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한 많은 개망초

(철둑길을 걷던 추억 따라 피어 있던 꽃)

by 우산

개천가 버드나무 아래에서 우쑥우쑥 자란 개망초가 좌우로 몸을 돌려가며 발돋움을 하고 있다. 서로 제가 더 크다고 키재기라도 하는 것 같다. 아직 덜 자란 개망초는 언니들의 키를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지켜보고 있다.

가운데 노랗고 폭신해 보이는 계란 같은 작은 동그라미 때문에 어린 시절 계란꽃이라고 부르던 꽃이다.

알고 보니 중심의 작은 동그라미는 노란 통꽃이 모여 있는 것이고, 하얀 실을 가지런히 잘라 둘러놓은 것 같은 하얀 꽃잎은 혀꽃이라고 한다. 노란 통꽃과 하얀 혀꽃이 은은하고 정겨운 작은 꽃송이의 개망초.

보통 개복숭아, 개살구 같이 개라는 말이 붙으면 더 작거나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되는데 개망초는 다르다.

구한말 우리나라 철도 건설에 북미산 원목에 붙어 온 망초는 꽃이 더 작고 개망초보다 늦게 핀다. 개망초는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 화초로 들여온 것인데 워낙 생명력이 강하다 보니 화단을 탈출하여 우리나라 전역에 핀 것이라고 한다.

흔히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하지만 집 나가서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길을 개척하며 자수성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사람들이 어려움이 닥치면 극복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튼 이 개망초는 화초로 들여온 것이 우리나라 전역에 피며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정겨움을 주고 있으니 자수성가하여 재벌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연예인으로 인지도 높은 조연급 국민 배우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기특한 것이 약용으로도 쓰이고, 삶아 먹으며 구황작물로도 쓰였다고 하니, 우리나라 들녘과 산천에 자리 잡을 자격이 있다. 망초와 개망초의 좋은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 중에는 식성이 몹시 까다로운 사람이 있다. 입맛이 까다롭고 예민하니 그에 맞게 요리를 한다면 훌륭한 요리사가 될 자질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입맛이 까다롭고 성격이 느긋한 경우는 적은 것 같다. 음식을 해 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해 주는 음식을 맛나게 먹는 사람이 편하고 기분 좋을 것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맛있게 먹는다면 만족도가 더 높기는 할 것 같다.

망초와 개망초가 땅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잘 살 수 있기에 구한말 어려워지는 나라 상황에서 우거지는 이 꽃들이 힘든 백성들에게 원망을 듣기도 했다. 사람이 힘들 때는 뭔가 탓할 대상을 찾기도 하니 발길에 차이는 흔한 이 꽃이 망조로 여겨졌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의식을 심기도 했다고 한다. 너희 나라는 당연히 망조가 들어 망한 거지 우리가 침략한 게 아니라는.

그래서 우거질 망(莽)의 망초가 망할 망(亡)의 망초로 불리게 된 이유다. 거기다 조금 먼저 피는 꽃에 개자를 하나 더 붙이며 원망을 한 것이다.

자연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태어난 숙명을 다한다. 철로 건설에 재목으로 들여온 북미산 원목이 하나씩 철길을 따라 놓이고, 거기 딸려온 망초는 국민들의 한숨과 원망에 아랑곳하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씨앗을 퍼뜨린 것이다. 그래서 망초는 철둑 따라 피어나고 멀리 가는 사람, 오는 사람들의 기억과 함께 하는 꽃이 되었다.

이별하는 사람은 재회를 기다리고 멀리 있는 사람을 기다리기 때문일까, 개망초의 꽃말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 준다.'라고 한다

망초의 꽃말은 화해라고 하니 고단한 삶을 꽃을 보고 원망하던 사람들도 변함없이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 꽃을 보며 차츰 사람들이 위로를 얻기 시작했을 것 같다. 꽃말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신 귀화식물은 어느새 우리 민족의 삶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나는 어느 해 여름 남한산성 동문 앞에서 본 개망초 군락이 인상 깊었다.

남한 산성, 이 얼마나 한탄할 만한 눈물의 역사가 어린 곳인가. 작고 귀여운 개망초는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백성들의 모임처럼 수수하고 아련하다.

이 꽃이 무리 지어 성문 앞에 있으니 나라를 지키려고 둘러 선 흰옷 입은 백성같이 보이기도 했다.

왕이 가진 권력은 백성을 살리고 지키기 위함이나, 못난 왕은 자신도 지키지 못하고 백성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백성은 나라와 왕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원망조차 삼켰던 시절은 우리 역사에서 비일비재하다.

2020년 7월 남한산성

천연염료로도 쓰인다고 하는 망초와 개망초를 잘 활용하여 환경도 보호하고 식용이나 약재로도 잘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에는 얼굴이 예쁜 사람, 노래를 잘하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꽃에도 장미, 국화, 망초와 개망초는 그대로 아름답고 존재가치가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특별한 재주를 갖고 사는 사람도 있고 수수하게 잘 어울리며 사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자기 좋은 대로 하늘 아래서 웃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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