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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소미 Sep 11. 2024

돌고 도는 통증 환우의 삶

이번엔 무슨 일이게...?

하루 만에 무너진 나

길고 긴 8시간의 대기 끝에 입원한 응급 병동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이런 제 몸 상태가 여전히 당황스럽기만 하네요.
퇴원하자마자 이렇게 아파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재입원이라니...
병원에서 케어받는 게 잘 듣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섬유근육통 통증으로는 응급실도 입원도 쉽지가 않은 게 현실이랍니다.
그걸 알기에 저도 최대한 약으로 버티고 버티다가 정말 살기 위해 인천에 있는 응급실 여러 군데에 전화해 보았고 오전에 근처 병원 외래에서 수액도 맞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니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수원까지 1시간 달려와서 대기를 하였고 그동안 진료 기록을 보고 입원을 시켜 준 것 같아요.


응급병동은 임시병동으로 2박을 보낸 후 원래 통증 병동인 5층으로 이사를 하였어요.
5층 입원실과 간호사 선생님들... 이제 낯 설움이 적어졌네요. 익숙해...ㅎㅎ
이번 입원에서도 마찬 가지로 재활 치료와 주사 치료를 하며 보냈어요.


24시간 PCA 펜타닐 진통제를 맞았고 밤~새벽에 통증은 심해지고 3시 정도만 되면 잠을 못 자서 진통제를 추가로 더 맞곤 했답니다.


목, 어깨, 등, 허리, 꼬리뼈, 장요근 등 여리 부위를 돌아가며 주사 치료를 받으며 통증이 줄어들기를 바랄 뿐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장요근 쪽에 처음으로 주사를 맞았는데 허리 통증에 반응이 보였어요!

기존보다 통증이 줄었고 효고가 길게 가는 것 아니겠어요? 이 정도라도 반응이 오면 얼마나 기쁜지~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렸어요 정말.

치료를 해주신 선생님은 아마 전문의 선생님이신 것 같아요.
아침에 매일 회진 오시고 주사 치료도 해주시는 통증클리닉 선생님이시거든요.

지난 입원 때부터 뵈었는데 실력도 좋고 성격도 좋으시고 요청드리는 것들을 다 해결해 주시기 위해 힘써주신 너무나 좋은 선생님 이셔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언제나처럼 치료를 받고 있는데 한 날은 아무래도 발이 너무 붓고 통증이 이상해서 정형외과 협진을 요청드렸어요.


네...?!

다행히 협진이 되었고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세상에 역시 괜히 이상한 게 아니었어요.
복숭아뼈 쪽에 인대 재건술을 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정확한 병명은 '우측 단비골건 파열 및 우측 비골건 탈골'이에요.


응급은 아니지만 수술을 하긴 해야 하고 오래 두면 힘줄이 닳을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어차피 해야 한다면 이곳에서 하는 게 낫고 입원해 있을 때 가능하면 그게 제일 좋다는 생각에 바로 날을 잡았고 8월 8일에 수술을 하기로 갑자기 결정하였어요.
이렇게 되면 양쪽 발 모두 2번씩 수술하는 것인데...ㅎㅎ 발목이 남아나질 않네요.
다른 건 걱정되는 게 없었지만 혹시 수술 후 수술부위에 통증이 너무 심하게 다가올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였어요.
그래도 수술 경력자라 그런가 생각보다는 걱정이 크지는 않았어요.(여기서부터 잘 못 된 거야...)


그렇게 8월 8일 월요일 수술 당일이 되었어요.
저는 제일 마지막 순서로 2~3시쯤으로 수술 예정 시간이 정해졌어요.
그래서 여유롭게 쉬다가 12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 하며 휴대폰을 하고 있었는데! 12시쯤 갑자기 수술실에서 부르는 거 아니겠어요...?
간호사 선생님도 저도 갑자기 다급해졌어요. 저 아직 준비를 아무것도 못 했는데요!?
빠르게 화장실을 다녀오고 양갈래 머리를 하고 준비를 마친 채 침대로 실려갔어요.


