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0개월이 훌쩍 지난 아들을 볼 때면 놀라운 일들이 많다. 대개는 기억력에 관한 일들인데, 요즘따라 기억력이 점점 쇠퇴하는 내 입장에서 아들의 기억력은 부럽고도 놀랍다.
달달구리에 홀릭된 아들은 가끔 사탕, 아이스크림 등에 꽂힐 때가 있다. 한번 사탕, 아이스크림에 있는 걸 알게 되면 아이는 '사탕사탕', '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 을 내놓으라고 노래를 부른다. 내가 잘 숨기는 곳들을 아이도 알기에 온갖 서랍을 뒤져 찾아낸다. 하지만 나는 대개 아이가 못찾게 나만 아는 공간에 숨겨 둔다. 아이는 혼심을 다해 찾지만 아무리 찾아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으면 갑자기 떼를 쓴다. 하지만 하루의 할당량을 정해 놓고 아이에게 간식을 주려고 노력하기에 그 이상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기 위해 나는 나쁜 악당을 자처한다. 이의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무단히 노력을 하다보면, 아이는 대개 그 순간은 잠시 달달구리에 대한 생각을 잊고 놀다가 잠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이는 '사탕사탕' '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을 반복하며 자기 전 상황을 반복한다. 이 놀라운 집착력과 기억력에 두손두발을 들고 우리는 마지못해 아이에게 간식을 준다. 하루가 지났으니 오늘의 할당량이 새롭게 설정되기 때문이다.
어제는 남편이 느즈막하게 퇴근하며 컵케이크를 사왔다. 아이가 안 자고 있어서 남편이 컵케이크를 보여주며 내일 일어나서 먹자고 이야기 한 순간, 나는 남편을 째려봤다. 이 순간부터 아이의 컵케이크에 대한 애정이 시작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컵케이크가 담긴 투명한 케이스를 이리저리 보더니 아이는 "어 머핀같이 생겼다"라 말하며. 컵케이크를 감싼 초록색 리본끈을 보며 "이것도 먹는거야?", 컵케이크에 올려진 장식을 보며 "이거 초코야? 먹는거야?" 라며 무한 질문을 쏟아냈다. 남편은 "자고 내일 먹자"하며 식탁 위에 올려 두려했지만, 아이는 자기 옆에 두고 자겠다고 한다.
대개 아이는 내일 먹어야 할 간식이나 꽂힌 장난감들을 옆에 두고 자고 싶어 해서 과자나 사탕 등을 옆에 두고 잔 적이 많다. 저번에는 밀가루를 곱게 털어내는 채망에 꽂혀서 채망을 옆에 두고 잔다고 떼를 써서 자게했더니 험하게 자서 채망이 다 찌그러졌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이옆에 있던 컵케이크는 싱크대 위에 놓여있었다. 아이가 잘 때 남편이 몰래 빼 놓았나보다. 출근을 하고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일어나마자 아이는 "머핀 머핀"을 외쳤다고 한다.
대개 성인의 욕망과 집착은 하루 밤 자고 나면 식기 마련인데, 아이와 욕망과 집착은 전혀 식지 않는다. 오히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 더 커져 머리 속이 온통 그것으로 채워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