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은 목줄 매지 말고
사람이 이뻐지려면 화장을 하듯이 글도 이뻐지려면 화장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읽을 때는 달큰하지만, 읽은 뒤 감흥도 없고 다시 읽고 싶지도 않아진다.
이렇게 말하면 곧바로 공격이 들어오기도 한다.
"일기가 아니라 바깥세상에 내보이는 글이잖아, 신경 쓰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물론이다. 다른사람이 어떻게 읽을지, 그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생각한다 해도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그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진심을 다해서 쓰려고 노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입맛과 식성에 맞춰 요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즉 대중의 입맛에 두루 맞춘 식당이 아니라
세프의 맛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아주는 식당인 것이다.
기획물을 쓸 때라든가, 취재하고 쓸 때라든가.
그런 글들은 월간지 같은 데 들어가도 창작글에는 넣지 않는다.
그럴 듯하게 잘 써도 그렇다.
그러니 적어도 '창작'이라는 꼭지를 매달고 있는 글만큼은
글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숨 쉴 공간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내겐 그러하다.
내 애인이에요~ 폼나게 내세우며 자랑할 게 아니라
내속에 두고 오래 품을 애인이라면
나는 그렇게 목줄 매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면서 살게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나 품은 것만으로도 넘치게 감사한 일.
그래서 글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대로 해, 자기야!"
말이 나와서 말인데, 사람도 이러면 얼마나 좋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