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국(명동밥집)
중식당에 가면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민을 한다. 마치 냉면집에 가면 비빔냉면을 먹을지 물냉면을 먹을지 고민하듯이 말이다. 어린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니, 앞으로도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둘 중 하나를 고민할 것이다.
그래서 영악한 장사꾼들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짬짜면이다. 짬짜면은 짬뽕과 짜장면을 반반씩 담는 그릇에 담겨 나온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는 메뉴를 발견했다. '짜장덮밥'과 '짬뽕국', 그리고 중국식 반찬인 '짜사이'이다.
물론 짜장덮밥과 짬뽕국에 모두 면이 빠지기는 했지만 대신 더 든든한 밥과 국으로 마치 중식당에서 두 가지 모두 시켜놓고 먹는 느낌이 든다. 오늘 메뉴만 봐서는 명동밥집이 한식당에서 중식당으로 바뀌는 날이다. 역시 메뉴 변화는 입맛을 자극시킨다.
메뉴 변화는
입맛을 자극시킨다.
며칠 전에 주문한 식재료들은 종류에 따라 대형냉장고 안으로까지 배달되기도 하고 주방 테이블 위에 놓이기도 한다. 그렇게 배송된 식재료들은 그날 아침에 조리하기 편하게 재배치된다. 국에 들어갈 재료들은 별도의 캐리어에 올려지고, 볶거나 무칠 메뉴가 있으면 대형솥 근처 테이블에 놓인다. 그리고 굽거나 튀겨야 할 것들이 있으면 주방 화구 옆에 옮겨놓는다.
위치를 세팅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메뉴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알아야 한다. 몇 번 조리했던 요리는 대충 머릿속에 메뉴에 따른 식재료들이 떠오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헷갈리기 마련이다. 특히 오늘처럼 오징어나 당근이 손질모양에 따라 짜장에도 들어가고 짬뽕에도 사용되면 더 헷갈린다.
우선 짜장에 들어갈 재료를 구분해 본다. 새우, 오징어(꽃모양), 돼지고기, 당근(반달), 표고버섯, 완두콩, 미니양배추, 감자는 짜장을 만들기 위해 대형솥 테이블에 올린다. 그런 다음 짬뽕국을 만들기 위해 나머지 재료인 오징어(슬라이스), 홍합, 당근채, 배추, 대파, 양파는 캐리어에 놓는다.
아침 조리 전에 식재료 재배치가 끝나고 짬뽕국을 끓이기 캐리어를 국솥이 있는 야외천막식당으로 옮긴다. 화구에 35 갤론(132리터) 짜리 국솥 3개를 올리고 물을 채우고 끓이는 동안 양념장을 만든다. 양동이에 간 마늘(1kg) 두 개를 털어 넣고 짬뽕소스(2kg) 6팩도 짜 넣는다. 짬뽕소스의 매운 향이 콧속을 파고들어 헉하고 잠시 숨이 멈춰진다.
양념장을 물에 잘 개어 세 개의 국통에 국자로 떠서 붓는다. 투명한 물이 순식간에 빨갛게 변하면서 짬뽕의 모습을 갖춰간다. 여기에 오징어, 홍합 그리고 당근과 배추를 넣고 끓인다. 끓이는 동안 발생한 거품과 찌꺼기는 부지런히 걷어내서 가능한 깔끔한 맛이 나도록 한다.
국이 팔팔 끓으면 중불로 바꾸고 양파와 대파를 넣고 간을 보고 염도계로도 측정한다. 허걱, 국간장이나 소금을 넣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준치(0.75%) 보다 높다. 짬뽕소스 진액이 생각보다 염도가 높은 듯하다. 얼른 양동이에 온수를 받아 염도를 낮추고 마무리한다. 탱탱한 오징어와 잘 익은 홍합이 짬뽕맛을 살아나게 한다.
짬뽕맛을
살아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