수술 D-day

수술실에 오면 공기부터 다른 이 긴장되는 느낌... 아 진짜 시작이구나 전신마취인데 잘 살아남겠지!
수술 침대에 누워 움직임 방지를 위해 팔다리를 고정하였어요.
하 시작이구나! 분주히 수술 준비가 진행되고 저는 누워서 혈압을 재고 있었는데 한 선생님께서 "엇 박 수아님!? 박수아 님 이세요!? 저예요!" 하며 오셨어요.
얼굴을 보니 통증치료실에서 몇 번 치료를 해 주셨던 밝은 선생님이 계셨어요.
와 아는 선생님을 만나니까 너무 반갑고 긴장이 좀 풀리며 안정이 되었어요!
근데 안정이고 뭐고 그렇게 반갑게 인사하고 바로 잠 들어서 눈 뜨니 이미 수술이 다 끝나 있는 게 아니겠어요ㅎㅎㅎ...
와 근데 수술한 발은 안 아픈데 한 자세로 계속 있었더니 날갯죽지랑 척추가 미친 듯이 아팠어요.

저는 침대를 끌어 주시는 선생님께 시간을 물었고 14시 20분이라고 하셔서 그 말을 기억해 뒀어요.
X-Ray를 찍고 병실로 가는데 1시간쯤 걸렸거든요.
회복실에서 올라오면 2시간 동안 가스를 빼야 해서 잠도 자면 안 되는데 지금부터 2시간 후를 말씀하셔서 제가 와중에 저 2시 20분에 나왔어요. 하며 4시 20분까지만 누워있겠다고 했어요. 정말 기가 막히죠ㅎㅎ
엄마가 넌 그 와중에 그걸 물어보고 왔냐며 황당해하셨어요.
사실 나는 수술만 끝나면 화장실 가고 싶으니까... 조금이라도 시간 줄여야 한단 말이야...
그렇게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고 휠체어와 목발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휠체어와의 전쟁 시작


저는 솔직히 이 부분은 걱정을 안 했던 게 하루 화장실 잠깐 다녀오면 되는데 문제 될 게 있을까 했는데..
일단 자리가 문 뒤쪽이고 화장실과 멀고... 화장실 칸에 휠체어를 넣으면 문이 안 닫혀요...

목발은 당일에 바로 받을 수도 없었고 생각 못 한 변수들이 나타나게 되었어요.


화장실을 가려면 수액부터 휠체어에 옮기고 자리에 앉아서 문을 밀고 나와서 밀어서 닫혀가는 문을 다시 열고 나가서 복도 손잡이를 잡고 화장실을 향해가야 해요. 적기만 해도 숨 막혀요.
간병 이모를 모셔야 할지 혼자 살아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첫날에 엄마가 밤까지 있다가 가신 후로 다음날 엄마에게 울면서 너무 힘들다고 전화했고 엄마는 지금이라도 간병 이모를 모시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또 막상 이 좁은 공간에 나보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 불편한 보조 침대에서 생활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들 것 같아서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면서 목발 + 휠체어로 견디다가 12일 금요일에 퇴원을 하게 되었어요.
퇴원 날에는 아무래도 수술한 발이 걱정되어서 조금 더 튼튼하게 잡아줄 수 있는 통깁스를 요청하여 변경하였고 고민 고민 끝에 집이 아닌 한방병원으로 가기로 하였답니다.
집이 계단만 있기도 하고 목발로 인한 통증도 무시를 못 했기에 집에서 또 아프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또 다른 병원생활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첫 한방병원 적응기

하루에 퇴원과 입원을 같이하게 된 오늘은 정말 혼이 쏙 빠졌어요.
한방 병원은 처음인데 첫 진료를 보면서 목에 추나치료를 잠깐 해주셨는데 그런 느낌은 처음이라 소리를 소리를 얼마나 질렀는지 몰라요.


6인실 복작복작한 곳에 있다가 화장실과 샤워실이 병실에 있는 2인실로 오면서 혼자 있게 되니 이 고요함이 익숙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오늘 지친 하루에 일찍 하루를 마무리하며 적응하기를 바라며 잠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밥이 오는 소리에 일어났어요. 오 여기 밥이 되게 잘 나오네. 잡곡밥에 윤기가 흐르잖아?

근데 나 왜 이렇게 입 맛이 없고 잠만 오지...? 결국 한 두 젓가락 먹은 후 다시 잠에 들어버렸어요.


