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던 것은 단순히 수능 점수에 맞춰서 갈만한 학과 중에 그나마 전망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봉사활동을 좋아했었던 것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지만, 희생정신이라던가 사명감같은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점수에 맞춰 입학한 대학생활은 저와 잘 맞지 않았고 자연스레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대신 친구가 알바를 하던 노래연습장에 더 자주 들락거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가 가끔 일이 있어 알바에서 빠질 때, 제가 대신 몇번 알바를 해주다보니 노래연습장 사장님과도 친해졌습니다.
친구가 알바를 그만두게 되자 자연스럽게 제가 이어서 그 자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노래연습장을 관리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손님이 오면 방 안내를 해드리고 시간만 넣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업무였죠.
그렇게 3달 정도 지났을때 사장님께서 근처에 새로운 노래연습장을 오픈하는데 그 곳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알바 시간대는 야간으로 바뀌었지만 그만큼 더 보수를 주겠다는 말에 저는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픈 첫 날, 제가 일하게 된 곳은 다름아닌 '노래방'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20살의 어렸던 저는 노래연습장과 노래방의 차이를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첫 출근날 그곳이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공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쪽에는 술이 잔뜩 쌓여 있었고, 화장을 진하게 한 도우미 누나들이 줄지어 들어 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풍경에 풍경에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 마음을 다잡고 카운터에 앉았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첫 손님이 기억납니다. 사장님을 통해 도우미를 부른 손님이었는데, 저는 노래연습장에서 일할 때처럼 시간이 끝나갈때쯤 아무 생각 없이 서비스 20분을 추가로 넣어드렸습니다.
그러자 문이 벌컥 열리더니, 도우미 누나가 씩씩거리며 나오더니 제게 대뜸 욕을 퍼붓더군요.
지금 뭐 하는 거냐고요.
노래방은 그런 식으로 서비스를 추가하면 안 된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도우미 누나는 원래 1시간만 일하기로 하고 들어온 건데, 제가 멋대로 20분을 더 넣어버려서 어쩔 수 없이 그 시간까지 더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였죠.
사장님께서 돈을 더 쳐주겠다고 도우미 누나를 겨우 진정시켰지만, 그때 정말 식은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어느 날은 사장님이 친구분들이 놀러 오신다고, 잘 챙겨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조금 뒤 나이가 좀 있는 여성분들이 단체로 들어왔는데, 그분들이 바로 사장님 친구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들어오자마자 맥주를 12병 주문하고는 방으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쟁반에 맥주를 한가득 올려 방으로 들어갔고 문을 열자마자 아줌마들이 다 같이 저를 붙잡고 춤을 추기 시작하셨습니다.
당황한 저는 몸을 피하려다 그만 쟁반이 엎어져서 맥주병이 우르르 깨져버렸습니다.
온갖 난리 통에 방 청소를 하다보니 내가 왜 여기에 있나 싶은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근무 시간 덕분에 생활 패턴은 완전히 무너졌고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는 일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렇게 2주쯤 지났을까요.
어느 날, 잠결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겨우 눈을 떴습니다.
그 전화 한 통이,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게 될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