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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티프로젝트 Nov 14. 2023

진저티 신입사원 영재의 진저티플 버스킹: 지혜

자라지 않고 멈춰있는 듯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쳐 더 깊이 뿌리내린 '백향목'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 인터뷰이는 아주 특별한 분입니다. 신입사원 영재의 진저티플 인터뷰 버스킹 시리즈의 마지막 인터뷰이이자,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진저티플 인터뷰에 동행해 주셨던 분입니다. 바로 진저티의 디렉터님, CaTealyzing Pioneer 안지혜 디렉터님입니다. 마지막인 만큼 깊고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나왔을지 함께 확인하시죠!


영재: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혜: 저는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일한 지 이제 6년 차가 되어 가고 있고요. 얼마 전 얼떨결에 승진을 해서 팀장에서 디렉터가 되었습니다. 디렉터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열심히 하려고 하는 안지혜라고 합니다. 



영재: 그동안 모든 인터뷰의 순간 함께 하시다가 이제 인터뷰이가 되셨는데, 인터뷰하기에 앞서서 어떤 마음인지 궁금합니다. 

지혜: ‘사실 김영재 내가 키웠다.’ 영재 님이 처음에 인터뷰하면 재밌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제가 한 번 해보라고 부추겨서 시작이 되었는데, 영재님이 특유의 성실함으로 끌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점점 더 듣는 태도를 가지게 되는 영재님을 보면서, ‘계속 누군가를 인터뷰를 하고, 사람의 말을 깊이 들으면 사람은 이렇게 변화하고 성장하는구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죠. 시간과 에너지를 들긴 했지만 저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어요.


영재: 특권이라고 말씀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준비한 인터뷰 질문 그대로 진행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제 이야기로 오프닝을 열어주시니, 갑자기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지혜님이 보셨을 때 인터뷰를 통해 저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지혜: 그렇죠, 영재님 위주로 한번 가줘야죠. 영재 님은 말하기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게 잘 듣는 기능이 개발되었을 때 성장 가능성이 더 커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영재님이 궁금하거나 필요한 질문 위주로 구성되었는데, 점점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일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 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인터뷰이에게 필요한 질문들도 던질 수 있는 인터뷰어로 점점 발전했죠. 말하기보다는 들으려는 태도로 많이 변화됐어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그냥 목소리로 흘려듣는 게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깊이 듣고, 텍스트로 정리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입력하면서 일했고 그런 부분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영재: 컨설팅을 받는 느낌이네요. 지금까지 인터뷰를 해왔고, 여전히 말하는 사람보다는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지향점은 있지만, 역시 지금처럼 제 이야기할 때가 제일 재밌는 거 같아요. 

 다시 지혜님의 이야기로 넘어와볼게요. 지혜 님이 제가 진저티에서 힘들 때마다 해주셨던 말이 있잖아요. ‘괜찮다. 나는 맨날 2년간 울면서 다녔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를 하셨는데, 기억이 안 날 수도 있고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어떤 시간이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지혜: 우선 진저티에 오기 전 이야기를 해보면, 제가 28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경력 단절 기간이 2년 정도 있었어요. 경력이 끊기니까 ‘다시 일은 하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기존에 일했던 곳 말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다.’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때 루트임팩트에 ‘임팩트 커리어 w’라는 프로그램의 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글을 봤어요. 그걸 보는 순간 ‘나를 위한 자리구나, 무조건 여기 지원해야겠다.’해서 지원하려고 준비했어요. 채용 공고에 올라온 직무가 교육 기획이었는데 저는 전공이 광고잖아요. 교육을 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당시에는 책 <82년생 김지영>이 한창 화제가 되었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82년생 김지영> 책의 표지 이미지 위에 ‘88년생 안지혜’라는 제목을 얹어서 이력서 표지를 만들고 내가 왜 일하고 싶은지를 프롤로그처럼 썼어요. “어느 날 내 이름이 사라졌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요. 기획을 해본 적은 없지만 콘텐츠 기획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뽑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다행히 가능성을 봐주셔서 진저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원래 했던 직무가 아니었기도 했고, 진저티가 연구 조직이다 보니 어떤 부분 퀄리티도 높잖아요. 그런 부분이 압박적으로 느껴지는데 저는 일을 너무 못하는 거예요. 매일 ‘내가 월급 받아도 되나요? 월급 안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이랬어요. 스스로가 너무 무능하다고 느껴지고, 이 무능한 자신을 보는 게 힘들어서 거의 매일 울었어요.

