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산 Jan 13. 2024

오동도 부부나무

예쁜 부부와 부부 나무

지인을 만나러 오동도에 갔습니다.

오래전에 이웃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며 친하게 지냈던 분인데 지금은 두 가족 두 그곳을 떠났습니다.

남편은 직장에 가고 아내들은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는 평화로운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 갈 때는 마들은 잠시 마시는 여유를 누리며 서로 속내를 터놓았기에 같은 아파트에 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거의 매일 보고 지냈습니다.

이따금씩 전화 연락을 하고 지냈는데 문득 참 좋은 사람인데 하고 생각나며 그리워졌습니다.

부부가 참 부지런하고 인심도 좋고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그 댁 남편은 아내가 더 편하게 지낼 무엇인가를 잘 만들어 주고 주변 이웃이 참 좋다고 하면 퇴근 후 그 집까지 가서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지인도 친정에서 재배한 야채로 뚝딱하고 전이며 겉절이를 하면 고소하고 싱그럽고 삼삼했던 맛이 생생합니다.

우리가 경북 구미에서 진주로 다시 수원으로 이사하는 동안 그 은 구미에서 진주로 이사해서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 집에서도 요리를 잘하고 솜씨가 야무진 남편 이 정성껏 음식을 하니 코로나 전까지는 식당이 매우 잘 되었나 봅니다.

워낙 솜씨와 맘씨가 좋은 사람들이라 지금도 단골손님이 많은가 봅니다.

지인도 남편을 도와 야간에 일을 하다 보니  서로 사는 게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첫 집을 장만하고 네 살 두 살배기 아이들을 키우던 절에서 이십 년도 더 지났지만 이따금씩 통화하며 반가운 마음은 변함없었습니다.

진주 한 번 가서 볼까 하다 동백이 필 때라는 생각이 들어 오동도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지인이 교통편을 어쩌나 하다 남편에게 의논하니 태워다 준다고 했습니다. 오후에 장사를 해야 하지만 기꺼이 아내를 위해 나서주는 부부의 정이 곱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출발하여 오전 10시 30분에 주차장에서 만나 오동도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지인의 남편은 혼자 앞서가는데 갈래길에서 보이지 않아도 그냥 가다 보면 어디선가 나타나 여기서 사진 찍으면 좋겠다며 나와 지인의 사진을 찍어줍니다.

불편할 동행일 수도 있는데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바로 아내를 찾는 걸 보면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며 내 마음까지 흐뭇했습니다

문득 동박새와 동백 같은 부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인과 걷다가 꽃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는데 지인의 남편이 나타나 저쪽에 꽃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쪽으로 가니 꽃도 꽃이거니와 동박새 몇 마리가 꽃잎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사라지고 다시 얼굴을 내밉니다.

전에는 소리가 요란해도 워낙 빠르고 가지 높은 곳 안쪽에서 움직여 이 녀석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보았는데 오늘은 얼굴을 제대로 찍었습니다.

녀석도 좋은 사람들을 알아보고 얼굴을 내미나 봅니다.


동백동산을 내려오는데 지인의 남편이 저기 부부나무가 있네 합니다.

돌아보니 두 그루의 가지가 엇갈려 닿아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이에 있으라 하고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부부는 자연스레 손을 잡습니다.

세월이 이 십 년이 이상이 지나는 동안 지인의 남편도 의 남편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알 수 없는 현재와 미래의 삶을 지키기 위해 흘리고 애를 태우기도 하며 살았습니다. 이제 양쪽 집 자매들은 성인이 되었고 대신 50대가 된 모들의 건강도 젊은 날 같지는 않습니다. 그럴수록 부부는 서로를 더 의지합니다.

 저 부부나무가 뿌리내리고 하늘을 보며 자라는 동안 맞은 비바람과 햇살 같은 날들이 지나갔고 우리는 살아내고 있습니다.

부부사이에 정답은 없다지만 여전히 서로를 아끼며 살고 있다는 것은 참 소중하고 보기 좋은 일이지요.

점심을 먹고 나니 지인의 남편이 바다낚시 가서 잡은 갈치라며 아이스 박스를 내밀었습니다.

점심도 맛나게 잘 얻어먹고 바쁜 평일에 시간을 내주어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산책도 했는데 고맙기 그지없었는데 그 마음 바탕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주변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을 겁니다.

집에 와서 보니 풀어 보니 식당에 서비스 반찬으로 내기도 한다는 갈치를 세 팩으로 나누어 많이도 담아주었네요.

아침에 갈 때보다 돌아오는 길이 막히기는 했어도 마음이 따뜻하여 피곤함이 없었습니다.

누가 더하고 못함이 없이 지인 부부 두 사람 모두 순박하고 부지런하고 서로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고운 사람의 마음을 본 것이 예술 작품을 본 듯 행복합니다.

집에 와서 갈치 조림을 하니 제주에서 먹던 것 보다 더 싱싱하고 맛있습니다. 바다 경계만 다르지 잡은 걸 유통과정 없이 바로 해 먹으니까요. 게다가 지인의 마음도 담겼고요.

신혼부부 집에서 깨소금 볶는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30년 가까이 산 저 부부가 굽는 막창과 돼지고기에서는 더 깊고 구수한 냄새가 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남편과 시간 내서 진주 모덕로 지인의 막창집 식당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진주에서 살던 동네도 돌아보고요.

https://naver.me/5bu7OevS







작가의 이전글 파도 소리 들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