 오래전 스페인 방문 당시 돈키호테의 마을 라만차 평원의 콘수에그라(Consuegra) 마을 언덕 하얀 풍차들이 떠올랐다. 

그때에는 낭만적으로만 보였던 풍차들이었는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거대한 풍차는 200년 전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필수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한층 값지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고지대에 형성된 시장 마을(Gyöngyös, Tokaj, Tállya, Hejce, Erdőbénye)들은 19세기에 부유한 상인이자 그 가족들이 주거를 했던 곳으로 19세기 석조 건축의 전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도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고 주택들도 견고하고 말쑥하게 지어져 외관만 보아도 이곳은 부유층이 살았을 법 한 분위기다.


Tizsa 지역은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사이에 있었던 마을 지역의 건축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지역은 헝가리의 자유와 종교의 투쟁 현장이기도 했던 곳인데 특히 1848-49년의 독립 전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고딕 목조 교회(코퍼 교회)와 목조 종탑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내에 들어가자 눈에 익은 이름 'Zsigmond Móricz'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어 가까이 가보니 그는 헝가리의 소설가이자 농민 혁명의 기수로  이곳에서 탄생했다고 설명되어 있는데 그는 바로 우리가 묵는 숙소 앞 전철 정류장 이름이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이렇듯 거리 이름들과 버스와 전철 정류장 이름을 인명을 사용하는 곳이 꽤 많은데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이 인물이 누굴까 항상 궁금했는데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Transdanubia지역은 숲으로 뒤덮인 헝가리 서부의 언덕을 개간하여 마을로 만든 지역이라고 한다.

마을 중앙에 있는 종탑 그리고 그 주변에 밀집한 주거용 주택과 농장 마당이 보인다 

독특하게 생긴 기구가 있어 들여다보니 포도원의 와인 압착기이다.

지금과는 다른 기구를 보니 이 압착기로 만들어진 와인은 훨씬 풍미가 진할 것 같은 느낌이다.

주택들의 담장이 나무와 나뭇가지들이 얽혀 만들어져 있는 걸 보니 무척 흥미롭다. 무작위로 엉켜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나하나 규칙적으로 교차해 가며 단단하게 얽어놓은 튼튼한 담장이다.

자연을 삶과 생활에 이용한 그들의 지혜에 감탄했다.


Kisafold 지역에 들어서자 서로 대조를 이루는 주택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벽돌로 지어진 세련된 주택이 있다면 바로 옆에는 흙벽과 갈대로 이은 초가지붕이 있는 허름한 건물이다.

거주했던 사람들의 신분 차이였을까?

이곳은 원래 독일인이 살았던 곳이지만 이후에는 투르크 인들에 의해 쫓겨온 크로아티아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트란실바니아(Transylvania) 지역으로 갔다.

트란실바니아는 헝가리에 속했던 곳이지만 후에 루마니아에 편입된 곳이다.

헝가리 인들은 이곳을 헝가리로 되찾아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트란실바니아의 루마니아인들이 루마니아와 트란실바니아의 통일을 선언해 결국 루마니아에 속하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헝가리와 루마니아는 트란실바니아 지역을 두고 불편한 외교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헝가리 인들은 트란실바니아를 여전히 그들의 뿌리라고 여기고 있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트란실바니아와의 역사와 영토 분쟁과 세계 1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동영상이 제공되고 있었다.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국경에 있는 지역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국경 검문소도 지어져 있다.

국경 검문소의 생생한 역사적 상황을 통해 헝가리 인민 공화국 시대에 국경 검문소에서 어떻게 여권 검사와 세관 검사를 받았는지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한쪽엔 트란실바니아 농촌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또 다른 안에는 우체국, 인쇄소, 커피 하우스가 들어서 있었다.

트란실바니아 지역

인쇄소에 들어가자 제본기, 교정기, 타자기 등 인쇄와 밀접한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 곁으로 안내하시는 할아버지께서 오시더니 방문록을 한글로 써달라고 요구하신다.

나에게 직접 스탬프도 찍어 보라며 건네시며 내가 찍은 인쇄종이를 기념으로 주신다.

우체국은 1717~1719년 사이에 있었던 우체국을 재현해 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들어가 보니 실제로 우편물 더미가 쌓여있고 직원들이 있어서 작업 및 관리 과정도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건물 모퉁이에 있는 커피하우스는 1904년 문을 연 커피하우스를 복제한 것이라고 하는데 당장 들어가 커피를 마실 수도 있는 곳이었다. 





어느덧 이곳에 온 지 세 시간이 넘었고 드디어 헝가리 쉬칸젠 민속박물관 방문을 마쳤다.

알고 보니 유명한 영화 "천재 피카소"는 이 민속 박물관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물론 광고들도 이곳에서 촬영을 자주 한다는데 그럴 만도 하다.

아름다운 풍경은 말할 것도 없고 헝가리 인들의 과거 모습을 완벽하게 재연하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나는 견학을 다니는 중간중간 우리 한국민속촌이 떠오르기도 했다.

두 곳 모두 특징이 있고 각 나라를 대표하는 민속 박물관으로서 그 가치를 하고 있음이 충분하다.

한국민속촌은 견학을 다니며 군데군데 체험할 수 있는 구역과 놀거리 그리고 먹을거리가 많아 재밌는 유흥을 함께 할 수 있었는데 이곳은 먹거리와 놀거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한 번 시작한 견학은 끝까지 진지(?)해야해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비록 박물관 입구에 조그마한 베이커리가 있고 마지막 구역에 커피숍이 있었지만 말이다. 


