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새우 감잣국(명동밥집)
식재료를 국통에 넣기 전에 입에 넣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배가 고파서이기보다는 식감과 맛을 느껴보기 위해서다. 오늘도 어김없이 건새우 2 봉지를 국통에 털어 넣기 전에 입속에 쏙 집어넣고 오물오물 씹어본다. 껍질은 살짝 거친 느낌이 있지만 이내 속살의 부드러움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건우물 특유의 풍미를 느끼게 해 준다. 갑자기 '오늘 하루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새우가 몇 마리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함께 국을 만들고 있던 신부님께 대화를 시도한다. "이게 한 봉지에 대략 1,000마리는 되겠죠?", "한번 세어 볼까요?" 황당한 질문에 당황해하신다.
맘먹고 세어보면 시간이 얼마 걸리지는 않겠지만, 뭐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요즘유행하는 챗 GPT에게 물어본다. 와우! 바로 답이 나온다. 3~4cm짜리는 800~1,000마리란다. 그럼 2 봉지니까, 2,000마리 정도 되겠구나!
2,000마리 정도
되겠구나!
호박, 단호박, 애호박, 주키니호박. 이런 것들이 처음에는 구분이 안되었지만 이제는 들으면 생김새와 더불어 어울리는 요리가 떠오른다. 주로 된장찌개를 끓일 때는 애호박을 사용하지만 오늘은 약간 단단한 주키니호박을 사용했다. 아무래도 급식소에서 국거리에 사용하기에는 금세 뭉그러지는 애호박보다는 주키니호박이 제격이다.
새우와 주키니호박 외에 메인 식재료는 감자다. 감자는 평소에도 집에서 즐거먹는 식재료이다. 쪄서 먹기도 하고 채를 썰어 감자전으로 먹기도 한다. 때로는 간편하게 육수가루 넣고, 대파, 양파와 함께 감자를 썰어 넣어, 간편식 감잣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집에서 감자를 썰면, 전분액 때문에 물에 한번 헹궈서 끓임으로서 깔끔한 국맛을 낸 기억이 있어 조리실장께 물어보니 그럴 필요가 없단다.
메인 식재료는 감자다.
국통에 물을 반쯤 채운다. 칠부정도 채우고 이것저것 넣고 끓이다 보면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하기 위해 국자로 휘휘 젓다보면 손이 자꾸 국에 잠긴다. 물론 고무장갑에 속장갑까지 껴서 참을 만 하기는 하지만 느낌이 썩 좋지는 않다. 그래서 가능하면 조리를 마친 후에 물을 채워 넣는 걸로 방법을 바꿨다.
된장 한통 반(4.5kg)과 육수가루 1 봉지(1kg)를 물에 개어 끓고 있는 국통에 붓고 건새우 2봉(2kg)도 넣는다. 보통은 육수가루 2 봉지를 넣지만 건새우 자체가 육수가루의 기능을 하니까 1개만 넣었다. 잠시 후에 주방에서 올라온 감자(40kg)와 주키니호박(20kg)도 국통에 넣고 양파(1봉)와 대파(1봉)까지 넣어준다. 펄펄 끓어오르면서 거품찌거지가 피어오른다.
닭고기나 소고깃국을 끓일 때만큼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깔끔한 맛을 위해 열심히 거품찌꺼기를 걷어낸다. 간을 맞추기 위해 간장, 까나리액, 소금을 넉넉하게 넣고 물을 채워 마무리한다. 오후 늦게 가득 채웠던 3개의 국통이 잔반 없이 모두 깔끔하게 비워졌다. '오늘 장사(?) 제대로 했네'라는 생각에 퇴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 장사(?) 제대로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