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는 지금
혈액형별로 성향이 구분된다는 말을 할 때마다 K2는 발끈하지만
나는 그게 참 신기하게 잘 맞는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K2의 말인 즉,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성향이 딱 네 가지로 구분될 수 있냐는 거다.
그렇겠네, 라고 꼬리를 내렸지만 나는 여전히 혈액형별 성향을 믿는 편이다.
MBTI가 그렇듯, A형에 가까운 AB, B형의 특징도 가진 O형 등 어느 쪽에 좀 더 가깝냐는 의미로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닌 것이다.
우리 집에는 AB형이 둘, A형이 셋이 있다.
TV쇼에서 코미디언이 혈액형 유머를 할 때 귀가 쫑긋 섰다.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물이 안내려진 것을 봤을 때
조용히 문 닫고 옆 칸으로 가는 A
즉시 관리인 불러 컴플레인 하는 B
그냥 물 내리고 볼 일 보는 O
그 자리에 그냥 볼 일 보고 자기도 물 안 내리고 가는 AB
또 있다.
전쟁이 났을 때
작전만 짜다 전투 끝나는 A
자는 놈 청소하는 놈 다 제멋대로 B
무조건 나가 싸운다는 O
다 죽고 나면 나와서 깃발 꽂고 사진 찍는 AB
A형에 관한 얘기가 백오십 퍼센트 공감이 돼서 박수를 치며 웃는 나에 비해
AB형은 별 감흥이 없는 듯 반응이 없다.
다른 형은 잘 모르겠고 AB형은, 어쨌든 별나다는 얘기다.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자기 하던 말만 마저 하거나
일껏 내가 목청까지 돋우며 했던 말을 자기가 처음 하는 말처럼 다시 한다거나
테두리가 그어져있는 곳에 색을 칠하라고 하면 기가 막히게 완성하지만
백지를 던져 놓고 아무거나 그리라고 하면 당황한다거나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은 머리카락을 뜯어가며 고민하지만
일단 끝난 일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거나
하는 성향이 AB형의 특성인지 K의 특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많이 엉뚱하고 때로 기발하며 자주 당혹스럽다.
특히, 진지한 얘기를 싫어하고 토크 집중력이 길지 않은 부분은
오히려 A형의 너무 진지한 성향이 문제인지 사실상 구분하기도 어렵지만
구분한들 크게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에어컨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올해처럼 하루 중 장시간 가동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더위가 일찍 시작되었던 6월 말
갑작스러운 에어컨 고장으로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본 이후에는
사람이든 기계든 잘 돌아갈 때 많이 써먹어야겠다는 원칙이 생겼다.
더구나 옛날 에어컨과는 달리 요즘은 인버터방식이라 전원을 껐다 켜는 것보다
일정 온도로 세팅을 하고 계속 켜 놓아야 전기료가 절약된다고 한다.
하여 오후 두 시, 가장 기온이 상승했을 때 켜서 새벽 두 시 정도까지 취침예약을 한다.
점심을 먹고 거실에 놓은 식탁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시간에 단추는 보통 내 발 옆에서 자거나
자기 쿠션위에서 자거나
그러다 집 안을 한 바퀴 순찰(?)을 한 다음 거실 바닥 아무데나 널브러져 자기도 한다.
그런데 한참 책을 읽다 발밑을 보니 녀석이 없다.
쿠션 위에도 거실 바닥에도 없다.
무심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화분대 뒤 베란다 창틀 위에 올라가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아닌가.
27도로 설정한 실내가 추웠을 리는 없을 텐데
도대체 햇볕에 지글지글 달궈졌을 거기는 왜 올라가 있는 걸까.
작은 천 쪼가리라도 탁탁 펼쳐서 깔고 나서야 앉는 귀하신(?) 몸이
이중 삼중 레일이 깔려있는 창틀이 불편하지도 않은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안 덥니? 참 별나다 별나.
혹시...
너 AB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