방문하는 동안 내내 내가 1800년대의 삶을 사는 여성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 시대에 이처럼 잘 구비하고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던 곳들도 있다.

물론 부유층의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했지만 의류와 직물(침대보, 소파, 테이블보), 가재도구, 주방기구 등 여성인 내가 관심가는 곳들을 특히 관심 갖고 눈여겨보면서 그 당시 우리나라의 1800년대 여성들의 삶과 생활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헝가리 여인들의 삶은 우리의 조선 여인들과는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수동적이고 보수적이며 심지어는 폐쇄적이기까지 해야 했던 했던 우리 조선의 여인네들에 비해 개방적이고 적극적이며 심지어 주도적이었던 그녀들의 삶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인접한 많은 국가와 다양한 민족들 사이에서 그들의 삶을 지켜내야 했던 상황이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와는 많이 달랐던 생활환경과 그들의 역할 그리고 수준 높은 생활에 놀랍고 부러울 때도 있었다.


유럽인들의 가치관과 여유 그리고 그들이 누리는 생활은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백 년 전부터 그들이 경험한 삶의 방식과 생활양식 그리고 서서히 몸에 배여 나타나는 그들의 가치관과 전통들...

문득 이 순간 유럽의 한 나라에 쓰인 10개의 법규(?)중 기억나는 문장들이 떠오른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누군가 당신을 걱정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

우리 민족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오전 내내 구석구석 열심히 다니며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시연(試演)도 보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 오래전 그들 삶의 발자취들을 경험하며 그들의 생활과 전통을 이해하려고 했다.

기차도 타고 쉬엄쉬엄 다녔지만 워낙 넓은 곳이다 보니 다리도 무거워지고 기운도 없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헝가리 인들의 삶의 방식과 전통, 그리고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센텐드레(Szentendre) 구도심으로 간다.

10여분 타고 내리니 아름다운 마을 센텐드레가 나온다.

바닥이 돌로 된 길이 시작된다는 건 이 지역이 구도심임을 알게 하는 일종의 신호이다.

초등학교 근처를 지나는데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가 많은 걸 보니 한국의 하굣길 상황과 비슷하다. 

세계 어디든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비슷한가 보다.


북적거리던 초등학교 주변을 지나 조용한 골목길에 접어들었는데 듣던 그대로 센텐드레의 구도심은 정말 작은 규모였다.

조금만 걸어가니 지붕 위에 아름다운 장식이 걸려있는 골목이 눈앞에 나타나는데 바로 'Centrum'이라는 중앙 광장쯤 되는 곳이다.


도심의 중심은 Főtér와 Bogdányi utca로 수많은 역사적인 건물들이 모여있고 골목을 나오면 다뉴브 강둑이 근처에 있다.

나도 광장 카페에서 라테 한잔을 마시며 벤치에 앉아 센텐드레 구도심의 분위기를 느껴본다.

광장 주변엔 레스토랑과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가 대부분이고 군데군데 박물관도 보인다.

날씨가 좋으니 레스토랑과 카페의 야외벤치로 나와 아름다운 장소를 배경 삼아 여유 있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거리를 거닐며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두가 편안한 모습들이다. 

광장 주변엔 예쁜 아이스크림 가게들도 참 많다. 

알록달록한 색상, 소위 나이가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치한 색상(개인적인 견해임)들을 모아 어찌 이리 예쁘게 꾸며놓을 수 있는지 유럽인들의 감성은 정말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또 느낀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치지 못한 채 결국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산책하면서 먹기로 한다. 


한참을 바라보며 사진기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어야 할 정도로 눈길을 끄는 가게들과 거리들이 참 많다.

어쩜 저리도 예쁘게 꾸며놓았는지...

걸어놓은 소품들과 간판들, 그리고 벽의 색칠 그리고 멋들어지게 올라간 담쟁이덩굴들과 고풍스러운 가옥들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가꾼 흔적들이 보인다.

이래서 많은 여성들이 센텐드레를 아름답다고 하나보다. 


주택가들이 모여있는 단지(Felszabadulás) 근처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그곳에서 어린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개울을 뛰어넘는 놀이를 하는지 넓은 곳, 좁은 곳을 골라가며 개울을 건널 수 있다는 걸 서로 뽐내며 자랑을 한다. 보고 있자니 개울가에서 놀며 물에 빠지던 나의 옛 모습이 생각나 한참 동안이나 재밌게 보게 된다.



중심가의 주변으로 좁은 골목길들이 뻗어있는데 골목길도 특색이 있어 아름답다.

폭이 아주 좁은 골목길인데 무척 아기자기하고 정감 가는 골목들이다.

우리는 다뉴브강 쪽으로 가기 위해 골목길로 내려가는데 자그마한 랑고쉬( Langos)와 팔라친타(Palacinta)를 파는 작은 가게가 보여 팔라친타(Palacsinta) 3개를 주문해 다뉴브 강가의 벤치로 향했다.

다뉴브 강은 여전히 조용히 흐른다.

포근한 봄날 오후의 정경을 멋지게 선물하고 있다.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없는 순간이다.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Ivanovici: Waves of the Danube)'의 부드러운 멜로디가 떠올라 흥얼거린다.

그리고 내 손에 쥔 달달하고 부드러운 팔라친타를 먹으며 한가롭게 다뉴브 강가에서 5월의 따뜻한 봄날 오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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