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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May 06. 2024

오빠가 되어가는 중

2020.05.17(라온 만2세, 리라 8개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루종일을 서로 부대끼며 지내는 우리 셋은 서로 돈독해진 듯(?) 잘 지낸다.


셋이 있는 평일에 하루에 한두 번 정도는 언성이 높아지고 짜증이 섞여 라온이를 대한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화가 나는 라온이에 비하면 난 양반이다. 라온이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장난기가 많다. 이런 남자는 어릴 때부터 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건을 던지면서 화를 표현하는 라온이에게 말로 하는 화내는 법을 골백번은 알려준 기분이다.


한 번은 예전 같았으면 포크를 집어던졌을 상황인데 내게 “엄마 다음부터 라온이 떡 자르지 말고 그냥 주세요. 엄마 라온이 말로 했어” 이랬다.


또 한 번은 방에서 포클레인 가지고 놀다가 화가 나서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장난감을 때리고 소리 지르고 하더니 다른 방에서 모른 척하고 있는 내게 화난 책을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했다. 그러곤 “라온이 아직도 화 안 풀렸어” 그랬다.


또 한 번은 리라 다리가 안전문에 낀 채로 라온이가 문을 닫으려 해서 놀라고 화가 나서 엄마 화났다고 방에 가서 엄마 화 풀릴 때까지 나오지 말랬더니 조금 있다 나와서는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사과 안 받을 거라고 했더니 “ 엄마 어떻게 하면 화가 풀려요?” 그랬다.


오늘은 화가 난 라온이에게 “엄마가 어떻게 하면 화 풀 거야? ”그랬더니 “ 안아주면”이라고 했다.


라온이와 ‘화’ 와의 사투는 언제 끝나려나 싶다. 나도 같이 화의 악순환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감정 조절 중이다.


그러던 중에 오늘은 라온이가 리라에게 처음으로 ‘양보’를 했다. 리라는 낮잠 시간, 라온이는 놀이시간이니 엄마는 몸이 두 개이고 싶은 순간이다. 리라는

잠투정이 시작되었고, 라온이는 놀아달라고 떼를 쓰는 중이었다. 리라 먼저 낮잠을 쟤우고 라온이의 책을 읽어주는 방법을 라온이에게 설명 후 안방으로 들어갔다. 기다리지 못하고 라온이가 따라 들어오니 리라가 자려고 하지 않았다. “라온아

같이 누워 자는 척하면서 리라 쟤우자 “ 그랬더니

“싫어! 라온이 책 읽어줘”라고 한다.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이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갈뻔했다.

“그래, 그럼 나가서 책 읽자”라고 하니 라온이는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리라 쟤워” 하고 안방문을 닫고 나갔다. 따라 나갔더니 나를 안방 쪽으로 밀어 넣었다. 떠밀려 들어간 안방에서 리라를 쟤 우면서 문밖에서 울고 있는 라온이처럼 나도 울었다.


 라온이가 리라를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화를 참고 처음으로 양보를 한날이다. 라온이에게 양보하는 것이 아직은 많이 어려운 일인걸 잘 알기에 마음이 아렸다. 우리 첫째 라온아. 엄마 아빠는 너에게 양보하고 참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는데 너는 첫째라는 무게로 그렇게 벌써부터 철들어 가는구나. 우리 아들 멋지다. 고맙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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