이곳은 하루 2번 오전 / 오후 치료가 있었어요. 겨우겨우 일어나 오전 물리치료와 침 치료를 받고  병실로 올라왔는데 나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그러지...? 사람이 너무 우울하니 잠만 쏟아지고... 아무것도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어요..
두통에 근육통에 아무래도 오후 치료는 못 갈 것 같아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한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병실로 오셨어요...
두통만큼은 없애주고 가시겠다며 목 치료를 간단히 해주고 가셨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추나치료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뼈 소리가 적응이 안 되네요. 뿌드득하는 그 느낌도 무섭고... 이런 느낌이 처음이라 더 두려웠던 것 같아요.


우울증의 끝이 오는 것 같아

정말 우울하게 잠만 자고 보낸 하루가 지나고 그다음 날이 나의 우울감이 한껏 극에 달하게 되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병원에 치료를 하러 온 느낌이 아닌 나는 왜 이곳에 갇혀있는가 너무 여기에서 뛰쳐나가고 싶다.라는 생각들이 종일 머리에 가득했어요.


너무 울고 또 울어서 눈도 잘 못 뜨고 있을 정도가 되어버렸어요.
너무 짧은 시간에 병원생활도 오래 했고 혼자는 처음이라 더 외로워서 그랬던 것 아닌가 싶어요.

이런 마음이 있으니 처음 받는 치료에도 더욱 호의적이지 않게 된 게 아닐까요.
결국 밤 9시가 넘은 시간까지 울다가 자다가 반복하다가 엄마께 나 그냥 집에 가야겠다고 끅끅거리며 울면서 통화하였어요.


내가 지금 발만 멀쩡했어도 벌써 나갔을 텐데 발은 또 왜 이래 부터해서 생각은 끝이 없이 깊어만 갔어요.
엄마는 당장은 퇴원할 수 없으니 내일 퇴원하겠다고 하고 모레 데리러 오겠다고 하셨어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내일 가고 싶었지만 주말이었기 때문에 우선 알았다고 하였고 빨리 다음 날이 오길 바라면서 잠이 들었어요. 굉장히 힘든 일분일초였어요.

다음날 아침, 간호사 선생님께서 병실 순회하시러 오셨을 때 퇴원을 해야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근데 월요일은 광복절로 빨간 날이었기 때문에 화요일은 돼야 퇴원을 할 수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하 약간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이제 나갈 날이 정해졌다는 안도감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입 맛도 생겨서 1층 카페도 다녀오고 TV도 보고 조금은 밝아진 게 제 스스로도 느껴졌어요.
요 근래 모두를 걱정시켜서 미안하고 민망하고 그렇더라고요. 나도 내가 이렇게 까지 병원생활에 지쳐있었는지에 대해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애초에 퇴원할 때부터 그랬으면 한방병원으로 가지도 않았을 텐데... 혼자라서 더 그랬던 걸까...


집이 주는 안정감

월요일 아침에는 엄마가 일찍이 오셔서 하루치 짐을 빼고 다 챙겨가셨어요.

이제 내일이면 집에 가는구나 실감이 나면서 생기가 도는 것 같았어요. 엄마는 날 보자마자 애가 왜 이렇게 다 죽어가냐며... 그냥 집에서 요양하자고 하셨어요.
나도 그냥 불편하고 아파도 집에서 쉬겠다며 마음을 굳게 먹었답니다.


와 드디어 화요일 퇴원 날이 왔다! 오전 9시에 마지막으로 치료를 받고 짐을 싸고 엄마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기다렸어요.
엄마께서는 11시 반쯤 데리러 왔고 왜인지 신나는 이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어요.
제일 큰 고비였던 빌라 꼭대기인 엘베 없는 우리 집 계단... 천천히 올라왔고 집에 오니 정말 그냥 너무 행복했어요!
누가 보면 몇 년 떠났다가 온 줄 알겠어...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먹고 싶었던 샤브샤브를 배달시켜 먹고 두둑해진 배를 잡고 라뗴와 흑임자 케이크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답니다.


이런 게 정말 소소하면서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당장 운동을 갈 수도 밖에 나가기도 힘들어서 외래 날까지는 집에만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스트레칭도 하고 최대한 다리에 무리를 안주며 편안한 마음으로 집순이 생활을 즐겨야겠어요.


나 자신 고생 많았다. 토닥토닥... 돌발통아 눈치껏... 알지...?


정말 오랜만에 마음 편히 푹 자고 일어나서 밥도 차려먹고 뭘 안 해도 여유롭고 그렇네요.


건강이 주는 행복은 아프기 전까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아프고 나면 크게 와닿아요.


독자분들 모두 무탈하게 건강한 하루 되시기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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