2018년 진저티프로젝트 신입사원 지혜님

영재: 지혜님 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도 그런 경험이 있을 때, 그 감정 자체의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무거운 감정을 안고 사무실까지 걸어가서 어떻게든 앉아 있는다는 것 자체가 저는 놀라운 것 같아요. 지혜 님이 항상 자기는 모범생이 아니라고 하지만요. 지혜님은 모범생은 아닐지라도 못지않게 성실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그 순간을 견디셨어요?

지혜: 은근히 말 잘 듣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저는 일을 쉬었잖아요. 여기서까지 적응을 못하면 나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으니까 더 절박하게 버텼어요. 당시 주은 님이 ‘지혜 님 나도 6개월 정도 울었어요. 6개월만 울어.’ 그 얘기를 했던 게 힘이 되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도 얘기했었어요. 저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얘기도 했고요. 그때 주은 님이 해준 또 다른 감동적인 한마디가 있어요. ‘진저티는 지혜 님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 말도 힘이 됐었던 것 같아요. ‘왜 내가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내가 온 이유가 있다. 언젠가 떠날 수야 있겠지만 지금은 떠날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1,2년은 버텨보자.’라는 생각도 저를 버티게 해 준 것 같아요.


영재: 그렇군요. 1, 2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벌써 5년이 되셨네요. 지혜님을 볼 때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일하시지?’ 생각이 든 적도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오랫동안 일을 하게 만드는 동기가 궁금해요. 


지혜: 제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이유가 이렇게 일을 할 수 없었던 경력 단절 기간이 있어서예요. 저도 출산하기 전에는 영재님처럼 어떨 때는 ‘일하기 싫다. 그냥 월급 벌어먹고사는 건데 너무 피곤하다.’ 이랬었거든요. 근데 일을 못하게 되니까 사람이 진짜 죽겠더라고요. 사회에서 제 이름 석자가 그냥 증발한 것 같았어요. 그냥 투명 인간이 된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났을 때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말고는 저를 소개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거죠. 제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뭐가 잘못되었을까, 왜 이렇게 고립되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돌아보니까 그 시간을 겪어서 일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덕분에 이런 조직이 흔하지 않다는 것과 이런 커뮤니티 안에 있다는 것이 나한테는 행운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사람에게 있어서 일은 단순히 월급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데 진짜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아서 그 경험 때문에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영재: 그래도 가끔은 그 경험을 잊어버릴 때가 있지 않나요?

지혜: 있죠. 그럴 때는 잊고 멀리 갔다가 다시 기억하고 돌아오고 하는 거죠. 나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원망했다가도 감사하다가도 왔다 갔다 하는 순간들이 당연히 있었죠. 그래도 아예 확 그만두지 않죠. 왜냐하면 이게 귀한 거라는 걸 아니까요.

영재: 저는 진짜 궁금한 게 있어요. 솔직한 말로, 일을 하다가 지치고 힘들 때 자꾸 눈을 다른 데로 돌리게 되잖아요. 어떤 친구들을 보면 쉽게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가기도 하고요. 승현 님이 가끔 그런 말 하거든요. 친구들한테 자기 이렇게 일하는 거 얘기하면 ‘넌 진짜 미쳤다고 어떻게 그렇게 일하냐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듣는다고. 주변의 걱정 어린 말을 들을 때마다 흔들리기도 하면서도, 제가 마주하는 순간들은 분명히 너무 좋기도 해요. 둘러보아도 ‘그래 내가 만약에 경쟁적으로 일하는 다른 회사에 있다면 난 진짜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다잡기도 하고요. 감사하면서도 자꾸 다른 데로 눈이 돌아가기도 해요. 근데 이제 지혜 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진저티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일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주은 님, 지혜 님, 승현 님도 그렇고 ‘그냥 직장인데 왜 이렇게까지 자기를 버려가면서까지 하지? 세 분을 보면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그전보다는 훨씬 더 몰입하고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저렇게 까지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근데 지혜님의 스토리를 들으니까 조금 더 이해가 되기도 해요. 일하는 게 힘들어서 다른 곳에 눈이 갈 때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구절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지혜: 지금까지는 제가 열심히 일한다고만 생각했거든요? 근데 영재님이 방금 표현해 준 것처럼 진짜 목숨 걸고 일한다는 느낌으로 했던 것 같아요.

