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버라이닝 Feb 17. 2024

별은 죽어도 여전히 빛난다

엄마 이제 편히 쉬어요


2월 13일 오전



새벽에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갑자기 엄마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놀라서 깼다.






엄마의 심장박동 그래프가 낮게 지지직거리고 있었다. 어젯밤까지 95 이상을 유지하던 산소포화도가 88로 떨어졌다. 



맥박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었다. 85, 78, 76.




급하게 간호사를 부르고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둘러 오면 좋겠다고. 수치가 이전과 많이 다르다고.



엄마 손을 꽉 붙잡고 숨소리에 집중했다. 어제보다 확연히 느려진 속도, 약해진 숨소리에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간호사와 모니터를 주시하는데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다가 순식간에 화면이 0이라는 숫자로 가득했다. 




심장박동 그래프는 무심하게 가로로 긴 일자를 그었다.




차마 감지 못한 엄마의 눈이 내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아직 따뜻한 엄마 손을 잡으며 혹시 아직 안 돌아가신 건 아닌지 순간 의심했다. 엄마의 심장에 손을 대고서야 엄마의 세상이 멈추었음을 인정했다.







의사 선생님이 도착하고 사망선고를 했다. 



"2024년 2월 13일 오전 9시 24분에 사망하셨습니다. 어머님이 따님 안 계실 때 따님 칭찬을 참 많이 했어요."





평화로운 표정으로 누워있는 엄마를 끌어안고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엄마, 그동안 고생 많았어. 정말 고마워. 사랑해. 내 걱정하지 말고 천국 가서 정화랑 제부랑 애들이랑 같이 실컷 놀면서 편히 지내고 있어, 알았지? "








집에 와서 엄마의 유품을 정리했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엄마 냄새를 맡으려고 커다란 상자 하나를 가져다가 엄마 냄새가 깊이 배인 엄마의 잠옷과 베개부터 넣었다. 머리가 다 빠지고 늘 쓰고 다니셨던 모자와 스카프도 냄새를 한 번 더 맡아보고 상자에 넣었다. 




서랍 속에 엄마의 노트가 보였다. 많은 질병을 안고 살면서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고 빼곡히 적어놓은 혈압과 당 수치들과 투약 기록들. 그 사이로 식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음식의 레시피들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생전의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슬프기도 하고 한편으로 엄마가 계속 곁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별의 빛이 생각났다.




별은 이미 죽었지만 빛이 계속 보이듯,



엄마는 죽었지만 계속 우리 곁에서 빛날 것이다.










그동안 저와 엄마의 간병일기를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함께 마음 아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를


2012년에 교통사고로 먼저 하늘나라로 간 동생,


그러니까 엄마의 막내딸 곁에 모시고 왔어요.




운이 좋게


추모공원 같은 방, 옆자리에 모실 수 있게 되어서


마치 생전에 아파트 앞 뒷동에 살 때처럼


천국에서 함께 지낼 것 같아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었어요.




동생이 있는 추모공원에 갈 때마다


여기 같이 있고 싶은데... 하셨던


엄마의 유언을 지키게 되어


감사했답니다.




조금만 슬퍼하고


오래 그리워하며


다시 씩씩하게 살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질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과 가족들


모두 기운 내시고




남은 시간


많이 손잡고 얼굴 비비고 


끌어안아 심장박동 느끼며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 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 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 길이 없을 세


그를 설워하노라.




<조홍시가> 박인로 중에서








이전 08화 서로의 기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