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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Jun 15. 2023

의정부 송산사지

충신을 기리며

의정부 송산사지는 고려 신하로 조선 섬기기를 거부한 6명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 있는 곳이다.

 그중의 한 분 조견의 호가 동네이름인 송산동이 되었고 사당이 있는 곳의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이곳에 사당이 세워진 때가 1798년 정조 때라 한다.

처음에는 조견, 정구, 원선 세 명이 이 마을에 돌아왔다 하여 삼귀마을이라 하고 이 사당도 삼귀서사라고 하였다.

 순조 때  네 명의 충신을 더 모시고 서원도 있었으나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사당만 남았다고 한다.

문득 충신은 개혁에 역행하니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말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 시대는 문을 닫고  새 시대가 열려야 하는 때이니 이다.

하지만, 이성계 본인이 왕위에 오를 욕심이 전혀 없었다면 고려 왕통은 이어지고 다른 모습으로 역사는 흘러갔을 것이다.

세조의 경우는?

의정부에는 단종을 배신한 신숙주의 묘도 있다.

충신과  변절자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하지만 세조의 정권 찬탈이 조선 역사에서 단종이 왕위를 이어 간 것보다 나쁘다고만 보지 않는다. 선악의 문제로 따지기 어려운.

송산사지의 보호수 향나무


고려 왕조를 엎고 개국한 조선이지만 고려에 충절을 지킨 정몽주도 조선에 와서 잊히지 않았다.

조견 등의  고려 충신을 기리는 송산사지도 조선에 와서 건립되고 중건되었다.

물론 그 후손이나 제자들이 주축이 되었을 수 있다. 조견의 가문인 평양 조 씨가 조선에 와서 그다지 세도가가 아니었던 만큼 조정에서 그 충절에 대한 가치를 두지 않았다면  송산사지 건립은 어렵지 않았을까 한다.

사육신의 정신과 명성이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당장은 내 편이 아니고, 나와 입장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이 갖고 있는 올바른 신념이나 의로움을 존중하는 마음, 그와 내가 올바르다면 입장이 달라도 언제인가는 멋지게 한 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나라를 지키고 위하는  근간이 됨을 선조들은 알았던 것이라 생각된다.

가치의 기준이 나의 이익이 아닌 의로움인 것이다.

  

  나는 87학번으로 영화 '1987'의 시대적 배경이었던 6 10. 민주화 항쟁에 참여한 세대다. 수원에서 살다가 처음 구경한 서울의 명동, 을지로, 청계천은 함께 달리기 해 있는 길 같았다.

대학교에서 공부란 그 길을 함께 걷고 뛰는 것이었다.

대학 와서 알게 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혁하고  민주화를 위한 걸음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그 걸음에서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물론 대통령 직선제가 그 당시의 궁극적 목표는 아니었지만.

처음에는 학생 시위대를 욕하던 시민들이 함께 손뼉 치며 구호를 외치던 그날의 감격은 하나 됨이었고, 결국 독재의 칼날이 그 하나 됨 앞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민주주의 가치가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서 실현되던 때였다.

그 정신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것이요, 그 마음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정부는, 지도자는 국민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큰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일부 현상 때문에 내편이 아니라고 올바른 시대정신을 밀어내면 안 될 것이다.

국가의 지도자에게는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도 내 국민이다.

 나무 그늘 아래서 향긋한 바람만 맡으며 살고 싶은  힘없고 나약한  한 시민으로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정부부처가 불참하였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무엇이 중한가, 하는 의문과 함께 역시 옛 선조들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

  개국공신이 아닌 이전 왕조에 대한 충절의 가치를  알아주는 새 정부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조선에는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고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의병으로 나서고 이끌고 필요한 순간에 하나 됨의 힘을 발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는 과거를 거울 삼을 수 있기에 조선 왕조 보다 한걸음 더 멀리 더 깊게 시대를 내다보며 국민과 함께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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