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호 Jan 22. 2024

눈밝은 애인아_ 10

말, 꽃이 되다

말, 꽃이 되다


말이 처음부터 꽃이었던 건 아니었다

말은 웽웽거리는 말벌로 날아왔다

가벼운 자음과 모음으로

한꺼번에 날개를 파닥거리며

작은 동굴에서 빠져나온 소리들


벽에 천장에 손잡이에

다시 들어갈 구멍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부딪친다

한 번 태어나 날개를 달면

다시 돌아가지도 못해


앉을 곳 없어 더 사나워진 말벌들이

몇 번이고 새로 채워지는 독침으로

주위를 잡아먹고 있는 동안

죽은 줄 알았던 작은 벌들이

동그랗게 꼭꼭 모여들었다


무기라고는 제 목숨과 바꿀 침 하나

쉬지 않고 이어지는 날갯짓에

말벌들 떨어지고 그제야 꽃이 피기 시작했다

진심 하나로 피어나는 꽃, 그 부단한 날갯짓으로

말이 한 송이씩 꽃으로 심긴다

작가의 이전글 눈밝은 애인아_ 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