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밥집(미꾸라지 추어탕)
아침에 배송된 식재료 박스 중에 스티로폼 박스가 심상치 않다. 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앗! 생물이다.' '파닥파닥' 하고 소리도 들린다. 리스트를 보니 낼모레 메뉴에 '미꾸라지 추어탕'이 눈에 들어온다. '그럼 혹시, 이 생물은 살아있는 미꾸라지 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실장께 여쭤보니 맞단다.
며칠 전에 메뉴를 검색했을 때만 해도 그냥 추어탕 진액을 쓰겠거니 했는데, 생물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추어탕은 보양식으로 즐겨 먹은 음식이지만 실제로 미꾸라지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아주 어린 시절 서울 강남이 개발되기 전, 말죽거리에서 친구들과 미꾸라지를 잡았던 기억을 제외하면 도심에서 성장한 차도남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식재료이다.
너무도 생소한
식재료이다.
추어탕(鰍魚湯)은 한국 요리의 하나로, 한자로 '추'는 미꾸라지를 뜻하며 미꾸라지(미꾸리에 비해 수염이 길다) 혹은 미꾸리를 넣어 끓이는 국물요리이다. 겨울이나 가을에 자주 먹는 음식이다 보니 가을 '추'자를 써서 추어탕(秋魚湯)이라고도 한다. 추어탕은 벼농사가 끝나고 물을 빼는 과정에서 잡히는 미꾸라지를 끓여 먹었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속설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거의 양식을 통해서 미꾸라지가 공급된다.
추어탕은 지역마다 조리법이 다르다. 중부지방(서울, 경기)에는 미꾸라지를 통으로 넣어 끓이는 '통추어탕'이다. 개인적으로 몇 차례 먹어보긴 했지만 생각보다 먹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전라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육수를 내고 삶은 미꾸라지는 건져서 뼈째 갈아 넣는 방식이다. 경상도식은 전라도식과 비슷하지만, 미꾸라지 살을 부순 뒤에 체에 쳐서 갈아넣기 때문에 뼈가 덜 씹히고 고기 건더기가 더 잘 보인다.
명동밥집에서 조리한 추어탕은 전라도식 추어탕이다.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려서 해감하고 밀가루로 점액질을 어느 정도 세척한 후에 대형솥에서 푹푹 삶는다. 뼈까지 흐느적거리게 삶아진 미꾸라지는 육수와 함께 믹서기를 활용하여 '윙~ 윙~' 두 번 정도 갈아 준 뒤에 바트에 담아 대형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틀 후에 추어탕을 끓이기 위해 야외천막식당 조리실로 옮겨서 국통에 쏟아 부려고 보니, '이게 웬걸' 젤리처럼 굳어있다. 잠시 당황했지만 바트(용기)를 기울이고 있으니 스르르 미끄러지면서 덩어리가 통째로 국통 속으로 '첨벙'하고 빠진다. 바닥에 덩어리가 가라앉아 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국자로 건져서 열심히 으깬다.
잘 풀어진 추어탕 국물에 야채류(우거지, 고구마줄기, 양파, 부추, 대파)와 느타리버섯을 넣고 양념류(다진 마늘, 청양고추, 홍고추, 고춧가루, 된장, 쌈장, 육수가루)를 넣고 팔팔 끓여준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추어탕의 킥(kick)이라 할 수 있는 들깻가루와 산초 가루도 뿌려준다. 이월의 마지막날, 칼슘 덩어리인 뜨끈한 추어탕 한 사발 먹고 뼈도 튼튼, 몸도 튼튼해 보자.
뼈도 튼튼,
몸도 튼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