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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돌이의 회사생활

by 김수달

뼛속까지 집돌이

직장생활에서 수달이 유일하게 뒷걸음 치는 게 바로 회식. 뼛속까지 집돌이인 김수달은 '인터넷과 컴퓨터만 있으면 한 달 동안 집에서 안 나갈 수 있다' 정도의 정신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 회식 특징, 술이 가미되면 회식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밥을 3차에 나눠서 먹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하니까...


노래방만은..

1~2년 차 때는 술도 많이 안먹고 말짱한 상태로 3차까지 따라가곤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3차까지 이어진 회식 다음날 누가 일찍 집에 갔는지 사람들은 잘 기억도 못하는데 인사 없이 귀가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던 것 같다. 어느정도 요령이 생길 때쯤 1차가 끝나면 스리슬쩍 귀가하려고 눈치를 봤다. 다음 회식장소로 이동하는 순간 살짝 빠진다거나 회식장소 화장실에 가방을 놓고 자리에 앉은 뒤 화장실 가는 척하며 가방을 들고 귀가하는 식이었다. 특히 노래방이라도 갈라치면 어떻게든 귀가하려고 노력한 수달이다. 심지어 노래도 못 부르기 때문에 회식으로 노래방 가는거 젤 싫어하는 수달이다.


라테는 카페 가면 있구요

회식의 장점은 사무실에서는 나누기 힘든 대화를 나누며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거다. 가만 생각해보면 죽마고우처럼 친해져서 또 뭐할 건가란 생각이 든다. 사회생활은 엄연히 공적 영역이라 회식으로 쌓은 친밀감으로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있어야 한다...) 술 먹고 친해져야 얻을 수 있는 평판이라면 수달은 망설임 없이 그 평판 없어도 된단 생각이다.


초년차 수달이 들은 가장 충격적인 조언은 '젊은 사람이 술도 먹고 같이 망가져도 봐야 된다'는 말이었다. 그분은 대체 수달의 어떤 모습이길 기대했던 걸까

무늬만 열린 조직문화, 멈춰

또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것중 하나는 무늬만 열린 문화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개인의 고유 영역을 가지고 싶은 본능이 있는데, 소통, 협업 증진이라는 이름으로 칸막이를 없앤 사무실이 있다. 수달은 둘 모두를 경험해본 바 압도적으로 개인 칸막이가 있는 게 좋았다.


칸막이를 없애서 얻어지는 소통의 증진보다는 고유 공간 부재로 오는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A부터 Z까지 본인 고유 업무가 있고, 어디서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일부 사기업이 공유 오피스를 중심으로 개방된 공간을 활용하는 건 이해가 된다. 언제든 랩탑을 들고 이탈(exit)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9 to 6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해야'만' 하는 공공기관과 같은 조직에서는 칸막이 유무로 소통의 정도가 달라질 일도 없거니와 정서적 이탈(exit)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칸막이가 기능한다는 것을 고려해야한다. 사무실 칸막이를 없애더라도 어느 순간 각종 화분, 책자, 집기들로 서로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달은 생각한다. 살벌한 정글같은 조직에서 개인의 작은 공간만이라도 확실하게 만끽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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