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학년 교사의 시간. 일교시
5교시 돌봄 교실로 가기 전 알림장을 쓰던 시간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풍겨왔다. ‘누가 방굴꼈나?’ 했다가 그 정도 냄새가 아님을 직감했다.
‘비상이다! 비상!! 이건 왕 보스다!’
마음이 요동쳤다.
‘냄새의 주인공이 누구지? 아이들이 눈치채기 전 찾아내야 해.’
교실을 쭉- 둘러보니 교실 뒷편 아이들이 일제히 코를 움켜쥐고 있었다.
“선생님, 여기서 똥냄새나요!”
“선생님 토할 것 같아요.”
토하는 시늉, 오버액션을 하며 가방 속에 얼굴을 집어넣는 녀석도 있다.
‘이그 이그, 친구 맘도 모르고.’
그때 민규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민규는 엉거주춤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고 알림장을 쓰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너구나! 좋아쓰~ 너는 지금처럼 위장하고 있거라! 나는 창문을 열 테니! 지금부터 작전 개시!’
나는 창문들을 빠르게 열며 말했다.
“에고~ 밖에서 똥냄새가 들어왔나 보다~”
“아닌데? 선생님. 여기서 나요.” 하며 찬솔이가 콕 짚어 민규를 가리켰다.
‘쳇 눈치 빠른 녀석. 그러나 이걸로 당황할 내가 아니지.’
“아닌데~? 선생님은 여기서 나는데~ 얘들아, 오늘은 알림장 검사하면 청소 안 하고 바로 갈게요.”
“오예!!!!!!!!!!!!”
억지로 우긴 뒤, 정신을 교란시키자 아이들의 알림장 쓰는 속도가 올라갔다. 역시. 난 노련한(?) 일학년 교사다.
복도로 나가 재빨리 작은 목소리로 SOS를 걸었다. 그새를 못 참고 앞문으로 빼꼼 내 얘기를 엿들으러 온 지아에게 근엄한 표정으로 가라고 손짓했다.
뚜르르르르 ㅡ 달칵
“여보세요?”
“어머님!”
“네,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어머님, 지금 민규가 바지에 배변 실수를 했거든요. 아직 친구들은 몰라요. 여벌 옷이랑 속옷, 양말 챙겨서 와주실 수 있을까요?”
후다닥 소리와 함께 전화가 빠르게 끊긴다. 교실로 들어가자 어느새 아이들은 알림장을 다 썼다며 아우성. 그새를 못 참고 싸우는 아이 두 명은 덤이다.
“오늘은 줄 서지 않고 자리에 있으면 선생님이 검사하러 갈게요. 자리에 앉아서 손들어주세요.”
‘좋아, 이렇게 손을 들게 하고 그 친구를 가장 마지막에 따로 남기면 되겠다.’
청소가 없다는 행복감만큼이나 아이들 글씨는 괴발개발. 또 또 직업병이 도져서 고쳐줄까 고민했지만, 오늘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이패스 통과하듯 아이들 알림장에 재빠르게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주인공(?)을 제외한 마지막 친구를 보낸 뒤 재빨리 창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마자 민규는 갑자기 눈물을 왈칵- 똥 싸서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데, 아무리 손을 들어도 검사 안 해주는 선생님이 얼마냐 야속했으랴.
“민규야,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요? 선생님이 민규 실수한 것 다른 친구들한테 비밀로 하려고 그런 거야. 미안해.”
아이를 다독이고 바지를 살펴보며 배가 아직도 아픈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집에 가고 싶어요.”
“응! 선생님이 좀 전에 엄마랑 통화했어요. 지금 차 타고 오고 계신대. 그전에 똥은 어떡하지? 유치원 화장실 가서 씻을까?”
도리도리-
“그럼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릴까?”
끄덕끄덕-
그래. 맞다. 나라도 부끄럽겠지! 실수하긴 했어도 유치원이랑은 차원이 다른 초등학교 1학년이니까! 친구들은 모를 거라고 안심시키던 중 아버님이 오셨다. 어머님 전화를 받고 출동하셨나 보다. 아버지를 보자 민규가 또 한 번 눈물을 왈칵-
자초지종을 설명 드리는데 물티슈를 찾으시더니 의자에 묻어있던 배변을 닦아주셨다. 교사의 뒤처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음에 감사를 표했다. 민규의 머리를 쓰다듬고 배웅했다.
‘휴- 오늘도 미션 클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