영재: 한편으로는 지혜님 아들을 생각했을 때, 일하면서 시간을 같이 못 지내는 것에 대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굉장히 미안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건 없으신가요?

지혜: 저는 미안하진 않아요.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제가 더 부지런한, 다 잘할 수 있는 엄마여서 밥 잘 챙겨주고, 학원 보내주고, 교육도 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요. 저는 제가 믿는 신념이 있거든요. 아들이 제가 일할 때, ‘엄마 또 공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아 내 뒷모습을 보고 주환이가 자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아들한테 진짜 가르쳐주고 싶은 거는 신념 안에서 성실하게 사는 거예요. 제가 그것보다 더 엄마로서 더 좋은 걸 줄 수 있을까요? 이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미안하지 않아요. 근데 이렇게 정리되기까지 저도 오래 걸렸어요. 저에게 영재 님 같은 시기가 왜 없었겠어요. 가끔 새벽에 일할 때, 저희 아들이 ‘엄마는 잠 안 자고 이런 거 공부해서 너무 부럽다.’ 이런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 저는 ‘아니야. 엄마도 자고 싶어’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들한테 안 미안해요. 왜 목숨을 걸 수 있냐면, 나는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아요. 요새 나오는 자신감은 거기서 오는 자신감인 것 같아요.

지혜 님과 아들 주환이의 모습


영재: 궁금했어요. 일을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저희 어머니는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시면서도, 가정에서 시간을 못 내는 것에 대해서 저한테 미안해하셨거든요. 혹시 그러시지 않을까 생각을 여쭤보았던 거였어요. 가정과 일을 병행한다는 게 참 쉽지 않잖아요.


지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요새 시야가 확 트였어요. 워라밸이라는 게 사람 시야를 편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일과 휴식의 분리하는 워라밸로 나 자신만 바라보기보다는, 어떤 상황에 있든 그 시간이 좋은 것을 경험하는 시간임을 믿고, 주어지는 좋은 것들을 보는 시야가 중요한 거 같아요. 최근에 이걸 알게 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요. 이런 시야는 진저티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한테는 이 진저티가 지키고 싶은 곳이에요. 이곳에서 말하는 가치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이 좋은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하기까지 나와 모두의 수고가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난 이걸 지키고 싶어요. 옛날에는 일이 가시덤불이나 엉겅퀴처럼 나를 붙잡아 매는 불편한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일이라는 개념을 오해하기 쉬운데요. 일은 노동이라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일을 멈춰봐서 이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예를 들어 영재님이 어떤 일을 맡았을 때, 주어진 타임라인에 맞춰서 해야 되니까 그 일을 밤낮없이 계속 붙잡고 씨름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겠죠? 근데 일의 아웃풋이 단순히 그 일의 결과물만 나오는 게 아니에요. 영재님이 그 안에서 끈기도 배울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법도 배울 것이고, 내 감정도 다루는 방법도 배울 것이니까요. 그래서 일은 누군가를 성장시키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영재: 너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혜님. 저도 일이 힘들 때마다 이 말을 두고두고 읽어봐야겠어요.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배움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회고하고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지금의 지혜 님을 있게 해 준 장면의 전환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지혜: 하나하나 축적이 되어서 정말 많아요. 예를 들어 <Z세대와 조직문화> 연구만 해도 영재님과 함께 연구했던 그 순간들이 쌓여서, 영재님과 예은 님 같이 Z세대와 함께 관계 맺고 일할 수 있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재: 쌓이고 쌓이는 순간들이 짐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나요?

