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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우산
Jan 09. 2024
파도 소리 들으며
새벽 파도 소리
5시 반이면 일어나 출근 준비
하기를 6개월,
여행 와서
도
일찍
잠이 깼다
창밖 몇 미터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바다가 보인다.
야간 조명까지 켜놓아 밤에도 한적한 백사장에 밀려오고 가는 바다를 보았는데 새벽 파도
소리가 잠잠히 듣기 좋다
.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밤
새 자연의 법칙에 맞게 제
일을
하며 불렀을 바다의 노래.
예전에 6시쯤 고속도로로 나가서
가득한 차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 시간이면 차가 드문드문 있을 줄 알았는데 Ic근처 도로는
꽉
차 있었다.
우리 눈에 평범하게 보이는 이 세상이
보이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기둥이 되어
유지되어 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파도도
자연과
우주의 원리에 따라 이렇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밤새 오고 가며 세상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리라.
어제는 파도를 바라보다 한쪽에서 밀려와 다른 곳에 있는 파도와 손을 잡는 걸 보았다.
자기가 먼저 가려 남을
밀
어젖히는 것이 아니라 속도가 빠른 파도가 좀 늦게
출발하여 늦게 가는 파도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다.
너 왜 이리 느려,
저리 가하고 앞길을 막는 파도를 밀
지 않고 달려와서
손
잡고 달려와서 손잡으며 함께 간다.
큰
딸
아이가
어릴 때 등교 시간은 다가오는 데 밥을 늦게 먹고 양치하고 부분 교정기를 끼워야 하니 내
마음
은 바빠
빨리빨리라는 말을 자주 했다.
편찮아서 누워 계신 아버지도
돌보고
2살 어린 여동생도 어린이 집에 보내야 하니 빨리빨리라는 말 뒤에 짜증 나도 붙였나 보다.
어느 날 둘째 딸에게 빨리빨리, 짜증 나를 붙이는 큰딸을 보며 깜짝 놀라고 부끄러웠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그 후 나는
좀 더 느긋하고 사랑의 말을 하도록 노력했고 큰 아이는 둘째에게 짜증 나,라는 말은 하지
않
았다.
파도가 제자리에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듯
해도 조금씩 밀물과 썰물의 자리로 옮겨가듯이 매일 비슷한 날들이
밀려오고
가는 사이
어느덧 아이들은 성장하고
이제
는 내가 그들의 가르침을 받고 보호도 받는다.
그리고 그 밀려가고
밀려온 아침과 저녁에서 중심이 된 인력과 중력의 힘이
아이들을
올바른 성인으로 키웠다.
파도는 성난
듯
보일 때도 있지만 한결같은 모습을 보일 때도 많다.
어느 때는 바다를 찾는
사람들의 평범한 행복과 사연을 품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의 파도에 부서지는 아픔을
쓸어 주기
도 한다.
변함없는 건
부서지는 작은
포말을
다시 품어
안는다는 것이다
.
파도의 노래는 듣는 상황에 따라 파도의 울음이고 위로이기도 할 것이다.
살면서
지붕 같이 우리의 다친 마음을 덮어주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쓰린 마음을 고요한
물
결로 위로하는 잔잔한 파도처럼.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 눈이
올 거라는 예보로 바다의 해맞이는
못할지 모르지만
아쉽지 않다.
밤새도록 변함없이 떠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나를 지켜주는 저 바다의 노래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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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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