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등원길(히사이시 조 summer)
휴직을 하고 누리는 특혜 중 한 가지가 둘째와 함께 매일 걸어서 등원하는 것이다. (하원보다는 등원이 좋다. 유치원에 아이가 들어가고 나면 순간 느껴지는 여유가 좋다.ㅎ) 등원길은 초등학교방향과 공원 방향 두 가지가 있다. 두 길 모두 걷다 보면 20분 정도 걸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꽤 좋다. 비 오면 함께 빗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바람 불면 바람이야기를 한다. 아이는 맥락 없이 친구가 속상했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선생님의 새로 산 텀블러 이야기도 해준다. 아이와 단둘이 하는 대화는 주제가 빠르게 바뀌고 가벼운 얘기들이 끊이지 않고 오간다. 이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이것이 진정한 즐거운 대화가 아닌가 싶다.
두 가지의 길 중 공원 방향으로 가면 우리가 좋아하는 길이 나온다. 우리는 그 구간을 “토토로의 숲”이라고 이름 지어 줬다.
아이는 그 길에서 매일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하루는
“엄마! 저기 화단이 하트모양이다. 사진 찍자” 하고 어떤 날은 새를 보고 또 다른 날은 나뭇가지를 보고 전깃줄을 봤다고 한다.
‘같은 길을 매일 새롭게 보는 눈이 아이들에게만 있나‘ 싶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다시 공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아이 친구를 만났다. 등원길이지만 이 아이도 오늘 새로운 것을 보았나 내게 말을 건다.
“우리 고모는 다섯 잎 클로버를 가지고 있데요. 다섯 잎 클로버는 우정이에요.”
앞만 보며 걸어가던 내게 시를 하나 건네듯이 말을 해주곤 엄마의 재촉에 킥보드를 타고 슝 지나갔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분명 아이들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 어린이들 덕분에 나도 오늘 하루 시작이 특별해졌다.
특정 사람의 하루를 망치고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상처 주는 어른이 허다하거늘 지나가는 행인에게 행복을 나눠주는 동심에게 무한 찬사를 보낸다! 귀하고 소중하다. 함께 이 사회에 존재할 수 있어 영광이다.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