지혜: 가끔은 무겁지만 한편으로는 쌓이는 전환점들이 앞으로 무언가로 연결 되게 만드는 연장선이라는 걸 이제 아는 거죠. 어떤 프로젝트나 연구에 앞서서 이것도 하나의 도구로 주어졌구나. 뭘로 연결될지 모르겠지만 이 연구도 마찬가지로 도구가 되어서 무언가 배움이 주어지겠다. 내 삶이 좋은 배움으로 더 풍성하게 채워지겠다. 그 생각이 있는 거죠.

M & Z

영재: <Z세대와 조직문화> 연구와 관련해서 더 깊이 여쭤보고 싶어요. 제가 본격적으로 지혜님과 친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던 계기가 그 연구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Z세대 연구라 그런지 지혜 님이 말한 것보다 Z세대인 저희 가 말한 게 훨씬 많았던 것 같거든요. 그때 지혜님이 저희가 회사에 들어올 때, 긴장을 많이 하셨다고 보고서에 써주기도 했잖아요. 이 연구를 왜 해야 되는지 그 이유도 많이 찾으셨고요. 그때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어요. 맡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지혜: Z세대 연구 PM을 맡으라고 했을 때 ‘이 일이 단순히  Z세대 연구만 하는 일이 아니겠구나’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진저티의 모든 일은 일의 형태를 띠지만 어떤 배움으로 이어지게 되거든요. 이 연구를 통해 나는 Z세대와 관련된 무언가로 이어지겠다는 것에 있어서 확 두려움이 몰려왔어요. 근데 마침 Z세대 연구가 시작할 때 영재 님, 윤수 님, 예은 님 같은 Z세대 진저티플이 조직에 확 들어왔잖아요. 이 연구가 조직의 변화를 읽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는 것도 알았던 것 같아요. 한 편으로는 싫었죠. 왜냐하면 저는 리더십으로서 성장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맡은 일만 잘하고 싶었고 내가 더 성장하고 싶었는데, 이제 나는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가르쳐야 하는 역할로의 전환이 시작이 될 거라는 것도 살짝 직감했던 것 같아요.

<Z세대와 조직문화> 연구 보고서 표지


영재: 그럼 이 Z세대 연구가 지혜 님께는 어떤 시간이었어요?

지혜: 저와 함께 일할 동료들과 친해질 수 있게 만든 프로젝트였어요. 만약 Z세대 연구 PM을 맡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 사람들의 마음과 말을 들여다보지 않았을 텐데, 연구이다 보니까 한 마디 한마디를 연구자적 관점으로 수집하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영재 님, 윤수 님, 예은이랑 대화하다 말고도 갑자기 노트에 필기하고 전사하고 그랬잖아요. 돌아보면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영재 님이랑 윤수 님은 안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내 이야기가 소중하게 다뤄지는구나’ ‘나를 존중하는구나’ ‘내 얘기를 듣고 있구나’ 그래서 영재 님이랑 윤수 님이 마음을 저한테 많이 열어줬던 것 같아요. 한창 같이 연구 보고서 쓸 때, 막 집에서 밥 해 먹이고… 내가 왜 그랬나 몰라 여러분들 버릇 나빠지게 한 것 같아요.

영재: 그 밥은 정말 맛있었답니다! 그 연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지금 딱 떠오르는 한 순간이나 가장 많이 웃었던 순간과 많이 울었던 순간도 좋을 거 같아요.


