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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Jul 01. 2023

비셰그라드의 아름다운 중세 성채

부다페스트 11일째, 비셰그라드를 방문 후 다뉴브 강에서 유람선을 타다.

2023년 5월 2일 화요일, 맑음


오늘도 어제만큼 날씨가 좋다.

아침 식사 후 어제처럼 부다페스트를 벗어나 가까운 교외 'Visegrád(비셰그라드)'를 방문하기로 했다.

비셰그라드는 헝가리 페스트 주에 있는 성곽도시로 헝가리 마차시 왕의 여름 궁전과 중세 성채가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이 성은 헝가리의 벨라 4세 왕이 1240~1250년에 요새로 건설했으며 14세기 헝가리의 Angevin 왕 시대에는 왕실 거주지가 되어 새로운 외벽이 건설되고 궁전 건물도 확장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1408년 왕실이 '부다(Buda)'로 이전되면서 도시는 정치적 중요성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15세기 말에 마차스(Matthias Corvinus) 왕은 내부를 개조해 그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했는데 1544년, 이 성은 오스만에 의해 점령되어 1685년까지 튀르키예의 수중에 있게 되었다.


 Visegrád의 성은 이 마을의 가장 상징적인 유적으로 Várhegy 산의 정상에 복합 건물로 개조되어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잘 보존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Visegrád 방문자가 이곳에 오고 싶어 하는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산 정상에서 보는 파노라마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파란만장한 역사와 빼어난 절경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성채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다.

비셰그라드 마을




부다페스트에서 기차로 약 1시간 정도 가면 아름다운 마을 'Nagymaros'에 내리게 되고 그곳에서 약 5분간 배를 타고 내리면 Visegrád(비셰그라드)에 도착하게 된다.

버스로 가면 비셰그라드로 직접 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기차와 배를 타고 낭만적인 시골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나지마로스(Nagymaros)로 가는 2층으로 된 기차
 Visegrád(비셰그라드)로 가는 배 , 멀리 보이는 비셰그라드 성

기차를 타고 나지마로스(Nagymaros)에서 내려 배를 타고 비셰그라드에 도착했다.

다뉴브강을 따라 한가롭게 카약을 즐기는 사람도 보인다.

그런데 비셰그라드 마을로 들어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 위해 온 사람과 비셰그라드에 사는 주민, 그리고 우리 부부가 전부다.

이름난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적어 의아했는데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비셰그라드 성은 산 정상에 있다.

버스 운행시간표

성까지 올라가는 방법은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산 정상까지 가거나 약 2.5km의 거리를 40분 정도 걸어 오르는 방법이 있다.

블로그애서는 성까지 걸어 올라가기 어려우니 버스를 타는 게 좋다는 의견들이 많아  우리는 버스를 기다리기로 하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아뿔싸...

평일에는 버스가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십여분 기다렸던 것이다.

결국 성으로 가는 방법은 걷는 것뿐, 걷기 시작했다. 계속 오르막이다.

걷는 길은 험한 길이 아니었지만 계속 오르막 길이라 힘이 든다.

산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는 사람도 우리 둘 뿐이다.

산길을 둘이서 걷는데 우거진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

양 옆에는 보랏빛 나일락 꽃이 만개해 라일락 향기가 산속에 그득하다. 새들도 아울러 힘차게 울어대니 숲 속을 걷는 느낌이 제대로 났다.

인적 없는 한적한 숲길을 30여분 걸었을까. 드디어 산 정상에 " visegrád castle( 비셰그라드 성채)"이 보인다.

얼마나 반갑던지...

visegrádr castle( 비셰그라드 성채)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커다란 주차장에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이렇게 높은 곳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니 놀랍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올라오나 보다.

그래서 우리가 탄 배에도, 올라오던 숲 길에도 비셰그라드 성으로 향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고생은 좀 했지만 조용하고 아름다운 숲길을 걸었다는 뿌듯함이 더 크다.

성 입구

입장료는 개인당 8,000원가량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새(성)에서 내려다본 전경을 마주하니 돈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성이라는 걸 금세 알게 되었다.

굴곡져 흐르는 다뉴브 강 주변의 마을과 산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마을 전경과 굽이 굽이 흐르는 다뉴브 강의 강줄기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도 좋아 먼 곳에 있는 산 정상들까지도 선명하게 보인다.

