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라고 했는데 고마워 라고 말했다

가족, 때로 그립고 문득 서러운 이름

by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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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밤새 몸이 너무 아팠다.

뼈 속까지 냉기가 든 것처럼 시리고

온 몸 마디마디가 소금에 절인 것처럼 저렸다.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으면 베개에 닿은 뒤통수가 욱신거려 바로 누울 수도 없었다.

아침에 건강어플에 있는 수면 그래프를 보니 온통 자잘한 선으로 이어져있었다.

만난 사람도 없고 방문한 곳도 없지만

이럴 때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코로나라

K가 대뜸 체온계를 가져와 귀에 넣는다.

삐~ 소리 후에


“36.5 도 이십니다.”


라며 웃는다.

맛을 느끼는 데 이상도 없고

조금 둔감해져도 좋을 것 같은 냄새 신경도 여전했다.

이럴 때 참 민망하다.

어디가 부러졌거나 피가 나거나

혹은 진단이라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면

같이 사는 사람에게 설명이라도 될 수 있을 텐데

잠을 못자 퀭하고 기운이 없는 것 말고는

증상은 본인의 설명에만 의존해야하니 그렇다.

꾀병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이다.

여하튼 어제는 온 종일 소파와 침대를 오가며 폐인처럼 보냈다.


“요즘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 거지 뭐.”


관심 없는 거 같으면서도 그래도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서인지

K가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에 잠깐 동안 코끝이 시큰했다.


“안 하던 일, 한꺼번에 몰아 해서 그럴지도 몰라. 지난주에 청소한다고 집을 뒤집었잖아.”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일을 몰아서 한 이유조차 스트레스를 잊으려는 의도가 있었기에

K의 진단은 정확한 셈이었다.




며칠 만에 단추와 천변 산책을 나갔다.

K1에게서 전화가 왔다.

근황을 얘기하다보니

마음이 힘들었던 얘기, 그래서 몸이 많이 아팠다는 얘기까지 미주알고주알 말했다.

사실, 말하기 전까지는 아들에게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할 수는 있다고 쳐도 그걸 조근 조근 들어줄 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아이는

충분히 공감해주었고 어느 부분은 조언을, 어느 부분에서는 틀린 걸 고쳐 주었다.

신기하게도 그 말들이 위로가 됐다.

얘기를 받아준다고 마냥 붙잡고 있다가는 행여 업무에 방해가 될까 싶어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아이가 말했다.


“사랑해.”


생각지도 않았는데 불쑥 딸기라테를 사 들고 들어와

무심한 듯 책상 위에 놓아주던 K를 보며 그랬던 것처럼

순간 심쿵했다.


“고마워, 으응 아니 나도~!”


라고 말하는 동안 전화가 끊겼다.


언젠가 딸하고 둘이 앉아서 아빠를 놀린 적이 있었다.


“아빠한테 사랑해 라고 하면 고마워 라고 말한다?

미드에서 보면 가족끼리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러면 문을 열고 나가다 말고 혹은 차를 타고 떠나려다 말고

‘나도!’ 라고 말하던데 말이야.“

“맞아 아빠, 사랑한다는데 고마워가 뭐야, 나도 사랑한다고 해야지.”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얼결에 내가 그렇게 말해버렸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지가 너무 오래 돼서 감이 떨어졌나?

뭐 아무튼 3km지점을 돌아 집으로 오는 길에는

갈 때보다 발걸음이 다섯 배는 가벼워진 것 같다.

햇살이 무척 좋았다.

입고 나간 겉옷이 덥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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