지혜: 연구 중에 친해지고 난 이후부터 제가 맨날 윤수 님이랑 영재님한테 ‘진짜 너희는 탁월하지만 삐꾸같다’고 말했잖아요. 두 분이 저에게 좋은 동료로서 도움이 되었었던 순간도 정말 많지만, 아직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시야들이 있잖아요. 하나의 예시로 영재 님이랑 윤수 님은 아무 생각 없이, ‘우리 너무 의견 수렴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을 때가 기억나요. 왜냐하면 저는 수렴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외에도 전날 당장 보고서를 빨리 마무리해야 되는데, 다 집에 가고 싶다고 한 순간도요. 하나하나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다시 가르쳐주고 했죠. 영재님과 윤수 님이 PM이었던 저만큼 이 연구에 몰입되어 있지는 않았으니까, 동기 부여를 시키면서 한다는 것도 어려웠던 것 같아요. 또 가끔은, 그 와중에 영재님이랑 윤수 님이랑 사이 안 좋을 때 중재도 하면서요.(웃음)

 그래도 대부분은 많이 웃었던 거 같아요. 같이 한 고비 한 고비, 중간 보고 넘기고 목차 하나 잡고, 글 하나 쓰고, 이럴 때마다 서로 웃으면서 많이 했었던 것 같고요. 또 어떤 순간에는 영재 님, 윤수 님이 저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했었던 시간도 생각나요. 연구 주제가 ‘Z세대와 관계 맺기’였는데, 이 연구를 통해서 모두가 관계 맺기를 배우는 프로젝트였던 것 같아요. 저도 선임 선배로서 후배인 동료들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가, 또 Z세대 친구들은 선배, 조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그리고 Z세대끼리는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배웠던 연구인 것 같아요.

(왼쪽) 도쿄 스터디 트립 중에서도 Z세대 연구진 미팅 중, (오른쪽)Z세대와 조직문화 최종보고를 마친 후 찰칵


영재: 저도 올해부터 작은 프로젝트지만 PM을 맡아보니까, 한 세대를 연구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웠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금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저와 제 관계에 대해서만 몰입이 되어 있었는 지도 이해하게 되었어요. 저는 Z세대 연구를 돌아보면 윤수 님 밖에 생각이 안 났거든요. 근데 방금 이야기를 들으니까 판을 깔고 그 위에서 우리가 뛰어놀게끔 해주시고, 관찰하면서도 중재하고 이끌어갔던 지혜 님의 노력, 배려, 사랑이 더 보이고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한편으로는 지혜님도 연구를 이끌어가는 게 무섭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지혜: 무섭다기보다는 열받을 때가 더 많았어요. 돌아보면 제가 그 과정을 겪었기에 지금 저의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전까지는 밀레니얼로서 주인공 의식이 있었잖아요. 이제는 이 사람들에게 그 주인공 자리를 주고 이 사람들을 더 빛나게 해 줄 수 있게 해야 하는 거예요. 비유로 치면 배우에서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과정을 통해서 리더십의 훈련을 할 수 있었죠.
 제가 이 연구를 통해 Z세대에게 진심을 끝까지 쏟아봤잖아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니까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거를 1부터 100까지 다 했어요. 뭐가 얻어걸릴지 모르겠지만, 얻어걸리겠거니 하고요. 근데 이제는 이 경험을 통해서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되고, 뭘 더 하고 뭘 덜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이제 그런 경험이 쌓여서 아마 이제는 다른 Z세대 분들에게 영재 님 윤수 님한테 했던 것만큼의 에너지는 안 써질 것 같아요. 끝까지 가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Z세대가 들어와도 자신감 있게 코칭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 해봤으니까.


영재: 저희가 누린 특권이네요.  누가 우리를 이렇게 100프로 이상 진심으로 생각해 주겠어요.
지금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그냥 어려운 시간을 버티고 고통을 뚫었기 때문에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배경에는 쏟아지는 사랑이 있었구나라는 거를 다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2018년, 현선님, 주은님 그리고 지혜님의 인터뷰 사진

지혜: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거는 현선님이나 주은님께 제가 이렇게 받았으니까요. 나도 진저티 안에서 이렇게 좋아질 수 있었으니, 여러분도 더 좋아질 수 있겠구나 그 확신이 드니까요. 

