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이라 쓰고, 적정 소유라고 읽기
대학교에 들어와 자취를 시작한 지 어언 8개월 차.
그 이전부터 오래 동안 수차례의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그중 2번은 실제로 도합 31kg을 뺄 만큼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져 오는 자극적인 음식들에 대한 갈망에 정신은 맥을 못 추린다. 일일 섭취칼로리 1,200이라는 숫자는 곁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나 인생에 있어서 더 중요한 가치들을 가려,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강박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기 위해 건강식을 시작했다. 이 글은 그 시작을 알리는 첫 글이다.
건강식은 여러 번 시도했었다. 친구랑도 해보고 나 혼자서도 해봤다. 하지만 그때마다 결국 무너지는 건 '융통성 없는 규칙' 때문이었다.
건강하고 예쁜 몸은 좋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생계고 일반인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이점이 되는 능력이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그것들 말고도 더 중요한 가치들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 적절히 운동하고 휴식하는 행복, 더 나아가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즐기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는 등의 가치들 말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나도 MZ지만) 이러한 삶에 있어서 자신의 우선순위를 잘 적립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간단하게 말해 '예뻐지면' 자신이 가진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자신과 너무 먼 이상에 가치를 둬서 현재의 자신을 합리화하는 일종의 '도피'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도 위와 같은 끝없는 추구의 굴례에서 몇 년간 허덕였다. 예쁜 사람들은 보면 시샘하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위해 아무 대책 없이 6일 동안 굶은 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누가 봐도 예뻐지긴 했었지만 그 끝이 허무라는 것을 스스로 보고서야 깨달았다.(그 당시 나에게 잔소리해 주셨던 분들께 미안하고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건강식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내가 말하는 건강식은 비건이라던가, 다이어트 식이라던가 그런 게 아니다. 정말로 내 몸과 마음이 여유를 가진 상태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맑은 정신을 추구하는 식사법이다. 내 건강식은 빵도 먹고, 고기도 먹고, 치즈도 먹는다. 하지만 모든 것의 '적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나다운 것이고, 중도를 지키는 자가 가장 강한 자니까. 내가 생각하는 건강식의 기준에 대해서는 두 번째 글에서 구체적으로 얘기할 것이다.
그럼 이제 쇼핑을 하러 가자.
아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여 코스트코에 갔다. 지금 나는 건강식을 비롯해 절약 라이프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절약 라이프 또한 최대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닌, 적정한 것과 양만 소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이름은 절약이기에 내 이번 달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아빠 카드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장을 보기 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지키는 나만의 규칙이 두 가지가 있다.
1. 쇼핑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 갈 것
2. 장을 보기 전 밥을 먹을 것
어떤 실험(무책임한 출처네요)에 따르자면 사람들은 실제로 장을 보기 전, 밥을 먹고 장을 보면 구매하는 양이 줄어든다고 한다. 배가 고파 식욕을 과하게 인식해 먹고 싶은 것을 마구 담는 충동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나도 실제로 그랬던 적이 많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를 가면 실제로 필요한 양보다 2배는 많은 양을 사 오게 된다. 결국 그것들은 찬장에 갇혀 또 같은 루트를 통해 새로 들어오는 과자들 뒤로 밀리게 된다. 그래서 저번달부터 나는 위 두 가지의 규칙을 지키며 장을 보고 있다.
코스트코는 대용량 식품들이 많기 때문에 나 같은 1인 가구가 식재료를 구매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굳이 코스트코를 온 이유라면, 다양한 다이어트 식재료가 많이 때문이다. 내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건강식을 먹는 건 아니지만 '다이어트'라는 것 자체가 건강한 식습관 조절로 체지방은 줄이고 근육을 늘린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는 건 사실이다. 따라서 롤드 오트밀이라던가 냉동 야채 믹스(자취생에겐 넘 중요), 아몬드 브리즈 같은 것들을 사기 위해 코스트코에 왔다.(참고로 나는 절약 라이프를 하며 온라인 구매를 끊었다.)
나는 특히 초콜릿을 좋아한다. 모든 여성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편의점이나 카페의 초콜릿/디저트 코너만 가면 눈이 돌아가는 습성이 있다. 그러고선 혼자 다 먹지도 못할 양을 충동구매 해온다. 이번에도 코스트코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쇼핑리스트를 미리 작성한 것도 있다. 특이 장을 보는 현시점에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때문에 '코코아밤(우유에 넣으면 초콜릿 볼이 터지며 마시멜로우가 녹아 우유가 코코아가 되는 초콜릿 식품)'에 눈이 돌아갈게 뻔했다.
역시나 코스트코에서 그 제품을 발견했고,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그 제품을 내려놓고 잘 돌아왔다! 아주아주 뿌듯해~ 나 스스로를 칭찬한다.
그 외의 대용량 치즈나 빵, 햄 등은 양이 아주 많고 잘 상하기 때문에 집에 와서 소분해 둬야 한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이제부터 내가 그 물건들을 책임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 물건을 잘 돌보고 관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데려와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한참을 치즈 코너 앞에서 모자렐라 치즈 소분 방법을 유튜브에 검색해보고 있었다.
1시간 30분 동안 느긋하게 장을 보고 계산대에 도착하니 카트에는 내 몸뚱이 X2 분량의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이 물건들을 보며 풍족함을 느꼈을 텐데 이제는 저 물건들을 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살짝 앞선다. 그래도 다 하나하나 생각이 있어서 데려오는 것들이니까, 마음을 편하게 먹어보기로 한다. 장 본 금액은 총 58만 원이었다. 내 돈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가장 큰 소비였다. 신선한 치즈를 먹을 생각에 신나는 마음 반, 그 많은 식재료들을 다 소분할 생각에 걱정 반으로 차 트렁크에 짐을 실어 집에 돌아온다.
오늘부터 나의 건강식 라이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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