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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Sabrina Jan 27. 2024

서핑이라는 것을 처음 해봤습니다.

20210620.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서핑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다. 

물을 무서워하고 바다를 더 무서워하는 내가 수영도 못하는 내가 용감한 시도를 했다.

사실 시작은 그랬다.  곧 생일인데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 

그 생각의 끝에 서핑이 떠올랐다. 

나랑 상관없는 일 같았던 서핑.


이론 설명을 듣고 5명이 한 그룹이 되어서 강사와 함께 바다로 들어가서 

파도를 기다리고 파도가 오면 보드 위에서 패들링 그리고 푸시 업! 이렇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래도 보드 위에서 엎어질까 봐 무서웠는데 

푸시까지 해서 해안가까지 파킹은 가능한데... 업! 그 일어나는 것이 어려웠다. 

강사가 한 번에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와 일어서라고 하는데... 

물이 무서운 것보다 그 동작이 안 되는 답답함이란... ㅎㅎㅎ

한쪽 무릎을 세우고 그다음 일어나는 동작을 나눠하기엔 짧은 파도... 

우선 동작도 익숙해야 하고 보드랑도  파도랑도 친해져야 할 것 같았다.

업 하는 타이밍도 중요한 것 같다. 그걸 가르쳐줘서 알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수 없이 많이 파도와 만나다 보면 알아차려지는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짧게라도 서핑이라는 것을 하고 나니...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니 남일 같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남일이어서 봐도 그냥 별 감흥이 없었는데

파도에 출렁이는 사람들을 보고, 일어나 파도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멋져 보이는 것이다.



아... 이거구나...

경험하면 남일이 되지 않는 것.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경험이라는 것의 가치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많이 들었던 말이 하나를 해도 끝까지 하라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은 바뀌었다.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라고 하고 싶다.

이것저것 기회가 된다면 경험해 보라고.


그 짧은 시간으로 서핑을 했다 하기 부끄럽지만 

그래도 파도의 힘으로 뜨고 밀려나고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이었다.

예전에 체험판이었지만 스킨스쿠버를 해서 바닷속 세상을 경험했을 때처럼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등대도 많이 만났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읽고 난 다음이어서 그런지 

동해 오면 보던 등대인데도 이번에 더 눈에 들어왔다.


책으로 경험하든 실제로 경험하든 

경험은 그런 것이다. 

남일이 아닌 내일이 될 수 있는 것.

세상을 이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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