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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날씨

닫혀 있었던 것은 나의 마음

여행자의 날씨


여행을 계획해 본다. 여행을 계획할 때 장소만큼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날씨이다. 날씨의 맑고 흐림은 여행의 무드를 좌우하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여행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고심해서 결정한 여행지에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태풍의 소식은 마음의 공간 또한 어지럽히고 있었다. 시시각각 날씨 어플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졸여본다. 날씨는 바뀌지 않고 복잡해진 마음에 결국 예약해 둔 숙소까지 그 일정을 변경한다. 


그렇게 변경한 일정. 하지만 원래 떠나가기로 했었던 날이 되자 변덕스러운 날씨는 다시 평온해져서 비를 뿌리지 않았다. 결국 일정을 변경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한 주나 늦어진 여행 일정, 더 나가게 된 여행의 경비. 그리고 또다시 찾아온 비 예보.


결국 날씨 예보와 상관없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날씨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공간을 만나고 그곳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순간들을 맞이하는 거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날씨는 흐렸지만 마음이 흐리지 않으니  여행의 모든 여정은 낯선 여행자를 환영한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날씨보다 중요했던 것은 이 여정을 열린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너의 마음이었다고. 닫힌 마음의 여행자에게는 맑은 날씨도 어떤 선물을 가져올 수 없었을 거라고.


그리고 마지막 날, 하늘은 자신을 열어 보여주었고 바다 위로 자신의 푸른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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