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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댄스

춤은 어디서 추나요?!

by 봄내춤 Mar 31. 2025

 한 평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한평댄스는 코로나 시기에 춘천문화재단 방구석 활동가 사업에 참여하며 진행했던 프로그램이다. 이름탄생에는 비하인드가 있는데 사실을 고하자면 서울에서 활동할 때 지금은 사라진 온라인 클래스 업체랑 춤 클래스를 만들어 보자는 얘기가 오고 갔었고 그 때 담당자랑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나왔던 이름이 한평댄스였다. 온라인 클래스 취지에 맞게 해보자는 것이었는데 계획은 아쉽게 무산되고 말았지만 그 이름만은 기억속에 남아 있다가 몇 년 후에 춘천에서 진행하게 된 것이다.

 

 춤은 어디에서 추는 것일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춤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춤은 한 잔 걸쳐야만 나오는 것이라거나 어깨춤을 추는 관광버스 안에서 처럼 특별한 순간 장소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거나 아니면 제비 아니면 춤바람이라는 말로 대변되듯 일탈이나 탈선으로 인식된다. 이런 인식은 아니지만 춤이라고 하면 젊을 때 잠시 방황할 때 어울리게 되는 반항의 느낌이나 발레나 무용처럼 접근하기 어렵고 고상한 취미로 생각될 때도 많다. 어떤 의미로든 (다가가기) 어.렵.다 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로 나의 경우에도 춤을 접한 건 티비에 나오던 마이클잭슨이나 유승준 같은 댄스 가수의 춤을 따라해본 것 중학교 친구들이랑 듀스 춤을 보고 반해서 베이비(브레이킹 기술)를 학교로비에서 흉내내 본 경험, 대학교 가서 성당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여름 캠프 때 추던 신나는 춤이나 찬미율동들, 민중가요에 맞추어 추던 몸짓들 정도였다. 그 때도 물론 춤을 잘 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 따라하고 재밌었기는 하지만 춤을 직업으로 생각한다거나 진지하게 여겨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춤에게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도 서른이 다 되어서야 처음으로 알고 공연도 보았으며 우연히 추천받아서 갔던 워크숍을 통해 현대무용을 알게 되고 배우고 공연까지 하는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 나의 인식이 바뀌었던 순간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지금도 춤은 먼나라 일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춤에 대한 경외로움 반, 가벼움 반의 애매모호한 생각은 어쩌면 보통 한국 사람들의 생각이고 내가 춤을 추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상태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확산되고 만난다는 것은 큰 죄를 짓는 것과도 같았기에 나는 집에서 혼자 몸을 풀거나 춤을 추는 시간이 늘어났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한 평만 있으면 춤을 출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은 부분도 컸지만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를 알리고 싶은 갈망도 컸었다. 입시 때문인지 무용이라는 말은 아주 무겁게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티비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고난이도 테크닉, 콩쿨에서 할 것 같은 한 방 필살기를 할 수 있어야만 무용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이름 자체에 현대(Contemporary)가 들어가고 동시대성을 추구하는 장르인데 하나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고정되는게 슬펐다. 


 그래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들과 다양한 장소(카페, 산책길, 집 등)를 소개하며 춤추는 영상을 올렸었는데 재미는 있어 하고 신기해 했지만 춤을 추게 하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영상을 보며 꿈틀거려 본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의 성공은 거둔게 아닐까 자축해 본다. 결국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출 때 더 즐겁다는 생각이 들고 공연도 직접 볼 때 완성이 된다. 한평댄스라는 이름은 계속해서 사용하며 지금도 유튜브에 영상들을 올리고 있다. 춤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어디서나 출 수 있다. 우리에게는 몸이 있고 크기와 상관없이 자기만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과 춤을 추기 위해서 한평댄스라는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드는 요즘이다. 만평도 부족할 만큼 춤추는 사람이 많아져서 같이 춤출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결국 넓이가 아니라 춤을 추는 몸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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