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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Dec 11. 2021

밥 먹으며 술 한 잔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운 문화중 나의 정신 상태를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유지시키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반주'이다.


반주 : 밥을 먹을  함께 마시는 .
(라고 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 기록되어 있다.)


나의 아버지는 반주를 즐겨하셨다. 어릴   밥을 먹으며 술을 마시는지 이해할  없었지만 내가 반주를 알게 되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름) 오랜 직장생활 동안 반주가 없었다면 어떻게 해낼  있었을까. 나의 육아생활에 반주가 없었다면 어떻게 견딜  있었을까.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기와 안도감.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저녁을 먹으면 아무리 맛있는 찌개, , 반찬과 먹어도 밥알이  내려간 기분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소화가 안돼서  막힌 기분이 아니라 목과 위장의 사이 어딘가에 미처  내려가지 못한 조금의 음식물이 자리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물을 마셔도 식후에 커피를 마셔도 해결되지 않는 그런 기분이  때가 있다. 그런데  기분이 소주   혹은 맥주   이면  내려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다른 수분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기분이 술이라는 것에는  잔에 해결이 된다.  그러니  한술에  한잔,  한술에  한잔 하다 보면 그날의 허기도 채워지고 긴장감은 사라지도 안도감아  오르며 피로가 풀린다. 또한, 밥이랑 같이 먹으니 취하지는 않고 배는 부르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물론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반주로 끝나지 않고 본격적인 술자리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기분이  좋아지고  좋아져서 기껏 풀린 피로가 다시 축적되기도 하지만, 이것을 어찌 반주 탓을 하겠는가? 이건 그저 흥을 주체    탓이다.
그러니 비겁하게  탓은 하지 않겠다.


아무튼,  피로감까지 풀린  기분이 좋아 반주를 하게 된다. 특히 일이 많아 야근을  날이나, 회사에 스트레스를 받은 ,  프로젝트가 종료된  직장 동료와 함께하는 반주는 더없이 맛있다.  그리고 그런 날들은 같이 먹은 음식의 맛이 술의 향이 그리고 그날의 기억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기꺼이 나와 함께 반주에 동참해  그날의 사람들.

추운날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마셨던 어묵탕과 주먹밥과 소주  .
벚꽃 떨어지던 봄날 가게 밖에 준비된 테이블에서 꽃을 보며  위에 멸치무침 올려 먹으며 마셨던 소주  . 더운 여름 치킨과 함께 마신 생맥주. 가을비 내리던  파전과 함께 마신 막걸리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재우고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 씻고 늦은 저녁과 함께 마신 맥주  .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기억되는  많은 날들의  기분은 오류가 있는 듯하다. 하나같이 즐거운 날들로 기억이 된다. 분명 회사일로 기분이 상했던 적도 있을 것이고, 날씨의 감성으로 센치하고 우울했던 날들도 있을 터인데  인지 그날들을 기억하면 미소가 지어지고 즐거운 마음이 든다. 함께했던 사람들의 웃는 표정만 떠오른다. 고작 반주로 한두  (?) 마신 술에 취해 기억이 왜곡되었을까. 하지만 나만 이런  아닌  보면 그것도 아닌  같다. 함께했던 사람들과 그날의 이야기를 해보면 모두 웃으며 그날의 이야기를 한다. 즐거웠다고. 모든 추억은 미화되는  진실인 걸까?


밥상에  한잔이 올랐더니 그날이 추억으로 남았다. 그들과 함께한 많은 식사자리가 있었지만 유독 술을 함께한 날은 진하게 남는다. 그게 술이 가진 힘일까? 아니면, 술을 찾게  그날의  감정의 차이일까.
뭐가 맞는지는 몰라도 나에겐 반주가 주는 추억이라 새겨졌다.


작정하고 마시는  약속보다 '   하자' 하고 만난 자리에서 곁들여지는   잔이  좋다. 술만 마시는 것보다 식사를 하며 이야기하는 자리가  좋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보다 배부르기 위해 먹다 마시는 한잔이  좋다.
그래서 아마도   반주의 문화를 오래오래 애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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