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국물 맛집 05화

어묵이 폭발해요

어묵뭇국(명동밥집)

by 소채

"어묵은 끓으면 두배로 부풀어 오르니 조심해야 합니다."

출근하자마자 명동밥집 센타장께서 신신당부를 한다. '아무리 그래도, 두 배까지 부풀어 오르기야 하겠나?' 하고 속으로 생각이 들긴 했지만 혹시나 몰라서 국통 물량을 확인했다. 먼저 출근한 경험 많은 봉사자가 알아서 물량을 조정해서 평소보다는 적어 보였다.


"어묵은 끓으면 두배로
부풀어 오르니 조심해야 합니다."


무를 나누어 쏟아부으니 물의 양이 아까보다 올라왔다. 국을 끓이는 동안 조리실에서 배송된 사각어묵과 볼어묵도 국통에 옮겨 담는다. 여기에 양파까지 추가하니 물의 양이 다시 조금 더 올라서 거의 80% 까지 올라왔다. '넘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얼른 양동이에 국물을 한가득 덜어 냈다.


한동안 강불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팔팔 끓어오르지는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을 놓지 않고 국통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불어 오른 어묵들이 폭발을 한다. 화산 분화구에서 용암이 분출하듯이 국물과 건더기는 순식간에 국통을 탈출하고 말았다. '이런 젠장!!!'




어묵탕은 백패킹에서 제일 자주 끓여 먹는 캠핑요리였다. 초보 백패커시절, 누군가 가져온 어묵탕을 눈여겨보고 그다음 캠핑 때 바로 따라 하게 되었다. 마트에 가면 손쉽게 눈에 띄는 '어묵탕'. 물만 붓고 어묵과 분말수프만 넣으면 끝이다.


처음에는 어묵도 자르지 않고 국을 끓이다가 횟수가 늘어나면서 미리 어묵도 절단하고 추가 재료들도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무와 대파를 잘라서 넣기도 하고 그 다음번에는 냉동 새우나 만두를 넣기도 했다. 혹시나 국물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별도의 분말수프도 챙겨 넣었다.


그렇게 어묵탕은 나의 '캠핑장 최애 메뉴'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셰프 출신의 다른 백패커로부터 마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묵탕에 뭔가 빠진 거 같다고, 이맛도 저 맛도 아닌 거 같다.'라고 말이다. 그 후로 어묵탕은 나의 캠핑 요리에서 한동안 사라졌다. 그러던 중에 명동밥집에서 다시 어묵탕을 끓이게 됐다.


다시 어묵탕을
끓이게 됐다.




아침에 배송된 어묵(사각어묵 15kg, 볼어묵 12kg)을 3개의 바트에 나누어 담는다. 골고루 섞어 담으니 제법 묵직하다. 무는 8봉지(40kg)를 어묵과 함께 카트에 옮겨 놓는다. 다행히도 무를 직접 썰어야 하는 수고는 덜었다. 거의 매번 양파와 대파는 직접 조리실에서 썰지만 무는 바로 조리할 수 있는 상태로 배송된다.


화구에 불을 붙이고, 육수가루(2kg)와 간 마늘(2kg)를 양동이에 담아 물에 갠 후에 국통에 커다란 국자로 같은 양만큼 배분한다. 곧바로 국통마다 무 2 봉지씩 쏟아붓고, 다시 남은 2 봉지는 3개의 국통에 나누어 붓는다. 어묵 담은 바트(용기)는 통채로 각각의 국통에 털어 넣고 양파 1봉도 밀어 넣으니 국의 높이가 한참 올라온다.


어묵이 폭발을 한 후에는 바로 불을 끈다. 간을 맞추고 대파 1봉을 가득 찬 어묵 위에 올리고 국자로 꾹꾹 눌러서 국에 스며들게 하는대도 넘치기 직전인량 아슬아슬하다. 마지막으로 잘게 썰은 청양고추(홍, 청)도 올린다. 잠시 후에 맛을 보니 제법 맛나다. 전에 끓였던 캠핑 어묵탕보다 더 맛나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의 말이 맞았던 거 같다.


캠핑 어묵탕보다
더 맛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