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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Jul 30. 2024

[일상 이야기] 왜 나를 위한 미니멀은 없을까?

1인 가구 미니멀 라이프가 필요해!

유튜브를 좋아해서 자주 보는 편이다. 특히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된 유튜브를 이것저것 찾고 듣기를 좋아한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이 좋은데, 내가 운전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유튜브를 틀어 놓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말 없이 자막만 나오는 유튜브는 잘 보지 않는다.


유튜브를 열심히 보지는 않는지라, 내가 자주 보는 영상이 있다고 한들 좋아요를 누르거나 팔로우를 딱히 하진 않는다. 하지만 비슷한 검색어를 자주 돌렸기 때문인지, 검색하면 항상 나오는 유튜버 몇은 눈에 익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유튜브를 보던 나날이었다.  어느 사소한 질문이 떠오르기 전까지 나는 이 삶에 문제없이 적응했다. 단 하나의 질문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그러고보니, 내가 보는 유튜버 분들은 다들 가정을 이루고 사시는구나.

하지만 난 1인 가구인데, 내게 필요한 유튜버는 없을까?


그렇다. 내가 보는 유튜버 대다수가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아이가 있다고 했다. 집안일을 주로 했다. 나처럼 직장인은 아니었다. 버리고 정리하는 삶은 동경해서 영상은 자주 살폈지만, 그 차이를 굳이 깨달은 이유는 단 하나 뿐이다. 나는 그 사람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어서다. 내게 그렇게 많은 가족이 없으니, 삶의 문제도 겹치지 않는다. 남편이 없으니, 삶의 자세가 달라 부딪칠 일이 없다. 자식이 없으니, 해결되지 않을 일에 골머리를 썩힐 일도 없다. 그게 문제였다.

 

나와는 다른 삶이었다. 그걸 깨닫자, 다른 영상을 보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다른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1인 가구 미니멀리스트로 검색했을 때 일부 유튜브는 소리 없이 자막만으로 자신의 삶을 설명한다. 그건 유튜브를 라디오처럼 듣는 나와는 정말 맞지 않았다. 그러고나니, 남는 유튜브 영상이 거의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물론 내 검색 실력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내 생각보다도 영상이 별로 없었다. 1인 가구, 특히 나처럼 이사를 자주 다녀 짐이 '없어야만 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찾을 엄두조차 낼 수가 없었다. 1인 가구는 미니멀리스트가 잘 없나? 싶을 정도였다. 집 소개나 정리 영상은 자주 나오는데,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찾지 못했다. 혹시 추천할 유튜버가 있다면 꼭 댓글로 받고 싶을 정도다.


왜 없을까, 고민해보았다. 사실 나는 이사를 자주 다니는 탓에, 미니멀한 삶이 아니면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그래서 남들이 짐이 없다고 해도, 내가 직접 짐을 옮기다 보면 이게 어딜 봐서 적은 거냐고 허공에 대고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말인즉슨 어쨌건 내가 미니멀한 삶을 산다고 해도 짐은 저절로 늘어나버린다는 뜻이다.

 

그렇다. 삶의 최솟값이 생각보다 높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솟값은 생각보다 높다. 최솟값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한 이유이며, 좁은 공간에 짐이 가득 들어찬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은 나처럼 원룸에 사는 1인 가구에게 '미니멀리스트란 될 수 없다' 는 판결처럼 들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일상에서 출퇴근을 위한 옷이 옷장 한 칸 분량은 꽉 채우는 것을. 매일 같은 옷만 입고 출근하기엔 내 사회생활을 염려해야 하는 것을.  후라이팬과 냄비 같은 기본적인 가재도구만으로도 부엌이 꽉 차 버리는 것을 어쩌겠는가. 놔두고 안 쓰는 것도 아니다. 다 쓰기 때문에 사 두었다. 내가 정말 억울했던 것이 그런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줄여도, 삶의 최솟값은 내 방 구석구석에 놓여 있다. 하지만 미니멀리스트란 언제나 방이 단아하고 깔끔하며 구석이 놓인 것이 없어야 하는 법이다. (편견상 그렇다.) 그러니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도저히!


에코백을 포함해서 가방이 열한 개이기 때문에, 잠바가 네 개이기 때문에, 옷장의 옷이 백 벌쯤 되기 때문에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도 없다. 나는 이사를 위해 가구를 거의 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짐들은 주로 방 한쪽 구석구석을 차지한 채로 고이 제 자리에 '놓여'있다. 10평 정도 되는 조그마한 공간에 내가 내 삶을 꾸리는 법은, 이렇게나 복잡하고 조잡하다. 원룸 자취생 1인 가구의 삶은 미니멀해질래야 해질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고, 그 삶을 일궈내는 이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내 삶의 편안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포기를 포기한 대가로 내가 견뎌야 하는 무게가 내 짐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고작 가방 하나로 살아갈 수도 있는 미니멀리스트와, 밥그릇 따로 국그릇 따로 카레그릇 따로 장만해야 하는 나 사이에는 꽤나 넓은 간극이 있다. 누군가의 삶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이토록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내 짐이 조금씩 더 줄어들 것이다. 이사를 갈 때마다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조금씩 줄이고 줄여서, 언젠가는 내 차 한 대로 슝슝 이사를 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런 가벼운 삶을 소망하는 나의 가방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것은 어찌보면 역설이겠지만....

 

1인 가구 미니멀리즘을 고민해 보았지만, 답은 하나다. 삶에 필요한 물건들을 아주 조금씩 합치는 것이다. 일상에 불편을 들이는 대신 무게를 줄이는 방법은 내 삶의 태도 또한 바꿔야 하는 문제이다.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전해 나갈 예정이다. 그 삶이, 내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에. 나의 가치와 나의 삶이 일치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듯,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고 한다.

도전은 언제나 두렵다.

그리고 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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