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ber's Butchery & Bistro
'기분좋은 초록이가 가득한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초록초록이 가득한 나라이니만큼 브런치 먹으러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곳이 많다.
주변에 나무가 가득하고 그 나무 사이도 해가 반짝반짝 내리는 곳들..
보타닉 가든 근처에 있는 뎀시힐도 그런곳 중에 한곳이다. 이곳이 역사적으로 어떤 곳이었는지 알고 가면 느낌이 또 색다른 장소가 된다. 뎀시힐은 1980년대 후반까지 영국군 막사 용지로 사용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힙하고 맛있는 식당과 카페, 갤러리들이 있는 곳으로 변했다.
이름처럼 나지막한 언덕 위에 옹기종기 샵들이 모여있는데, 오차드나 마리나베이 같은 마천루의 복잡함이 아닌 여유롭고 그린 그린한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관광객들도 많지만 싱가포르에 사는 사람들도 너무 좋아하는 곳이다.
리테일 샵들은 과거 군대 막사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건물 내부가 넓어서 인테리어의 자유도가 아주 높은 것 같다. 좋아하는 식당들이 많기 때문에 자주 오는 지역인데, 특히 이곳 때문에 매주 한 번씩은 와야 한다.
바로 정육점!
이곳을 처음 본건 차를 타고 지나다니다 본 소 모형 때문이었다. 몇 번 구경을 갔다가 싱가포르에서 질 좋은 고기를 적절한 가격에 구할 수 있고, 소시지, 치즈, 채소들도 맛있고 매력적인 것들이 많아서 거의 매주 장 볼 때 마다 빠지지 않고 들른다.
인스타에 요리 영상을 올릴때 이곳에서 사온 고기와 썰어온 햄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싱가포르에 사는 교민분들이 어디에서 산건지 꼭 물어봐주시기도 하는 곳이다.
이 커다랗고 아름다운 정육점 옆에 붙어있는 식당이 있다.
자신 있게 Walk-in Only를 외치는 멋진 식당,
식사시간을 딱 맞춰 가지만 않으면 특별히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육식당처럼 여기도 너무 팬시 하거나 고급스럽지 않아서 편하고, 가격도 퀄리티를 생각하면 아주 만족스럽다. 그리고 음식은 당연히 맛있다. 옆에 정육점 고기 질에 매번 감탄하는데, 당연히 거기서 운영하는 식당이니 맛있을 수밖에.
저녁때는 스테이크 메뉴가 있고(부위별 스테이크가 잘 준비되어 있는), 점심때는 다양한 종류의 기본 메뉴들이 있다. 점심 메뉴 중에 우리가 좋아하는 건 프렌치 어니언 수프, 비프 버거, 비프 쇼트 립, 설로인 스테이크 등. 유명한 베를린 커리 부르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도 있고, 샤퀴테리랑 치즈 플레이트도 있다.
사실 대부분 메뉴가 다 맛있다.
담음새도 요란하지 않은듯 하면서 푸짐하고 보기좋게 담아서 참 맘에 드는곳이다.
바로 바이스부르스트(Weisswurst)라는 소시지! 독일 출장을 많이 다녔고, 뮌헨에서 찐 바이스부르스트를 먹어봤던 남편 말로는 이건 찐 맛이라며, 먹으면서 또 설명충이 되어버렸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독일에선 바바리안 소시지라고도 하고, 보통 이 소시지랑 프리첼을 아침으로 먹는다는 것이었다.
이 소시지는 구워서 나오지 않고, 삶은 물에 그대로 담겨서 예쁜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접시로 옮긴 후 껍질을 벗겨서 달콤 맛의 씨겨자와 함께 먹으면 아주 담백하고 맛있는 소시지를 맛볼 수 있다.
이건 옆에 정육점에서도 팔기 때문에 이걸 맛본 이후 종종 사 와서 집에서도 먹곤 한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꼭 식사도 해보고, 옆에 정육점도 구경해 보기를 추천한다.
햄을 골라서 원하는 두께로 썰어오고 온갖 종류의 와인과 치즈가 펼쳐지는 곳,
채소와 과일이 색색깔로 너무나 예쁘게 마치 핀터레스트처럼 진열되어 있는 곳.
소시지가 똬리를 틀고 있고 새끼돼지까지 파는 이곳...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살게 되면 난 이곳이 제일 많이 그리울 거 같다.
이젠 한국식 소/돼지 불고기도 파는 이곳이...
뎀시힐에는 맛있는 곳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곳도 기회가 되면 추가 소개를 이어갈 수도?!
여행을 갈 때면 그 도시의 식료품점 구경하는 게 하나의 루틴인 우리 가족에게 매주 가도 제일 재밌는 곳이고,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도 그리워할 몇 안 되는 싱가포르의 장소이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