비셰그라드 성에서 내려다 본 마을과 다뉴브 강


성채에 있는 전시관들에는 왕관( Holy Crown)의 역사를 비롯해 그 당시 사냥과 낚시 그리고 농업에 사용되었던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또한 이 성의 축조와 그 당시의 요새에서의 생활 모습, 그리고 성의 축조와 붕괴 등에 대한 설명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 헝가리어로만 되어 있어 헝가리어를 모르는 우리는 전시관을 돌며 그림으로 이해를 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안내하는 직원도 없는 이곳에서 헝가리의 역사와 문화를 짐작과 추측으로 이해해야 하는 상황들이 안타까웠다. 관광지인 만큼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가 조금은 더 필요한 것 같다.

전시관들에 전시된 작품들


Visegrárd castle은 이중 성으로 되어 있으며 Béla 왕과 그의 아내 Mária Laszkarisz 여왕은 산봉우리를 둘러싼 성벽과 두 개의 탑 및 주거용 성을 지었다고 한다.

특히 마차시(Matthias) 왕의 통치 기간에는 '비셰그라드의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화려한 성으로 변모를 시키기도 했는데 어떤 이들은 이 성을 가리켜 '지상의 낙원'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스만 튀르크 시대에 이 성은 막대한 파괴를 겪었고 1544년 튀르크의 손에 넘어갔고 이후 성을 복원하려는 노력은 1870년 경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원래의 성벽들이 여기저기 존재했고 이 성벽들을 기반으로 다시 요새가 재건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단체로 현장학습을 왔는지 열댓 명의 학생 무리들이 보인다.

이 성과 역사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보람된 현장학습이 될 것 같다.

성의 출구 쪽에는 그 당시 사용했던 무기, 활쏘기와 표창 던지기 등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열심히 표창을 던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 멈추고 한참이나 바라보는데 역시 과녁에 맞히는 게 쉽지 않나 보다. 옆으로 새거나 과녁까지 도달을 못해 바닥으로 자꾸 떨어진다.

과녁에 잘 맞추는 요령이라도 알고 있다면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성을 한 바퀴 다 돌고 다시 내려가는 길,

비셰그라드 castle방문은 빼어난 경치를 우리에게 선물해 주고 헝가리 역사와 전쟁의 아픔 그리고 극복과정을 알게 해 주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풍족하다. 그래서 그런지 내려갈 때는 올라올 때보다 훨씬 수월하고 시간도 훨씬 적게 든다.


비셰그라드에 올 때는 기차로 왔지만 돌아갈 때는 부다페스트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을마다 사람을 태우느라 기차로 왔던 시간보다 약 30분 이상 더 걸렸지만 새로운 경험이니 이 마저도 즐겁다.




부다페스트 시내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이다.

숙소에 들어갈 애매한 시간이라 우리는 다뉴브 강에서 배를 타보기로 했다.

매일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유람선인데 우리처럼 부다페스트 한 달 교통권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 누구나 평일에는 무료로 탈 수 있는 혜택이 있어 굳이 비싼 가격으로 유람선을 타지 않아도 되는 유용한 교통편이다.

한마디로 도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처럼 다뉴브 강의 정기 운행 버스(Public boat)이다.

배를 타고 다뉴브 강의 마르기트 섬(Margit island)에서 페퇴프 다리(Potif Bruige)까지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다뉴브 강 public boat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배에서 들리는 잔잔한 올드 팝송이 어울리니 강변을 바라보는 이 순간이 더 낭만적이다. 배를 타고 보는 양쪽 도시 풍경이 오늘따라 더 고풍스럽다.

거의 매일 부다페스트 강변을 걷고, 자전거를 타고 가보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또 전차를 타고 수십 번 오가며 보는 풍경이지만 지금 배 안에서 보는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전경은 이 도시만의 독특한 색감을 더 짙게 나타낸다.

도시 전체가 차분한 파스텔 색들로 어우러져 잔잔하며 애상적인 분위기를 띄는 한 폭의 안개와 같은 풍경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배를 타고 즐기나 보다.

배를 타고 보는 다뉴브 강변 풍경


한 시간 넘게 배를 타고 다뉴브 강을 산책 후 숙소로 돌아오는 내 기분은 더 감성적이 되고 마음은 넉넉해진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음식을 먹거나 화려한 숙소에서 지내며 느끼는 풍요로움이 아닌 그저 배를 타고 강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도시 전경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며 낭만에 젖는 기분,

정말 값진 풍요로움이다.

이 감동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 같다.


다뉴브 강도 서서히 어둠에 잠긴다.

부다페스트의 밤은 진정 낮보다 아름답다.


난 오늘도 부다페스트에서 진정한 넉넉함을 느낀다.



이전 10화 다뉴브 강을 건너 하루 동안 두 나라에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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