 예전에는 영재 님한테 피드백하기 전에 주저하는 순간이 많았어요. ‘아 이런 거 말해줘야 되는데, 근데 멘탈만 깨지고 수습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하며, 말을 아끼거나, ‘저거 고쳐야 되는데 어떻게 말해주지’ 주저했었죠. 요즘은 고쳐야 할 부분이 있을 때 바로바로 피드백을 하잖아요. 제가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해 왔나 돌아보면 따뜻한 시선도 있었지만, 적절한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피드백을 통해서 제가 잘못했던 것들은 고치고, 해야 할 것들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 말대로 따라 했을 때 나에게 진짜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에요. 영재 님이 더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돌려 말하지 않고 더 정확하게 피드백하는 것 같아요.


영재: 어쩔 땐 피드백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 피드백 덕분에 더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히 보이니까 감사한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참! 독자 여러분! MZ세대 연구진의 모든 시행착오와 노력과 눈물이 담긴 <Z세대와 조직문화> 연구 보고서는 지금 출판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출간되면 다시 또 소식 전할 테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이제 장면을 바꿔서 지혜님의 키워드 ‘취약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문득 제가 어떻게 지혜 님한테 이렇게 솔직하게 말을 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는데요. 지혜 님도 바쁠 때나 긴장하면 제가 그러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잖아요. 그런 솔직한 모습들을 보니까 더 제 마음이 열렸던 거 같아요. 얼마 전에도 지혜님이 강연을 진행하시면서 나의 빈틈을 보여야 하는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엄청난 안심이 되었거든요.


지혜: 제 친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지혜 님한테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취약함이 드러나는 스토리를 통해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경험이 제 안에 쌓인 것 같아요. 취약성을 드러내는 일이 저한테는 그렇게 두렵지 않아요. 냐하면 제 취약성이 담긴 스토리를 통해 누군가는 공감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요. 그 누군가도 제가 오픈한 만큼 자신의 취약함을 열어 보이며 진솔하게 관계 맺을 수도 있다는 걸 알거든요.

영재: 저도 취약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대학교 다닐 때 강의에서도 들어본 적이 있거든요. 그때는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면 한번 다 드러내보아야겠다 싶었어요. 근데 돌아보면 그건 또 건강한 방법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지혜: 그러니까 제 말은 취약성을 다 드러내라는 게 아니라 드러나져도 괜찮다는 걸 알자예요. 취약성을 다 드러내라는 거랑 취약성이 드러나도 수치심에 빠져들지 말라는 것은 다른 내용이죠.

영재: 굉장히 좋은 말인 것 같아요. 저는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에 별로 어려움이 없어요. 수치심도 적고요. 그래서 저를 위한 무기로 쓰는 느낌도 있어요.

지혜: 취약성을 드러내서 사람 마음을 여느냐 닫느냐는 한 끗 차이거든요. 제가 취약성을 드러낼 땐 언제냐면요. 내가 나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취약성을 드러내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내려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예요. 저 사람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꺼내면 좋겠다 싶을 때 저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거죠. 제가 필요할 때 드러내는 취약성은 아닌 것 같아요. 때로는 진저티라는 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도 자연스럽게 보일 때도 있긴 해요. 그때는 진저티가 공동체로서 저의 취약성을 많이 받아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영재: 오늘 제가 가장 크게 배우는 부분인 것 같아요. 취약함을 드러내면 날 이해해 주겠지라는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말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내가 공격받기 싫어서 취약함을 말했었구나 싶네요.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서. 두려움을 내려놓고 취약성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줄 때 말한다라는 가르침이 저에게 남네요.
 다음으로 진저티의 새로운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진저티가 7월에 헤이그라운드로 오게 됐잖아요. 이런 변화가 지혜 님께 어떤 의미일지 여쭤보고 싶어요.


지혜: 헤이그라운드는 제 커리어 시작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공간이에요. 왜냐면 ‘임팩트 커리어 W’ 교육을 이곳에서 받았었거든요. 저한테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끔 해주는 공간이거든요. 경력이 단절됐던 기간에  서울숲 가는 길을 걸으면서 나도 이런 동네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근데 지금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더 의미가 있네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무능함과 우울함에 심해를 헤매고 있었는데, 5년이 지난 후에 이렇게 성장해서 돌아왔구나, 진저티에서의 시간을 잘 보냈구나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헤이그라운드는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릴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게 저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 영재님 같이 사회생활이 처음인 멤버들한테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회사를 옮기는 주은 님의 결정에 저도 크게 동의했죠. 실제로 멤버들이 일하는 태도가 변한 게 보여요. 직장인 모드가 됐다고 그래야 되나? 그런 전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걸 보면서 여기에 오기를 잘했다 생각했어요. 저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헤이그라운드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으니까 좋고요. 공간이 사람한테 미치는 영향이 크구나 싶어요.


