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과 파랑
마음이 시퍼렇게 차가웠지만 노랗게 살려고 애쓰던 어느 날, 한 지인이 내게 말했다.
"샘, 샘은 그냥 보면 노랑인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파랑이 보여요. 난 샘의 그 파랑이 참 예쁜데. 그걸 그냥 보여주면 안 돼요?"
순간, 내 삶을 덮고 있는 노란 셀로판지를 벗겨내보고 싶어져서 아픈 마음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동생을 갑자기 떠나보낸 고통과, 엄마를 병간호하면서 생긴 이중적인 감정들을 그대로 펼쳐 보이니 시린 파랑이 윤슬처럼 반짝였다.
행복하기 위해 애쓰는 나의 노랑에서는 달콤한 꽃향기가 난다. 아름답게 아픈 파랑에서는 지나온 모든 풍경을 씻어주는 빗줄기 냄새가 난다. 두 가지를 모두 품은 나에게서는 싱그럽고 다정한 민트향이 나면 좋겠다.
2024.06.10
그림을 보고 쓰다
박정은
작품 <Black Neon : Tulips, 청신>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