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꽃이 되다
말이 처음부터 꽃이었던 건 아니었다
말은 웽웽거리는 말벌로 날아왔다
가벼운 자음과 모음으로
한꺼번에 날개를 파닥거리며
작은 동굴에서 빠져나온 소리들
벽에 천장에 손잡이에
다시 들어갈 구멍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부딪친다
한 번 태어나 날개를 달면
다시 돌아가지도 못해
앉을 곳 없어 더 사나워진 말벌들이
몇 번이고 새로 채워지는 독침으로
주위를 잡아먹고 있는 동안
죽은 줄 알았던 작은 벌들이
동그랗게 꼭꼭 모여들었다
무기라고는 제 목숨과 바꿀 침 하나
쉬지 않고 이어지는 날갯짓에
말벌들 떨어지고 그제야 꽃이 피기 시작했다
진심 하나로 피어나는 꽃, 그 부단한 날갯짓으로
말이 한 송이씩 꽃으로 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