영재: 그렇군요. 저도 진저티에 오기 바로 전에 이곳에서 임팩트 베이스캠프라는 교육을 받았었는데, 어떤 부분 참 신기하네요. 그때 ‘와 여기 진짜 좋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그게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줄은 몰랐네요. 이곳은 새로운 장소이자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작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시작’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시작’하니까, 생각났는데요. 이번에 경상남도 밀양에서 밀양 청년들과 함께하는 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하셨잖아요. 어떤 프로젝트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지혜: 밀양소통협력센터, 듣는연구소와 함께하는 '밀양은대학'이라는 프로그램이에요. '밀양은대학'은 밀양 경남 청년, 밀양 청소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만의 삶의 공식을 만들어 가는 학교가 되고자 해요. 밀양에는 밀양대학교라는 폐교 공간이 있는데요. 부산대학교와 통합이 되려다가 취소가 되면서 폐교가 된 채로 남아있어요. 밀양은 경남의 8개 지역 중 유일한 인구감소지역인데요. 빈 캠퍼스를 보면 그 위기가 바로 실감이 나요. 인구소멸, 공동화 현상을 풍경으로 자각하게 해주는 느낌이죠. 


 진저티프로젝트는 '밀양은대학' 프로그램의 운영사무국 역할과 함께 연결과 기획을 배우는 ‘연결학교:X’, 밀양 청소년을 위한 ‘밀양틴즈랩’의 교육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어요. 특히 저는 ‘연결학교:X’를 중점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인구 소멸 위기라든지 지역 청년이 경험하는 콘텐츠의 결핍이나 네트워크의 부족이나 관계의 한계 등이 '연결'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결학교:X’에서 키우고 싶은 인재는 나와 지역을 연결해서 볼 줄 아는 감각을 가지고, 나와 우리 마을과 공동체를 위해서 무언가를 실행하고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 학교를 통해 청년들이 내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기획력과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연결의 태도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어요.


영재: 그렇군요. 지난주 토요일에 ‘연결학교:X’가 입학식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잖아요. 그전까지 준비도 걱정도 많이 하셨잖아요. 그때의 마음과 지금 마음은 어때요?


지혜: 지역 청년의 삶과 일을 아카이빙 하는 프로젝트들은 많이 했었지만,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모집부터 시작해서 실행까지 하는 프로젝트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지역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사람으로서 지역 네트워크 안을 파고 들어가서 이 프로그램을 할 만한 참여자들을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홍보도 인스타그램 광고가 아닌 ‘도어 투 도어’ 형식이었죠. 돌아다니면서 직접 찾아가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추천자를 받으면 다시 또 찾아가면서요. 그래서 청년들이 한 명 한 명 프로그램에 신청할 때마다 더 크게 감동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연결학교:X’라는 추상적인 이름을 보고도 많은 신청을 해준걸 보고 ‘무언가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청년들이 이렇게 많구나’, ‘다들 갈증이 많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분명히 청년들에게 좋은 시간이 되겠다는 기대가 들었던 것 같아요.


밀양은대학 [연결학교:X] 입학식 중


영재: 맞아요. 저도 입학식 현장에서 같이 도왔을 때 지역 청년들이 정말 이런 프로그램을 기다렸다는 듯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본 거 같아요. 지혜님은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기를 기대하시는지, 어떤 모습을 보고 싶으신지 여쭤봅니다!


