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뭇국(명동 밥집)
"엄마, 따로국밥이 뭐예요?"
가끔은 아주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나 대화가 머릿속에 송곳처럼 박혀있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 엄마를 따라 대중목욕탕에서 들러 때를 밀고 나오면 들렀던 곳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엄마는 꼬맹이에게 목욕을 시키기 위해 먹을 것으로 유인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엄마,
따로국밥이 뭐예요?"
근데, 왜 하필 초콜릿이나 사탕도 아니고 소고기 뭇국이었을까? 아직까지도 미스터리 하다. 어찌 되었던, 서울 남대문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대중목욕탕과 그 옆에 있던 따로국밥집 그리고 국밥을 먹고 있는 6살짜리 남자아이와 이십 대의 엄마. 아직까지 머릿속에 그 장면이 남아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게 따로국밥은 엄마와 함께했던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옛날 양반들이 국에다 밥을 말아먹는 것을 천박하게 여겨 국과 밥을 따로 주문했다고 해서 '따로국밥'이 되었다는 설도 있고, 일제강점기에 국일밥집 첫째 아들 이름이 '따로상' 이어서 '따로상네 국밥'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자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어린 시절 경주 김 씨였던 할머니는 안동 김 씨 어린 손자에게 밥을 국에 말아먹지 말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밥을 따뜻하게 먹기 위해 토렴을 통해 자연스럽게 말아먹는 대중문화가 생겼고, 소수는 국과 밥을 따로 먹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식당에서 공깃밥을 별도로 주기 때문에 따로국밥이라는 의미가 없어지긴 했다. 대신 '따로국밥'이라는 말은 경상도 대구의 향토음식으로 인식되면서 그 지역에서는 소고기뭇국이나 육개장을 '대구식 따로국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구식 따로국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근하자마자 싱크대에 물을 받고 배송된 소고기(35kg) 박스를 해체해서 핏물을 빼기 시작한다. 불고기 덮밥을 하는 경우에는 핏물을 빼는 절차가 생략되기는 하지만 국물요리를 하는 경우에는 필수코스이다. 소고기 핏물이 빠지는 동안 봉사자들이 콩나물(20kg)을 씻고 칼로 물을 베듯이 콩나물을 벤다. 한 입에 먹기 좋게 하기 위함이다.
손질된 콩나물과 무(40kg), 간 마늘(2봉), 청양고추(홍, 청), 양파(1봉), 대파(1봉), 고춧가루를 챙겨서 국을 끓이기 위해 야외천막식당으로 옮긴다. 물을 끓이고 육수가루(2봉)와 간 마늘을 물에 개어 넣고, 무도 3개의 커다란 국통에 나누어 넣는다. 그러는 사이 핏물 뺀 소고기가 조리실에서 옮겨진다.
국이 본격적으로 팔팔 끓기를 기다리면서 불순물 거품을 쉴 새 없이 거둬낸다. 그 뒤로 콩나물, 양파, 대파, 다진 청양고추를 넣고 간을 맞추기 위해 국간장, 까나리액, 소금을 넣고 염도계를 찍어본다. 어느 정도 간이 맞으면 후춧가루와 고춧가루로 대미를 장식한다. 퇴근길에 카톡 단톡방에 올라온 마감 문자가 바쁘게 움직인 하루를 뿌듯하게 한다. '이용손님 1,001명'
'이용손님 1,00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