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쓰지만 유저는 아닙니다.

오늘은

by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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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던 K1이 맥북을 산 것이

대학교 1학년 때 였던가? 그 전이었나?

아무튼 어느 날엔가 자기 맥북에 k2의 아이팟

내 아이패드 그리고 k의 3G 아이폰까지 테이블에 모아 놓고는


“사과 농장이네.”


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윈도우보다 i-os가 사용하기 편하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나는 그 무렵 윈도우 컴퓨터와 폴더형 2G폰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이패드 2가 나왔을 때

사진 잘 찍는 지인이 그걸 산 후 혼자 여행을 갔다고 했다.

호텔방에서 아이패드로 배경음악을 틀어 놓고 그 날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쇼로 보는데

너무 행복해서 그 신문물을 사느라 들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더라고 했다.

지인이 그러더라는 말을 아이들과 있을 때 했더니

엄마도 아이패드 하나 사서 들고 다니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라고 했다.

솔깃하기는 했지만 그게 한두 푼도 아니고

내가 어디 들고 다니면서까지 열심히 글을 써야하는 직업 작가도 아니라

마음 한 구석에 접어 두고 있었다.

그러다 K에게 계획에 없던 보너스가 생겼고

K는 그 걸로 쿨하게 내게 아이패드를 사 주었다.

미국에서 K2가 학생할인을 받아 구입했던 맥북을

귀국 했을 때 더 높은 사양 컴퓨터 선물을 받게 돼서 내게 물려주었다.

그 때까지 나는 내 전용으로는 처음 구입했던 두툼한 분홍컴퓨터를 신주단지처럼 모셨었는데

깔끔한 디자인에 오에스가 윈도우보다는 한결 심플해서 편할 거라는 아이들 말과는 다르게

나는 날마다 낯선 맥북을 끌어안고 씨름을 해야 했다.

한글 대신 사용해야 했던 pages는 문단 형식도 부호도 글자체 모두 다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저장했던 파일을 포스팅했을 때 윈도우와 호환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기숙사나 학교 근처에 살고 있어

화면을 보면서 해결해 줄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스멀스멀 분홍컴퓨터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맥에 호환되는 한글 어플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끝까지 고수하고 싶었던 폴더폰 마저 아이폰으로 바꾸게 되자

의도와 상관없이 나도 사과농장 주인이 됐다.

재작년에는 아이폰을 신형으로 바꾸고,

K가 생일 선물로 에어팟을, 작년에는 워치까지 갖추자

이건 꼼짝없이 애플의 세상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배터리 대기시간이 너무 짧아져서 바꾼 폰을 제외하고는

자발적 의도로 구입한 건 하나도 없다.




지난 어버이날에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엄마 추켜세우기가 시작됐다.

어쩌다 그런 얘기가 나온 건지는 모르는데

엄마 나이에 엄마처럼 사는 아줌마는 드물다는 뭐 그런 얘기였던 것 같다.


“우리 엄만 사진도 잘 찍어.”

“그림도 잘 그리잖아.”

“글도 잘 써서 브런치 작가도 됐자노.”

“게다가 아이폰 유저야.”


듣자듣자 하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까지 화끈거린다. (그렇다면서 여기다 그 얘기를 쓰고 있다.ㅋ)

좋으면서도 어쩐지 찔리는 구석이 있어 개미만한 소리로 말했다.


“아이폰을 쓰기는 하지만 유저는 아니야.”

“아이폰 쓰는 사람이 유저지.”


그 말이 그 말인 건 알겠는데

나는 그 아이폰을 가지고 통화와 문자, 만 사용한다고 말하려다보니

메모장 그리고 내비와 카메라 음악 팟캐스트

가끔 게임, 뱅킹, 쇼핑...

말하다보니 쓰는 게 생각보다 많네?

뭐 암튼 나는 산수도 약하고 기계에 무지하다.

3K가 모두 IT계에서 한 자리씩 하며 밥벌이를 하는데 비해

나는 혹여 실수할 게 두려워 돋보기를 쓰지 않고서는

폰에서 카톡도 잘 보지 않는다.

유저라고 하면 모름지기 자기 폰을 지배해야지 지배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망한 부분은 또 있다.

글을 쓰지만 작가라고 불리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혹자는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등단해놓고 글 안 쓰는 사람보다 지금 글을 있으면 그 사람이 작가라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아이폰 유저가 특별한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는 모습이 멋진 것이고

작가라서 대단한 게 아니라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민망함과 어색함은 그 다음 일이다.

그럼 나는,

이제부터 아이폰 유저라고 말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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