지혜: 연결의 가장 큰 장점이 미지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연결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연결학교’의 상징은 미지수를 뜻하는 x거든요.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만났을 때 ab가 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c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이 사람들이 c와 d를 초대해서 abcd가 될 수도 있고 연결의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훨씬 다양하고 풍성하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연결이 무엇을 만들어낼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더 매력 있고 기대가 되어요. 참여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들게 될 것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게 어떤 것일지 모르지만 기존에 본 적 없었던 결과물, 관계, 변화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마침내 보고 싶은 장면은, 청년들이 이 ‘밀양은대학’을 통해서 ‘삶의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고, 주변의 상황과 한계와 상관없이 충분히 나다운 삶을 만들어갈 힘이 내 안에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네요.

밀양은대학 [연결학교:X] 학생들과의 단체 사진

영재: 연결의 결과가 미지수의 가능성이라니! 밀양과 진저티의 연결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저도 앞으로가 기대되네요. 

 좋습니다. 이제 거의 인터뷰의 마무리 단계이자, 버스킹의 마무리 단계예요.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하시면서 쭉 보셨잖아요. 인터뷰 버스킹의 전체 과정이 어땠는지를 얘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혜님이 본 인터뷰 버스킹 시리즈, 어땠나요?


지혜: 사실은 진저티의 히스토리를 망라하는 엄청난 브랜딩 콘텐츠였죠. 진저티플 버스킹 인터뷰 시간은 저한테도  재밌는 대화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에 다 담지 못하는 우리만의 재밌는 비하인드가 많잖아요. 오프 더 레코드를  다 누릴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이 버스킹을 통해서 진저티의 사람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아카이빙이 된 것 같아서 좋았고요. 조직 안에서 진저티의 조직 문화는 어떤 모습인지도 소개할 수 있었고, 우리의 히스토리가 쌓인 것 같네요. 진행을 한 영재 님은 빨리 끝나고 싶다를 외쳤지만, 하기를 참 잘했던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재 님이 성실하게 모두를 끝까지 인터뷰하신 것에 진심으로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고요. 영재 님이 이제 인터뷰 마지막 콘텐츠를 할 텐데 좋은 질문으로 자기에게 묻고 답했으면 좋겠어요. 영재 님이 이 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네요.


영재: 저도 지금까지 지혜님과 함께했던 버스킹 인터뷰들, 그리고 오늘까지도 정말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혜님!


진저티파티 in 파주에서



 지혜님은 '백향목'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라지 않고 멈춰있는 듯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쳐 더 깊이 뿌리내린 '백향목'.


 지혜님과 어울리는 곡은 무엇일까 버스킹 곡을 고르다가, 이 곡을 듣자마자 눈물이 나더라고요. 조금 당황했어요. 제가 평소에도 정말 노래를 많이 듣지만, 노래를 듣고 운 적은 사실 많이 없었거든요. 이 곡의 가사가 마치 지혜님이 지금까지 저에게 해주셨던 진심 어린 메시지처럼 느껴졌나 봐요. 정말로 취약했던 순간을 먼저 경험했던 사람이, 취약함에 매여 있는 누군가에게 해주는 진심 어린 메시지요. 


 이번 버스킹 곡은 아이유의 ‘이름에게’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SOBF_WhqEM

"어김없이 내 앞에 선 그 아이는

고개 숙여도 기어이 울지 않아

안쓰러워 손을 뻗으면 달아나

텅 빈 허공을 나 혼자 껴안아

에어질 듯이 아파와도

이번에는 결코 잊지 않을게

한참을 외로이 기다린 그 말을

끝없이 길었던 짙고 어두운 밤 사이로

영원히 사라진 네 소원을 알아

오래 기다릴게 반드시 너를 찾을게

보이지 않도록 멀어도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그분께 한번 이 곡과 함께 생각하시는 마음을 전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함이든,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든, 무엇이든요. 


PS. 마지막 인터뷰까지 함께 해주신 우리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드려요. 

버스킹을 하면서 제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를 정리하면서 장장 2년에 걸친 ‘신입사원 영재의 진저티플 인터뷰 버스킹’ 시리즈를 마무리해보려 해요. 지금까지처럼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실 거죠? 버스킹의 아웃트로이자 에필로그와 함께 돌아올게요. 


진저티에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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