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 년 전 얘기다.
아이폰7으로 바꾸기 전에는 2G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으나 미국에서 K2가 폰을 분실해서 새로 구입해야하는 빌미로 나까지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아이가 쓰던 맥북을 물려받았고 연결해서 사용하려면 같은 os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해서 폰도 같은 모델로 했을 뿐 애플제품을 선택한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7폰을 사용하는 동안 어찌된 일인지 집 안에서 통화가 잘 안 됐다.
전화를 왜 안 받느냐는 볼멘소리를 종종 듣기도 했는데
정작 내 전화에는 부재중 전화 표시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i메시지를 사용할 때마다 뭔가를 확인하라느니 어쩌구 하는 메시지가 뜨는 것도 번거로웠고
어찌어찌 통화를 하는 상황에서 조차 끊김이 잦아 이 방 저 방 옮겨 다녀야 했다.
스마트폰으로 바꿨지만 생활은 전혀 스마트해진 것 같지 않았다.
그나마 통화 문자를 하는 대상이 가족 외에 별로 없으니 망정이지
사업이라도 하는 상황이었다가는 돈 떼먹고 잠수 탄 것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모양새였다.
햇수로 오 년차쯤 됐을 때 폰을 바꿔야 하나 어쩌나 하는데
사위가 새 버전 아이폰11으로 바꿨다고 보여준다.
엄마도 이제 폰 바꿀 때 되지 않았냐며 K2가 11으로 바꾸라고 했다.
카메라가 좋아져서 사진이 막 찍어도 잘 나온다고 했고
칼라도 예쁘고 그립감도 좋아서 엄마한테 딱이겠다며 부추겼다.
“아니야, 이 폰 바꿀 때 되면 나는 그냥 2G폴더폰으로 돌아갈래. 아니면 휴대폰 해지하고 집 전화를 놓아도 되고.”
세상에, 그 때 내가 그런 말을 했었다.
나이도 들어갈 테니 휴대폰으로 뭘 들여다보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며
사실상 가족들하고만 이용하는 셈인데 굳이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었다.
게다가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뭔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이 죄다 백만 원도 넘는 스마트폰이라며 그게 다 비싼 장난감 같다고 덧붙이기까지 했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결국은 그 다음 해에 뒷북치듯 11폰으로 바꿨고 또 사 년이 지났다.
사실, 지금 내 폰은 멀쩡하다.
좋아하는 민트 색상에다 K2가 사 준 그립톡도 예쁘고 통화 문자 아무 문제없다.
그런데 다 늦게, 전에 없던 지름신이 내린 모양이다.
15버전이 나오기 전부터 막연히 그 폰으로 바꿀 결심을 하고 있었다.
급기야 출시가 됐고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자주 이용하는 쇼핑어플을 눈 빠지게 들여다보다가 K2와 통화를 할 때 그거 가격이 어느 정도 하느냐고 물었다.
15프로냐고 묻는데 15%할인이라는 소리로 듣고는 반색을 했다.
원하는 모델이 15프로냐는 말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몇 년 전 내가 단호하게 큰소리 쳤던 말이 생각났다.
“난 그냥 폴더폰으로 할 거야. 아니면 집 전화만 있어도 되고.”
K2가 그 말을 기억하여
“2G폰이면 된다며?”
라고 놀릴까봐 긴장이 됐다.
다행히 그 말을 기억 못하는 건지 모른 척 하는 건지 K2는 다른 말 대신 가까운 매장에 가서 실물을 만져 보라고 했다.
살면서 그 날처럼 쇼핑몰에 가기 위해 몸이 기민하게 반응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예상과는 달리 실물 새 제품은 아직 전시되지 않았다.
예약 경쟁이 끝나고 정상적인 구매가 가능하려면 언제쯤 될 것 같냐고
그리고 가격은 어느 정도냐고 직원에게 물었다.
11월쯤이면 될 거라고 했고 역시나 가격대는 후덜덜했다.
돌아서 나오려다 다시 물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폰의 중고가격을 확인 할 수 있냐고.
가능하다며 그 즉시 검색을 하더니 삼십 만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알려준다,
물론, 상태가 최상급인 기준이라고도 덧붙였다.
내 폰의 경우 외형은 최상인데 배터리 성능이 기준치보다 낮다며 구체적인 상태를 다시 입력하더니 의외라는 듯 밝은 표정으로
“그런데도 최상급 가격으로 나오는데요?”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많아진다.
백칠십만 원짜리 폰이라니, 휴대품이 아니라 귀중품 느낌이다.
아니 그 전에, 지금 갖고 있는 폰 역시 11월이 될 때까지는 어디 흠집나지 않게 조심히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폰이 폰님으로 보인다.
100% 충전을 하는 게 배터리 성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해서 지키고 있다가 90%에서 뽑으며 나도 모르게 굽신거려졌다.
‘아이고오~ 폰님 자알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