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망, 도서관 출근

안식월(2022년)

by 소채

나의 백수생활 1일 차의 첫 출근은 동네 도서관이다. 8월 말에 시작된 연말까지의 장기휴가는 퇴직을 앞둔 회사의 배려이자 나에게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완충기이다. 9월 한 달은 제주도에서 보내고 오늘부터 실제적인 백수생활 적응을 위한 첫째 날이다. 오랜 직장생활을 한 퇴직자일수록 아침 출근길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만큼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할 곳이 없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거기다가 집안 식구들의 눈총까지 받으면 인생이 더욱 불쌍해진다. 몇 년 전부터 나름 퇴직에 대한 준비도 할 겸해서 책 읽기와 글쓰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고 지난여름휴가 때 동네 도서관 몇 군데를 사전 방문해 보고 도서관 출입증도 만들어 놓은 것이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나의 백수생활 1일 차의 첫 출근은 동네 도서관이다.


아침 일상을 루틴하게 만들려고 한다. 새벽 5시에 맞춰둔 알람벨이 울려서 잠을 깬다. 한 시간가량 새벽 독서를 하고 네이버 독서 밴드에 읽은 내용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서 독서 인증을 한다. 가능하면 올해 말까지는 '고전 문학 소설'을 위주로 읽으려고 한다. 독서 인증 후에는 새로 시작한 숭례문 학당에서 진행하는 '100일 글쓰기 모임'의 글감 주제를 확인하고 글쓰기를 한다.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리지만 미리 카카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를 활용해서 작성을 한다. 그러고 나서 8시에 집을 나선다. 마치 회사에 출근하는 것처럼 도서관으로 출근을 하는 것이다. 동네 근처에는 3군데 정도(서초 여성회관, 국립중앙도서관, 서초 반포 도서관)의 도서관이 있는데 그중에서는 서초 반포 도서관이 제일 마음에 들어서 그곳으로 간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거리는 걸어서 1시간 정도 된다. 평소 같으면 걸어서 갈 엄두를 안 했겠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제주도 올레길을 매일 5시간씩 걸어서 그런지 왠지, 걸어가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 '만보 걷기'도 나의 목표중에 하나라서 겸사겸사 걷는다. 노트북을 넣고 가방을 둘러매고 길을 걷는데, 많은 직장인들이 출근 복장 차림으로 서둘러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회사 출근 시절에 그렇게 꿈꾸던 로망을 현실에서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출근길에 청바지 차림으로 백팩을 메고 도서관을 가다니 말이다. 무거웠던 나의 어깨가 갑자기 가벼워지고 머릿속에는 엔도르핀 마저 돌면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내가 알면 뭐라고 하겠지만, 아침에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일상이 쭈욱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침에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일상이 쭈욱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