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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Jan 14. 2024

간병하기 전에 미리 맞은 예방주사

에필로그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하나의 고통은 열의 쾌락에 맞먹는 힘을 가졌다."


고통의 힘이 쾌락의 힘보다 더 강하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모든 쾌락과 행복은 소극적인 성질을 띠는 반면 고통은 적극적인 성질을 끼기 때문이다. 인간은 행복은 잘 모르지만 불행은 잘 인지한다.


-p56






주어진 행복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불행에만 침전했던 내가 떠올랐다. 왜 나만 불행하고 다른 사람은 행복한지 궁금하고 억울했다.




상대적 박탈감이 나를 따라다녔고 비아냥거림이 나의 말투가 되었다. 나의 불행이 타인의 행복보다 10배 커 보였던 탓이다.



엄마는 늘 편찮으셨고 최근 암이 폐와 뇌에 전이되었고 결국 며칠 전 하늘나라로 떠났다.





하지만 눈을 돌려 주변을 둘러본다.



아이들이 커서 알아서 집안일을 하고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있다. 남편은 안정적으로 회사에 다니고 건강하게 지내며 나를 곁에서 지켜주니 내 인생은 꽤 괜찮은 편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대와 보호를 받으며 엄마는 마지막 고통을 덜 수 있었다. 자리 잡기가 어렵기로 소문난 추모공원에서 12년 전에 먼저 자리잡은 동생 곁에 엄마를 모실 수 있었다.




어쩌면 나에겐 행복한 일이 더 많다.




행복이 소극적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에 내가 놓친 행복들을 찾아 감각해 내기로 했다. 동상에 걸린 발처럼 얼어붙어 감각을 잃은 행복들을 비비고 만지며 녹여 예민하게 느끼기로 하니 나는 행복한 일이 많음을 깨닫는다.





"현자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이렇듯 고통의 원인을 먼저 없애는 것이 쾌락을 찾는 것보다 더 현명하다. 불행의 두 가지 원인인 고통과 권태에 직면할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적극적인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소극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


-p58





괴로운 일은 계속 나를 찾아올 것이다. 나에게만 그런 것도 아니고 나의 고통만 유난히 큰 것도 아니다. 누구나 한 번은 죽을 것이고 엄마가 조금 서둘렀을 뿐이다.





 '쾌락과 고통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관련된다'라는 그의 말로 다시 힘을 얻는다. 별다른 해결점이 없는 고통은 그에 대한 '생각'을 잘라냄으로써 고통의 원인을 없앨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힘든 시간은 또 찾아오겠지만,


나의 몸과 나의 생각을 내가 관장하며 나를 지켜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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