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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Jul 06. 2024

메꽃

메꽃 같은 친구

친정어머니 댁 옆에 있던 교회가 떠나고 건물도 헐리고 터만 남았습니다.

땅 주인은 아직  무엇을 할지 생각 중인가 봅니다. 건물을 바로 헐어버린 것을 보면  무언가를 할 생각이 있었을 것 같은데.

헐린 건물 주위에 들꽃이 자라 땅의 경계선만 지키네요.

그런데 그 빈터를 보면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땅 주인도 마음과 경제적 여유가 있나 봅니다.

 주차 공간 좁은 동네서 타인에게  잠시나마 주차의  여유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땅의 경계선 한쪽에 개망초가 곧게 자라 있고 도로 앞쪽에는 메꽃이 곱게 터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람들 마음도 저 터만큼은 아니어도 그 몇 분지 일만큼 빈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 마음과 머릿속이 일로 꽉 차서 숨 못 쉬고 몇 주가 흘렀습니다.

친정 어머니가 잠시 편찮으시다가 퇴원한 이후로 자주 들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오늘 어머니를 보고 가는 길에 다소곳이 피어 있는 메꽃의 잔잔한 미소를 봅니다.

언제인가 제 글에 메꽃을 닮았다고 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직장 생활로 바쁜 중에도 여전히  가족들에게  집밥을 해주려 감자를 깎고 있더군요.

평일에 남편에게 도시락도 싸주고요.

한동안 주말에는 시어머니 이사한 집 정리를 하러 다녔다네요.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이삿짐센터에서 정리를 해주었는데 몸이 불편한 노인이 생활하기 편하게 다시 정리했다네요.

한결같은 친구의 모습은 제가 그 친구와 메꽃을 닮은  나팔꽃을  보러 새벽에 나가던 시절과 변함이 없습니다.

그 마음도요.

수수한 듯 고운 얼굴의 친구는 마음이 고와서인지  그야말로 곱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밤 태풍과 장맛비가  온다고 하는데 오늘  이 꽃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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